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기술 (Ⅲ-1) - 쓰기의 기술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공부의 기술 (Ⅲ-1) - 쓰기의 기술

0 개 1,991 김준

간혹 필자와 상담을 하는 학부모님들이나 학생들이 ‘영어’가 약해서 과학도 잘 하지 못한다 라며 일견 억울한듯한 감정을 드러낼 때가 있다. 만약 한국에서처럼 자신에게 익숙한 언어로 문제를 읽고 답안을 적는다면 훨씬 점수가 잘 나왔을 것이라는 이야기 이기도 하는데 그에 대한 필자의 견해는 죄송스럽게도 ‘영어’ 실력의 부족으로 인해 ‘과학’ 성적이 떨어진다는 것은 매우 unlikely 하다는 쪽이다. 

 

그 분들의 이야기 대로라면 영어를 잘하는 학생들은 과학도 잘해야 한다는 말이 되는데 누구나 알고 있듯 이는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필자가 기본적인 영어실력 없이도 과학 점수를 많이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만약 학생의 영어실력이 극도로 부족해 문장 자체를 아예 이해하지 못하거나 혹은 용어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당연히 과학뿐 아니라 그 외의 모든 과목도 바닥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은 자명한 일이며 영어는 우리가 살고 있는 뉴질랜드의 기본 소통수단이고 어떤 수를 써서든 익숙해져야만 하는 ‘도구’이니만큼 그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도구’의 성능에 따라 다른 과목의 성적이 천차만별로 바뀌기는 힘들며 오히려 성능이 좋던 안 좋던 학생들이 자신의 도구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영어실력 탓을 하는 상황이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일단 영어실력과 과학성적이 크게 관계가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과학과목에 등장하는 단어들은 무언가를 지칭하는 ‘고유명사’와 일반적으로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일반명사’ ‘동사’ ‘형용사’ 들이 있다. 이런 단어들이 조합되어 문장을 이루고 이런 문장들이 때로는 Text book에 때로는 시험지의 instruction 에 등장하게 된다. 물론 때론 학생들이 직접 써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고유명사 라는 것들은 거의 라틴어나 프랑스어 쪽에서 온 것들이어서 영어권 원어민이라 하더라도 생소해 할 단어들이 대부분이고 따라서 키위학생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니 우리 아이들이 부족한 영어실력에 의한 핸디캡을 주장하기는 무리가 있다. 그 외의 일반 단어들 또한 대부분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이어서 친숙할 뿐더러 혹 과학적 특수성 때문에 일반적인 의미가 아닌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하더라도 공부하는 동안 계속 반복되어 출현하므로 짧은 시간에 익숙해지게 된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영어 자체가 과학 공부의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왜 자꾸만 영어 때문에 손해 보는 기분이 드는 걸까?

 

문제는 영어실력 자체가 아니라 영어를 사용하는 기술의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실제로 영국 내 캠브리지 과정인 AQA과정의 문제들은 학생이 모든 문제에 완벽한 답을 제출하면 100% 이상의 점수를 받을 수 있는데 (Raw mark) 그 이유는 대부분 맨 마지막 문제인 에세이 문제에서 writing 기술이 좋아서 효과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서술한 경우 추가 점수를 받기 때문이다. 

 

그게 영어 실력 아니냐고? 글쎄..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만 더 정확히 본다면 문제에서 질문하는 ‘요지’를 얼마나 잘 파악했느냐 그리고 자신의 지식을 얼마나 ‘정확’ 하고 순서에 맞춰 썼느냐에 따라 Quality가 결정되는 걸로 봐서는 흔히 생각하는 영어적 writing이 아니라 정확한 문제 파악과 정확한 지식의 표현으로 대변될 수 있는 영어 사용 ‘기술’의 문제이지 싶다. 

 

그럼 이번엔 멀리 떨어진 영국 이야기 말고 당장 뉴질랜드 교육시스템인 NCEA 시스템을 생각해 보자. 아래는 NZQA site에서 복사한 Y13 물리 assessment topic들이다. 

 

1a575a6ba156639cc495b38512dfaa03_1456371901_6424.jpg
 

맨 왼쪽에 코드가 있고 bold체로 각 토픽의 이름이 적혀 있다. 

