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 별곡 (父女 別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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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 별곡 (父女 別曲)

0 개 2,337 오소영

이제 여기 여름도 한국처럼 덥다고 느끼며 무더위 속에서 한 여름을 보냈다.

 

뙤약볕에 불화로처럼 달아오른 어느 일요일 오후.   

 

서늘한 바람 그늘이 그리워 고목으로 울창한 ‘파크’으로 달려갔다.

 

불볕에 둘러앉아서 게임을 하는 강심장의 젊은이들도 있었지만 거의가 나무밑을 차지한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한적한 겨울에 와 보면 인적이 드물어 카페는 폐점으로 차 한잔 마실 곳도 없던데...  

 

새로 생긴 카페까지 사람들로 북적였다.  

 

커피 한잔 시켜놓고 느긋하게 자리에 앉으니 어느새 더위는 저만치 사라져 갔고. 과연 휴일다운 풍경으로 갖가지 사람들 노는 모습을 구경 하는 것도 재미가 있었다.

 

키가 장대처럼 후리후리한 남자가 어깨위에 서 너살 쯤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를 무등 태우고 카페 진열장 앞에 서 있다.

 

카페에선 거의 처음 보는 색다른 손님이라 눈길이 그들에게 머물렀다.

 

이것 저것 손가락질로 가르키기도 하고 무언가를 집어서 머리위로 치켜들며 연신 아이에게 주는 시늉을 하는데 아이를 웃기려고 하는 제스츄어 같았다.

 

“재밌는 아빠네...” 

 

나 말고도 보는이들이 재밌어 하는데 웬 일인지 막상 아이는 관심 없다는 듯 딴청으로 시선이 먼 곳에 가 있다. 

 

(뭣 때문에 저리도 화가 나 있을까? ) 

 

바깥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그 남자는 아이를 의자에 앉히고 안으로 들어가 무언가를 바쁘게 주문을 하고 돌아서서 나가는데 등줄기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배낭을 짊어지고 아이를 그렇게 무등태우고 많이 돌아다닌 행색이 뚜렷했다.   

 

수건을 적셔 손이며 얼굴을 닦아주고 먹을걸 날라오며 아이의 비위를 맞추려 무척이나 애를 쓰는 그 남자. 아이는 계속 시큰둥한 표정으로 앉아만 있다. 차라리 울기라도 했더라면 뭔가 불편해서 그러러니 할텐데 그냥 물끄러미 표정없이 앉아만 있는게 너무 이상했다. 아마 잠에서 덜깬 아이를 아빠가 엄청 귀찮게 하는 모양인가 라고 생각되었다. “저 애는 꼭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같네” 문득 그런 말이 절로 나왔고 괜스레 웃음도 나왔다.   

 

그런 아이 앞에서 몸짓으로 계속 재롱떠는 아빠가 민망해서 시선을 돌리고야 말았다.

 

“괜한 남의 일에 신경쓰지 말고 커피나 드십시다” 정말로 싸늘하게 식은 커피를 마셨다.

 

나무 그림자가 차츰 길게 드리워질 무렵.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가 있는 파킹장으로 나왔는데. 키 큰 그 남자가 다시 내 시야에 들어왔다.

 

까만 자동차 뒷 시트 쪽으로 허리를 깊이 숙이고 연신 뽀뽀를 보내고 있었다. 운전석엔 머리 희끗한 노인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앉아 있더니 생각난듯 부르릉 시동을 걸었다. 

 

남자는 아쉬운듯 사라져가는 차를 바라보며 한 발작씩 걸음을 옮겼다. 아까 화사하게 웃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고 일그러진 표정이었다. 

 

땀으로 젖은 옷, 아직 그대로 쳐져있는 어깨, 그의 뒷모습이 너무 쓸쓸 해 보였다.  

 

(아! 그런거였구나)   

 

나름 상황이 짐작 되었고 혹시 울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안쓰러움이 순간적으로 느껴졌다.

 

이혼 부부의 아이가 별거의 아빠를 만나는 날 이었나보다. 아이가 낯도 익히기 전에 헤어졌는지?.... 

 

아이는 아빠가 낯설어 내내 무관심이었고 아빠는 그런 딸이 안타가워 친해지려고 재롱떨고...

픽업을 하신 분은 아이의 외할아버지였을까?

 

돌아오면서 마치 내 일이기라도 한듯 마음이 무거웠다.  

 

요즘같은 세상 수 만리 밖에서도 얼굴 보며 통화하고 곁에 있는듯 살아가는데 가까이 있어도 마음이 닫혀 있으니 수 만리 밖 보다도 더 멀고 멀구나.

 

아이는 언제쯤 아빠와 정이 통할까?

 

오늘같은 정성으로 끊임없이 사랑을 베풀면 아빠의 진심을 알고 마음을 열겠지.   

 

그들 부녀가 오늘밤 내 단잠을 빼앗아 갈 것만 같은 불안감이 떠나질 않는다. 내 걱정이 세상을 바꾸는 것도 아니잖은가. 부질없는 노파심은 이제 버려야 편하게 살 수 있음을 아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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