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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김운용 0 2,401 2016.04.2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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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의 고향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속물주의’란 의미의 ‘스노비 클럽’으로 유명하다. 이는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등 상류사회의 회원들로 구성된 철저한 회원중심 운영철학을 펼치는 것에서 유래됐다. 필자는 지난 2006년 라운드 전날 회원이 갑자기 허리를 다쳐 라운드를 하지 못했고, 2008년에는 몸이 아파 미국으로 갈 수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다. 그리고 2010년 2월 1일, 골프 입문 10년 만에 오거스타 내셔널에 방문할 수 있었다.  

 

애틀랜타 시내에서 자동차로 2시간여 만에 오거스타 내셔널 정문에 도착했다. 화려하지도 않고, 자그마한 오거스타 내셔널의 간판을 보는 순간 실망감이 밀려왔다. “세계적인 골프장의 정문이 고작…” 이라며 입맛을 다셨다. 그렇다고 쉽게 정문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다. 회원이 먼저 도착해 안내를 받을 때까지 입구에서 무작정 서성거렸다. 까다로운 절차를 밟고 매그놀리아(목련꽃)가 핀 가로수 길을 걸어, 오거스타 회원인 찰리의 안내로 보비 존스의 영구적인 코티지 옆 동에 여장을 풀었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지난 1933년 문을 열었다. 보비 존스가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였던 스코틀랜드의 앨리스터 매켄지와 함께 역사를 만들었다.  

 

첫날 밤엔 초청자 찰리의 만찬이 있었다. 찰리는 회원 전용 그린 재킷을 입고 손님을 맞았다. 1937년 회원과 비회원을 구별할 수 있도록 마스터스 대회 기간 중 착복을 권유한 데서 유래됐다. 이제는 회원들의 자긍심이 됐다.  

 

필자는 식사 도중 클럽 운영에 관한 궁금증을 물어볼 요량으로 메모한 것을 꺼냈다. 첫 질문으로 회원 수를 물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물 위에 떠 있는 오리의 모습은 볼 수 있지만, 물장구치는 오리발은 볼 수 없다”였다. 수면 위는 볼 수 있지만, 물 아래서 일어나는 것은 볼 수 없는 곳이 오거스타 내셔널이란 말로 일축하는 바람에 더는 물을 수 없었다.  

 

클럽하우스 내부에는 역사를 증명하는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왼쪽에 보비 존스가 그랜드 슬램 당시 사용했던 아이언 세트, 오른편에 진열된 역대 마스터스 챔피언들이 사용했던 클럽들을 보는 순간, 그때의 감동을 재현하고 싶은 듯 저절로 눈이 감겼다. 클럽하우스 2층에는 챔피언 전용 라커룸도 있었고, 아마추어 초청 선수를 위한 숙소인 ‘까마귀 둥지’도 있었다. 그곳에서 자면 어른이 돼 나온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간밤에 잠이 오지 않아 뜬 눈으로 아침을 맞았다. 일어나자마자 창밖을 보니 보슬비가 내려 걱정부터 앞섰다. 찰리는 라운드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눈치였다. 1번 홀 티잉 그라운드로 이동해 첫 티 샷을 앞두고 흥분된 감정부터 앞섰다. 개장 당시는 6695야드였지만 80년 세월을 거치면서 더 길게, 더 좁게, 더 빠르게 거듭났다. 지금은 파72, 7435야드로 늘렸다.  

 

매년 4월의 마스터스 대회가 끝나고 6개월은 휴장, 다음 대회를 준비한다. 각 홀의 이름은 주변에 자생하는 꽃이나 나무에서 따왔다.  

 

‘티 올리브’로 불리는 1번 홀은 파4로 티잉 그라운드부터는 내리막이지만 세컨드 샷 지점부터는 그린을 향해 오르막이어서 그린을 볼 수가 없다. 결국 3온, 3퍼트. 첫 홀부터 더블 보기로 유리알 그린을 실감했다. 

 

오거스타 내셔널의 백미는 11∼13번 홀로 이어지는 ‘아멘코너’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지의 골프기자였던 허버트 워런이 1958년 처음 이름을 붙였다. 선수들이 이곳을 지날 때마다 절로‘아멘!’이란 말을 하는 것에서 착안했다. 오거스타 내셔널에는 딱 2개의 티잉 그라운드가 있다. 마스터스 때 선수들이 치는 ‘챔피언티’와 평소 회원들 전용의 ‘멤버스티’ 뿐이다. 티잉 그라운드에 따라 매홀 100야드에서 50야드 정도 차이가 난다.  

 

이곳에는 역사적인 다리 3개가 있다. 12번 홀 그린 앞 ‘호건 브리지’는 1953년 274타의 코스 레코드를 기록하며 우승한 벤 호건을 기념한 것이다. 13번 홀의 ‘넬슨 브리지’는 1958년 대회 마지막 날 11번 홀까지 6타 차로 지고 있던 바이런 넬슨이 12번 홀 버디와 13번 홀의 이글로 역전 우승의 발판을 마련해 오히려 3타 차로 우승을 차지한 것을 기념해 만들었다. 15번 홀의 ‘사라젠 브리지’는 1935년 진 사라젠이 이 홀에서 생애 최초로 앨버트로스를 기록하면서 역전 우승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이름을 붙였다. 라운드를 끝내자 아쉬움이 컸다. 유리알 그린에 주눅이 들어 제대로 힘 한번 써 보지 못했지만, 평생 잊을 수 없는 오거스타 내셔널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낸 데 감사했다. 

 

또 명문클럽이란 역시 좋은 회원들이 만들어가는 문화, 그리고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곳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아멘코너에서의 경험은 남달랐다. 예상보다 쉽다는 느낌도 있지만 샷 결과에 따라 혹독한 시련을 안겨주는 곳이었다.  

 

11번 홀은 파4, 505야드다. S자 모양의 도그레그 홀로 우측 랜딩 존 부근에 30그루 나무를 추가로 심어놔 페어웨이에 떨어트리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린 크기도 작고 왼쪽에는 해저드, 오른쪽에는 벙커가 도사리고 있었다. 

 

필자는 멋진 드라이브 샷과 7번 아이언으로 그린에 올렸지만 2단 그린에 꽂혀 있어 퍼팅을 길게 짧게를 반복하며 4퍼트로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옛날 인디언들의 매장터였다는 12번 홀은 파3, 155야드로 챔피언티와 같았다. 그린은 옆으로 길게 배치돼 있고 앞쪽에 샛강, 뒤쪽에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가장 짧은 홀이지만 선수들이 긴장하는 이유는 시시각각 골짜기에 제트기류가 생겨 클럽 선택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곳 캐디들은 유령의 짓이라 전한다. 필자는 7번 아이언으로 온 그린, 버디를 잡지는 못했지만 파를 잡고 캐디를 바라보며 의기양양했다. 

 

13번 홀은 파5, 510야드다. 좌측으로 심하게 휜 도그레그 홀로 페어웨이 왼편을 끼고 그린 앞까지 샛강이 흐르며, 그린 뒤에는 벙커 4개가 도사리고 있다. 필자 골프 실력의 한계를 절감한 홀이기도 하다. 

 

티샷은 심한 훅이 생겨 샛강에 떨어지고, 해저드에서 레이업한 볼도 그린 앞 샛강에 빠져 필자는 망연자실했다. 이 홀에서 몇타를 쳤는지 모를 정도였다. 이날의 스코어는 평생 가슴속에 묻기로 했다. 

 

김운용: 호서대 골프학과 교수 겸 세계 100대골프장 선정위원

■ 제공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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