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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선사

동진스님 0 2,597 2016.02.25 15:21

일본 임제종의 선불교를 중흥시킨 백은<白隱 하쿠인: 1685~1768>선사는 수행으로 명성이 드높아 살아있는 부처라고 일컬어지시는 분인데 많은 스님들과 수행하며 함께 송음사에 머물고 있었다.

 

그런데 절 입구 마을의 두부장수집 부부에게는 아름다운 딸이 있었는데 어느 날 점점 배가 불러왔다. 딸이 이웃 총각과 정을 통하여 아기를 갖게 되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안 딸의 부모는 크게 분노하여 몽둥이를 들고 심하게 추궁했다.

 

“감히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가지다니! 어느 놈의 씨를 뱃속에 넣었느냐? 몽둥이로 패 죽이기 전에 사실대로 말해라. 내 그 놈을 가만 두지 않겠다.”

 

살기등등한 부모님의 추궁에 딸은 사실대로 말 할 수가 없었다.

 

그대로 말하였다가는 자신도 그 남자도 뱃속의 아기도 살아남지 못할 것 같았기에 거짓말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부부가 딸을 점점 다그치자 얼떨결에 부모님이 존경하는 높은 분 이름을 대면 그냥 넘어갈 것으로 생각해서 아이의 아버지가 “윗 절의 백은스님....”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부모의 분노는 사람들로부터 깊은 존경을 받고 있는 백은스님께로 옮겨갔다.

 

서슬이 시퍼런 얼굴로 스님을 찾아간 딸의 부모는 질문을 던졌는데 “우리 딸이 스님의 아기를 가졌다고 하던데요?”

 

“아, 그렇습니까?”

 

스님이 이렇게 답하자 딸의 부모는 온갖 원망과 저주의 욕설을 퍼부었고 큰스님으로 존경받던 백은스님은 그 순간부터 손가락을 받으며 살아야 했다.

 

또한 이 소식이 알려지자 마을 사람들의 비난이 빗발쳤는데 “불가에 입적한 스님이 처녀와 바람을 피워 아이를 낳았다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요?”

 

그리고 몇 달 뒤 딸이 아이를 낳자 딸의 부모는 아기를 안고 스님을 찾아와 말했다.

 

“당신의 잘못으로 생겨난 당신의 아이이니 당신이 키우시오.” 

 

스님은 “아, 그렇습니까?” ‘좋다 싫다’는 말 한마디 없이 아기를 안고 동네 집집을 찾아다니며 젖을 얻어 먹였고 똥오줌을 받아주고 목욕도 시키며 정성껏 키웠다.

 

그 후 아기 엄마는 이웃청년과 결혼했는데 벌을 받았는지 세월이 몇 년이 지나도 통 아기가 안서는 것이었다.

 

결국, 두 부부는 모성애와 죄책감으로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부모에게 사실을 고백했다. 

 

백은선사가 키우는 아기는 원래 자신들의 혼전관계로 낳은 아기라고…….

 

이 사실을 안 딸의 부모는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딸의 허물이 문제가 아니라 존경하던 큰스님을 파계승으로 전락시켰고 아기까지 키우게 하였으니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었다.

 

부모와 딸은 백은스님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밝히고 깊이깊이 사죄하고 아기를 돌려줄 것을 청했다. “죄송합니다. 스님, 아이의 아버지는 제 딸의 남편이었습니다. 혼전에 그만... 흐흑, 용서해주세요.” 

 

모든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만 있던 백은스님은 별다른 표정 없이 말했다.

 

“아, 그렇습니까?”

 

이 한마디와 함께 스님은 아기를 그들 품으로 넘겨주었다.

 

부모와 마을 사람들은 그제야 진실을 알게 되었고 그토록 많은 비난을 퍼부어도 끄덕 하지 않던 백은선사를 큰스님으로 더욱 공경하게 되었다.

 

“아, 그렇습니까?”

 

백은스님의 마음에는 ‘나’가 없었다. ‘나’의 명예와 불명예, ‘나’의 수고로움, 상대방에 대한 원망이나 괘씸함 따위도 없었다. 마하심을 깨달은 스님께서는 마하심에서 우러나오는 대자비로 아기를 거두어 정성껏 키웠을 뿐이다.

 

진실은 밝혀지기 마련이지만, 이 스님처럼 묵묵히 참고 견디기는 정말 힘들다. 더구나 누명까지 쓴 바에야…….

 

이러한 삶의 자세가 허구인지 진실인지 알아 소중한 인생을 탐욕으로 허비하지 않아야 한다. ‘나’ 와 ‘나’의 이기심으로 세상을 흔들며 살지 않아야 한다. 

 

사랑과 자비로 지혜롭게 살아야 한다.

 

꿈과 허깨비와 허공의 꽃을 

어찌 애써 잡으려 하는가.

얻고 잃고 옳고 그릇됨을 

일시에 놓아버릴지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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