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베일의 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일곱 베일의 춤

0 개 4,489 한일수

 

e941a399736629c8487dfb9fbdd1f51a_1457565849_9905.jpg

 

‘모든 괴짜가 다 천재(天才)인 것은 아니지만, 모든 천재는 다 괴짜이다.’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1854-1900)는 19세기 말을 대표하는 아일랜드 출신의 시인, 소설가, 극작가, 평론가이다. 그가 미국에 입국할 때 세관 신고서에 자기의 재능 외에는 아무 것도 신고할 것이 없다고 적어낼 정도로 자만심이 강한 괴짜였다. ‘예술을 위한 예술’을 표방하고 탐미주의(耽美主義, Aestheticism)를 주창한 그는 남색사건(男色事件)에 휘말려 말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출옥 후 파리에서 궁핍한 생활을 하다가 20세기가 시작되자 쓸쓸하게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가 1891년에 남긴 유일한 장편 소설「도리언 그레이의 초상(The picture of Dorian Grey」은 19세기 말 문학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후 1892년에 프랑스 어로 발표한 희곡「살로메(Salome)」는 감히 엽기적이라고 할 만큼 팸므파탈(Femme Fatal)의 전형적인 작품이다. 팸므파탈은 프랑스어이며 영어로는 ‘Fatal woman’에 해당되는 말이다. 주체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니고 신비로움으로 둘러 싸여 있어 특히 남자를 위험이나 재앙에 빠뜨리는 여성을 말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여성의 신비로움이 너무 개방되어 있어 누구에게서도 신비감을 찾을 수 없으므로 이러한 현실은 어찌 보면 현대인의 비극이라 할 수도 있다. 

 

오스카 와일드는 신약 성서에 나오는 몇 줄의 이야기를 가지고 특유의 끼를 발휘하여 희곡으로 구성하였다. 신약성서 마태오복음 14장과 마르코복음 6장에 헤로데 대왕과 그 동생 필립보의 아내 헤로디아, 그들의 딸 살로메, 세례자 요한의 이야기가 나온다. “헤로데 왕은 동생의 아내 헤로디아를 취하고 이를 비난하는 요한을 옥에 가둔다. 요한에게 앙심을 품은 헤로디아는 복수할 기회를 찾던 중 마침 헤로데의 생일이 되어 잔치가 벌어졌을 때 살로메로 하여금 매혹적인 춤을 추어 헤로데를 매혹하게 만든다. 헤로데는 살로메에게 무슨 소원이든 들어줄 것이며 살로메가 원하는 것이라면 왕국의 절반이라도 주겠다고 약속한다. 살로메는 어머니 헤로디아에게서 소원을 받고 요한의 목을 쟁반에 담아서 가져다 달라고 요청하였다”는 내용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기존의 이야기에다 좀 더 극적이고 막장에 나올 법한 요소를 가미하였다. 영국인보다 더 영어를 잘 구사하는 오스카 와일드가 발표한 ‘살로메’라는 드라마의 핵심은 비밀을 얘기하는 것이다. 그 비밀이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다. 살로메의 모티브를 상징주의 기법을 통해 집필하였으며 와일드의 다중성이 반영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일랜드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하였으며 프랑스로 피신해서 살았던 와일드가 자신의 정체성을 지니기 위해 가면으로 프랑스의 상징주의를 도용(盜用)했다고 본다. 드라마에 나오는 살로메의 ‘일곱 베일의 춤(The dance of the seven veils)’은 액션의 다양한 복잡성이 교차하는 결절점이다. 

 

의붓아버지인 헤로데 왕이 살로메를 탐하고 살로메는 요한의 매력에 이끌려 사랑을 구하지만 거절당하고 헤로디아는 요한에 대한 적개심에 불타고 있는 등 복잡한 삼각관계가 펼쳐진다. 춤을 추는 순간 살로메의 인간적인 것(살로메의 요한에 대한 소유욕), 인간 이하의 것(살로메의 어두운 퇴폐적 관능 욕구), 초인간적인 것(살로메가 인습적 억압을 벗어나 미적 초월을 이루려는 욕구) 등 모두가 구현되는 순간이다. 

 

와일드에 의해 쓰여 진 희곡「살로메」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 Strauss)에 의해 오페라로 작곡되어 1905년도에 초연되었는데 20세기 초에 세기적인 충격을 던져준 파격적인 오페라가 되었다. 헤로데의 생일잔치에서 10여 분 동안 펼쳐지는 살로메의 관능적인 ‘일곱 베일의 춤’은 파격적이다. 일곱 개의 베일을 겹겹이 두르고 춤을 추면서 곡이 진행됨에 따라 한 겹씩 벗어던지게 된다. 거의 나체가 되어 헤로데왕의 발밑에 쓰러지니 왕은 정신 나간 사람처럼 매료된다. 춤을 춘 대가로 살로메는 요한의 목을 헤로데왕에게 요구하게 되고 은쟁반에 담아 온 요한의 목에서 뜨거운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데 살로메는 그 목에 키스를 퍼붓는다. 

