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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옆 친구가 미운가?

영산스님 0 1,510 2016.05.12 17:10

한국과의 반대 계절인 게 재미있게 느껴지는 요 즈음입니다. 저는 열체질이라 더위를 많이 느끼는데요, 아직까지 반팔로도 지낼 정도니까요. 그래서인지 선선한 요즈음의 기후가 참 쾌적하니 저는 좋습니다. 한국에 있었다면 이제 슬슬 더워지기 시작할 테니 마치 피서 온 격이 되어 버렸네요.

 

여하튼 이제 5월 중순이 되어 슬슬 더워지며 여름이 다가오면, 한국 선원의 여름 안거를 나려 모심기를 하던 논밭을 버스를 타고 지나가던 기억이 납니다.

 

그와 반대로 이 곳에선 겨울 준비를 하며 땔감에 난방 기구를 점검하고 있노라니 슬며시 웃음이 납니다. 안거란 인도의 우기 3개월간 밖으로 다니기 어려우니 한 곳에서 집중 수행하던 불교의 전통인데, 한국은 겨울의 추위도 혹독해 겨울 3개월의 겨울안거도 있습니다.

 

어느덧 이 곳에 온지 두 달이 가까워 오는데요. 점점 인연이 많이 생겨 기쁨 반. 두려움 반입니다. 속세에 사는 분이라면 폭 넓은 인연을 사회생활의 재산으로 삼기도 하지만, 저희 스님들은 수행이 생활이라 혼자 있는 걸 좋아하며 조용하고 일 없는 것이 편해 인간관계가 그리 넓지는 못합니다. 

 

부처님이 한 제자와 거리를 지나던 중, 종이가 하나 뒹구는걸 보시곤 “저 종이의 냄새를 맡아 보아라. 무슨 냄새가 나느냐.” 하자 제자가 종이를 주워 냄새를 맡아보곤 “향냄새가 납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다시 길을 걷던 중 또 다른 종이가 보이 길래, 부처님께선 그 종이의 냄새를 맡아 보라고 제자에게 시켰습니다. 제자는 다시 한 번 냄새를 맡아보곤 “이 종이엔 생선 비린내가 납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당연히 향을 싼 종이에선 향냄새가 나고 생선을 싼 종이에선 생선 비린내가 납니다.

사람도 그와 같아 향기로운 인연을 곁에 두면 향이 나는 사람이 되고, 냄새나는 인연을 가까이 하면 그런 정도의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에겐 무슨 향이 나고 있습니까?

 

저의 은사스님께선 제가 20 중반 군대 제대 후 출가 전 청년으로 절에 다닐 당시 놀더라도 절에서 놀아라 라는 말씀을 하곤 하셨는데요. 그 당시에는 바깥에 나가 친구들하고 술도 한 잔하고, 훨씬 즐거운데 무슨 절에 재미도 없는데 놀라 하느냐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원 없이 놀면 내일은 더 이상 미련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다음날이면 또 친구들과 또 즐겁게 놀 생각을 하고, 다시 실컷 놀고 나선 그 다음날 ..또 ...또 ...또 반복되는 생활이 이어 졌습니다.

 

그 때는 절에 다닐 당시라 그래도 한 자락 법문 들은 것 중에 ‘욕망과 쾌락은 아무리 해도 채워지지 않는다.’란 말이 떠올랐습니다. 불법을 만나지 못했다면 끝까지 어디까지 갔을 줄 모르지만, 다행히 저는 욕망의 본질을 들었었고. 그 체감을 하니, 비록 감각적 쾌락이 즐겁지만 그 본질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이고 결코 완전히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것도 불교란 종이에 나를 쌌으니 그런 체득이라도 했지, 친구들, 동료들, 가족들이 모두 소중한 인연들이긴 하지만 그런 가르침은 주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가 바로 옆에 있는 가족, 친구, 절에선 도반들에게 불만을 느끼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옆에 인연 있는 사람들과는 필연적이 것입니다. 내가 아무 인연 없는 ㅇㅇㅇ씨 하고 얼굴 붉힐 일은 없습니다. 항상 바로 옆의 사람과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며 아웅 다웅하며 살아가는 것이 세상사입니다. 그래서 조금 싫다고, 섭섭하게 했다고 내치곤 했다간 주위에 남아있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오히려 그것을 수용하지 못하는 자신의 그릇 크기를 아쉬워하는 게 현명할 것입니다.

 

절에선 아상(我相) - 한 마디로 ‘내가 나다’라는 것인데, 그것을 제거하는 것이 ‘수행의 첫걸음이다’라고 얘기합니다. 

 

나를 숙이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 바로 수행인 것 입니다.

 

우리가 불상을 향해 절하는 것도 나를 내려놓고 낮추는 것이지 신에게 절하는 것도 아니요, 불상에게 절하는 것도 아닙니다. 

 

내 옆의 사람들은 소중한 인연이며 스승이지, 건방진 친구, 섭섭한 가족, 인간 덜된 직장 동료, 웬수같은 남편이 아닙니다. 

 

그러니 오히려 여러분의 부아를 끓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나의 스승이 나에게 가르침을 주는 구나’ 생각하며, 자신의 그릇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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