 

‘첫 번째는 글을 읽고 뭐… 그에 대한 거 쓰는 거고 둘째는 wave 니까 파동에 대한 거고…’

라고 우리 아이들은 읽는다. 왜냐하면 무엇이든 읽으면서 요점을 파악하라고 어려서부터 배워왔기 때문이다. 누구도 문장 전체를 처음부터 자세하게 한 글자 한 글자 읽으며 의미를 파악하라고 배워 보지 않았다! 사실 위의 제목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처음 세 단어, Demonstrate understanding of 이다. Of 뒤에 뭐가 오던, wave에 대한 것이든 mechanics에 대한 것이든 관계없이 NZQA에서는 학생들이 이해한 것을 (understanding) 얼마나 잘 보여주는지 (Demonstrate) 평가하겠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아무리 머리 속에 지식이 풍부하다 하더라도 그 지식을 문제에서 요구하는 방향으로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하면 고득점은 요원하다는 말이 되고 바로 여기에서 NCEA의 고질병인 단어 하나 잘 못써서 Excellence 마크 다 받고 Fail 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에 대해 항변할 말이 없다. 이미 topic title자체가 자신의 지식을 얼마나 잘 ‘표현’하는지에 따라 점수를 주겠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은 그저 계산기 두드리며 숫자만 찾아내는 것이 물리라고 배워왔고 또 그 방향으로만 가고 있으니 말이다.

 

- 3.2에 계속 -

 

Internal? External!!

댓글 0 | 조회 1,204 | 2021.04.14
늦은 시간의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은 한적하기보다는 얼핏 을씨년스럽기조차 했습니다. 아마 진한 겨울비 냄새를 머금은 눅눅한 공기가 처량맞은 감성을 사방팔방 대류시키기… 더보기

코비드19 시대의 공부 - 적극적 숙제완료

댓글 0 | 조회 1,306 | 2021.03.10
자~ 지난 시간에 숙제 준 문제들 다들 풀어봤지? 그 중에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이나 잘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 있으면 이야기 해보자~말은 클라스에 있는 모든 학… 더보기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옵시고..

댓글 0 | 조회 1,283 | 2021.02.23
며칠간의 반짝 Lockdown은 제가 그동안 얼마나 이 세계적인 대재앙에 대해 무디게 살아왔는지를 반성하게 했습니다. 불과 몇 개월전인 작년 말만 하더라도 Cov… 더보기

자작나무를 열다

댓글 0 | 조회 1,377 | 2021.02.11
‘휘바휘바~’혹시 들어보신적 있으신가요?한국의 한 제과회사가 만드는 껌 광고에 등장하는 핀란드어인데, 그 뜻은 ‘좋아좋아’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혹시 나중에 핀란… 더보기

마찰

댓글 0 | 조회 1,153 | 2021.01.13
새해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며칠전.. 아침에 일어나 카페인충전을 하려다보니 제가 아끼는 커피 텀블러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같은 커피라도 좋아하는 텀블러에 … 더보기

힐링, 킬링

댓글 0 | 조회 1,396 | 2020.12.23
2차대전이 발발하기 2년전인 1937년, 미국 국방부의 보급품을 담당하는 병참장교였던 ‘폴 로간’ 대령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 동안 최전선의 병사들에게 … 더보기

변해야 할것, 변하지 말아야 할것

댓글 0 | 조회 1,618 | 2020.12.08
1.아침이 밝았습니다.창호지를 바른 네모 반듯한 창문은 하얀 광채를 뿜어내며 어서 빨리 집안으로 햇빛을 들이라고 야단입니다. 그 성화에 못이겨 나무틀 미닫이창을 … 더보기

짝퉁성공, 명품실패

댓글 0 | 조회 2,090 | 2020.11.25
몇 년전인지 계산하기도 쉽지 않은 중학생 시절의 일입니다. 제가 다니던 시골중학교에 새로운 교장 선생님께서 부임해 오셨습니다. 나름 진취적인 성향을 지녔다고 자부… 더보기

힘내라! 중위권~

댓글 0 | 조회 1,348 | 2020.11.10
예상치 못했던 코비드19의 여파로 학습의 뿌리부터 흔들리고야 말았던 2020학년도가 이제 거의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달력의 장수로 본다면 아직 12월 한장이 온전… 더보기

떡갈나무 아래에서

댓글 0 | 조회 1,703 | 2020.10.28
초여름의 공원길을 걸었습니다.한적하게 사브작사브작 시간을 즐기는 산책은 아니었지만 며칠만에 다시 찾아온 여름 하늘은 그 아래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신나고 설레… 더보기

코로나 시대의 시험준비

댓글 0 | 조회 1,559 | 2020.10.13
이제 2020년도 10월 중순으로 접어들어 본격적인 연말시험기간에 들어섰습니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아이들은 점점 다가오는 연말시험의 중압감을 피부로… 더보기