 

살로메의 원작자인 오스카 와일드 자신도 살로메라는 극중 인물에 완전히 경도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대본가, 작곡가를 포함해 세 명의 남성이 모두 내용을 넘어서 살로메라는 어린 여성이 가진 관능성에 끌리고 있었던 것이다. 살로메는 원작자 와일드가 어떻게 의도했던지 간에 오페라에서 더 유명해졌다. 살로메에 화려한 시각적, 청각적 금빛 날개를 달아준 건 슈트라우스였다. 세상에서 가장 강렬하고 인상적이며 총체적인 예술작품이 된 「살로메」 ……. 

 

탐미주의의 전성시대를 연 오스카 와일드는 정신보다는 감각을, 내용보다는 형식을, 현실보다는 공상을 중시하고 아름다움을 진실함이나 선함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고 때로는 악에서 까지 미를 발견하는 경향을 띤다. 천재와 광기를 넘나드는 오스카 와일드의 한마디 - ‘남자란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 날엔 그 여자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해주지만, 단 한 가지 해주지 않는 것은 언제까지든지 계속해서 사랑해주는 일이다’. 

 

남자는 나이 70에야 철이 든다

댓글 0 | 조회 7,083 | 2015.06.09
“어느 남자가 하느님한테 가서 하소연을 했다. ‘하느님, 왜 남편은 하루 종일 고생하며 돈 벌어서 집에 갖다 주는데 아내는 남편이 벌어 온 돈 가지고 흐늘거리며 … 더보기

주례 없는 주례사

댓글 0 | 조회 6,055 | 2015.12.23
결혼을 준비하면서 제일 먼저 대두되는 고민거리 하나가 주례(主禮)를 누구로 모시느냐이다. 신랑 신부 측 부모님과 당사자들과의 의견 조율도 필요하고 주례자를 통해서… 더보기

바이칼 호수에서 아오테아로아 까지

댓글 0 | 조회 5,968 | 2015.07.15
“나는 바이칼 호의 가을 물결을 바라보면서 이 글을 쓰오. 나의 고국 조선은 아직도 처서(處署) 더위로 땀을 흘리리라고 생각하지마는 고국서 칠천 리, 이 바이칼 … 더보기

백두산 천지

댓글 0 | 조회 5,872 | 2015.01.29
한국인이 백두산 천지(白頭山 天池)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남다르다 하겠다. 그만큼 우리 민족의 핏속에는 백두산의 정기(正氣)가 흐르고 있으며 고구려의 혼(魂)이 … 더보기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감성

댓글 0 | 조회 5,567 | 2014.09.09
‘우는 아이 젖 준다’는 말을 요새 디지털 시대의 아이들이 이해할까 싶다. 젖 먹이가 아닌 어린 애가 울 때는 호랑이가 온다고 겁을 주어 달래기도 했고 곶감을 준… 더보기

중국인들이 몰려온다

댓글 0 | 조회 5,280 | 2016.02.24
우리가 흔히 중국 사람이라고 말하는 중국인은 내용적으로 각각 성격이 다른 부류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중국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영어로 표… 더보기

모자이크 사회

댓글 0 | 조회 5,274 | 2015.11.26
현대사회는 모자이크(Mosaic)와 같다. 하나의 모자이크가 훌륭한 예술품으로서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참여한 각자의 조각들이 제 자리에서 제 몫을 해주… 더보기

정원 딸린 주택에 사는 팔자 (I)

댓글 0 | 조회 4,959 | 2016.03.23
조물주는 세상에 똑 같은 모습이나 개성을 지닌 인간을 만들지 못했다. 아무리 예쁜 여자라도 좌우 대칭이 정확하지는 않다고 한다. 심지어 얼굴도 자세히 보면 좌우가… 더보기

오클랜드 부동산 사들이기

댓글 0 | 조회 4,912 | 2016.04.29
금년 말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금 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선거가 한창이다. 그런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가 미국 최고의 부동산 … 더보기

어느 눈 먼 소녀를 위한 소나타 (Ⅱ)

댓글 0 | 조회 4,884 | 2014.08.12
어느 눈 먼 소녀의 영혼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월광곡, 어느 날엔가 나에게도 눈 먼 소녀가 있어, 그녀의 영혼이 허전하다고 느낄 때…… 서양 음악가 중에 우리에… 더보기
Now

현재 일곱 베일의 춤

댓글 0 | 조회 4,490 | 2016.03.10
‘모든 괴짜가 다 천재(天才)인 것은 아니지만, 모든 천재는 다 괴짜이다.’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1854-1900)는 19세기 말을 대표하는 아… 더보기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들

댓글 0 | 조회 4,328 | 2017.03.08
마음의 평온과 안정을 가지고 재물 때문에 남을 헐뜯거나 돈만을 위해서 일하지 말고 행복을 위해서 노력해야……9900만원 재산을 가진 사람한테 100만원만 빌려달라… 더보기

김포공항에서 주저 앉아버린 애 엄마

댓글 0 | 조회 4,023 | 2015.05.26
뉴질랜드로의 한국인 이민 물결이 한창 상승세를 이룰 무렵 1995년 5월에는 하나은행에서 주관하는 이민자 영어교실 멤버들의 야유회가 열렸다. 남서울대공원에서 열린… 더보기

민들레의 영토

댓글 0 | 조회 3,791 | 2014.06.24
“골프장 관리인과 잔디를 꼼꼼하게 관리하는 집 주인에게 공적(公敵) 1호인 민들레는 그러나 절대로 없앨 수 없는 잡초이다”라고 멕시코 시니 뉴스지가 표현했다. 민… 더보기

뉴질랜드에서 한인총회가 처음 열리던 날

댓글 0 | 조회 3,755 | 2014.09.23
일제 강점기의 민족사학자 단재 신채호(丹齋 申采浩, 1880-1936) 선생은 “역사를 잊어버린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라고 경고했다. 이를 뉴질랜드 다민족 사회에… 더보기

동물 농장에서 무슨 일이?

댓글 0 | 조회 3,604 | 2016.06.23
오클랜드 전원일기 (4)“장원(莊園) 농장에서 평소 소홀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 가축들이 돼지의 지도 아래 반란을 일으켜 농장주 존스와 관리인들을 내쫓고 동… 더보기

태평양 문명 시대의 오세아니아

댓글 0 | 조회 3,461 | 2014.08.26
1900년대 초 미국 국무장관이던 헤이(John Hay)가 ‘지중해는 과거의 바다, 대서양은 현재의 바다, 태평양은 미래의 바다’라고 말했다. 이를 100년이 지… 더보기

어느 눈 먼 소녀를 위한 소나타 (I)

댓글 0 | 조회 3,419 | 2014.07.22
인간의 영혼(靈魂)은 모든 참된 문학, 예술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문제이리라. 지구상의 모든 생물 중 오직 인간만이 현재에 살면서 과거를 반추하고 미래를 설계하며 … 더보기

풍수 - 믿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댓글 0 | 조회 3,334 | 2015.10.14
부동산 광고를 보거나 부동산 옥셔니어(Auctioneer)의 외치는 소리를 들어보면 제일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로케이션(Location) 이다. 부동산(不動産)은… 더보기

빗물 받아먹는 선진국

댓글 0 | 조회 3,308 | 2016.07.13
오클랜드 전원일기 (5)고대 로마 시대에 이미 도시 상수도가 건설되어 생활용수, 음료수, 분수용 등으로 물을 공급했다는 사실은 우리를 경이롭게 만든다. 그러나 로… 더보기

오클랜드 쓰나미

댓글 0 | 조회 3,245 | 2016.09.14
21세기에 접어들어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재앙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2004년 12월 26일 1,200km 길이의 단층대가 인도 지각판과 버마 지각판 사이의 … 더보기

유기농 식품에 눈을 뜨다

댓글 0 | 조회 3,243 | 2016.07.28
오클랜드 전원일기 (6)먼저 살던 키위도 비즈니스로 농사를 지은 것은 아니지만 마당 한 쪽에 온실도 마련해 놓았고 채소밭도 조성해두었다. 자급용 농장인 셈이다. … 더보기

엄마야 누나야 해변 살자

댓글 0 | 조회 3,114 | 2014.07.08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김소월 시인(1902, 8 - 1934, 12)은 … 더보기

돈이 되는 내 집 찾기 (I)

댓글 0 | 조회 3,084 | 2015.09.09
‘씨 뷰 (Sea view)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 서울에서 이민을 준비할 때부터 집을 살 때 바다가 보이는 위치의 중요성에 대해서 수없이 들… 더보기

아, 스코틀랜드!

댓글 0 | 조회 3,011 | 2014.10.14
아는 만큼 즐겁고 행복하다. 모르는 만큼 답답하고 불편하다. 뉴질랜드에 살면서 이 나라의 가장 인기 종목인 럭비나 요트 경기에 대해서 그 경기 방식에 익숙하지 못…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