그대, 알바트로스

댓글 0 | 조회 1,236 | 2020.09.22
십 수년전의 어느날. 발길 닿는대로 남섬을 여행하던 중 더니든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은 커녕 인터넷카페도 몇 개 없었던 그 시절엔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 더보기

너 자신을 알라

댓글 0 | 조회 1,391 | 2020.08.26
세상은 넓고 먹거리는 많다지만 그 다양하고 풍성한 음식들 가운데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음식으로 유명한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화산활동으로 유명한 나라 아이슬란드입… 더보기

남에게 속고 나에게 당하고..

댓글 0 | 조회 1,623 | 2020.08.12
사랑하고 존경하는 지인의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나누던 지난 주말. 한참 이야기꽃을 피워가며 맛나게 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띠링띠링 전화가 울렸습니다. 연락올 … 더보기

다시 8월에 서서

댓글 0 | 조회 1,096 | 2020.07.29
어느덧 말도 많고 사연도 많았던 2020년을 두동강내며 term3가 시작되었습니다. 한 학년의 가운데를 가로 지르는 term2 방학이 끝났으니 이제는 하반기로 접… 더보기

사람은 사람으로..

댓글 0 | 조회 1,484 | 2020.07.15
몇 년 전의 일입니다. 당시엔 나름 큰 충격을 받아서 여기저기에 소문까지 내 가며 우리 아이들을 어떤 방향으로 지도해나가야 할까 모색하느라 고민했었는데요. 사람이… 더보기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댓글 0 | 조회 1,288 | 2020.06.24
1960년 5월 11일.아르헨티나의 한 주택가에 눈매가 날카로운 청년들 7명이 서 있었습니다. 초조해보이는 모습들이 아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합니다. 시간… 더보기

긍정의 힘?

댓글 0 | 조회 1,284 | 2020.06.10
‘아직도 거기야?’‘네..’‘헐.. 어쩔려고 그런데니...?’지난 2주간 학생들과 가장 많이 나눈 대화를 요약하면 딱 위의 세 줄이 될것 같습니다. 저는 수업시작… 더보기

슴새는 배가불러 죽었다

댓글 0 | 조회 1,334 | 2020.05.26
대한민국에서 가장 뉴질랜드스러운 땅, 제주도.그 제주도의 북쪽 언저리 푸른 바다에는 ‘사수도’라 불리우는 섬이 하나 떠 있습니다. 작고 아담한 돌섬인 이 사수도는… 더보기

그러면.. 어떻게 살 것인가?

댓글 0 | 조회 2,503 | 2020.05.13
‘Pandemic’은 이제 주변에 차고 넘칩니다. 그야말로 ‘Pandemic’의 pandemic 입니다.누구나 이야기하고 어느 누구도 해결점을 알지 못하기에 이 … 더보기

열심히, 하지만 안 열심히

댓글 0 | 조회 1,497 | 2020.03.25
한마디만 던졌다가는 금방 눈물을 뚝 떨굴것만 같았던 Z가 오히려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왜.. 그럴까요...? 왜 저는 성적이 안 오르는 걸까요?”애먼 창 밖 구… 더보기

바이러스 대첩

댓글 0 | 조회 1,503 | 2020.03.11
요즈음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 말고는 대화의 주제가 거의 없는 일상을 살고 있는듯 합니다. 지인들과의 대화도 ‘몸은 건강하냐’로 시작해서 ‘몸조심해라’로 … 더보기

나는 왜 ‘공부운’이 없을까?

댓글 0 | 조회 1,162 | 2020.02.26
2002년 겨울, 미국의 솔트레이크시티(Salt Lake City).한창 동계올림픽의 열기에 휩싸여 있는 이 도시에서 기적과도 같은 금메달 수상자가 탄생했습니다.… 더보기

‘자기주도학습’은 없다

댓글 0 | 조회 1,025 | 2020.02.12
지인의 가족과 함께 부부동반으로 점심식사를 하러 갔을때였습니다.지금은 자취를 감춘 한 경양식 레스토랑이었는데요. 입맛이 아직 초딩인 저는 누구랑 같이 시간을 보내… 더보기

해(年)에게서 소년에게

댓글 0 | 조회 990 | 2020.01.29
코리안포스트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경자년의 첫번째 칼럼을 쓰면서 문득 생각해보니 이 일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햇수로 6년째에 접어들더군요. 그동안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