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그륵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어머니의 그륵

0 개 1,628 오클랜드 문학회

                           글쓴이: 정 일근

 

어머니는 그륵이라 쓰고 읽으신다

그륵이 아니라 그릇이 바른 말이지만

어머니에게 그릇은 그륵이다

물을 담아 오신 어머니의 그륵을 앞에 두고

그륵, 그륵 중얼거려보면 

그륵에 담긴 물이 편안한 수평을 찾고

어머니의 그륵에 담겨졌던 모든 것들이 

사람의 체온처럼 따뜻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학교에서 그릇이라 배웠지만

어머니는 인생을 통해 그륵이라 배웠다

그래서 내가 담는 한 그릇의 물과

어머니가 담는 한 그륵의 물은 다르다

말 하나가 살아남아 빛나기 위해서는

말과 하나가 되는 사랑이 있어야 하는데

어머니는 어머니의 삶을 통해 말을 만드셨고 

나는 사전을 통해 쉽게 말을 찾았다

무릇 시인이라면 하찮은 것들의 이름이라도

뜨겁게 살아있도록 불러 주어야 하는데 

두툼한 개정판 국어사전을 자랑처럼 옆에 두고 

서정시를 쓰는 내가 부끄러워진다

 

길상사

댓글 0 | 조회 835 | 2022.03.23
시인 이산하절로 가는 길은 성당을 거쳐야 하고성당으로 가는 길은 절을 거쳐야 한다.성당 마당에는 목련과 은행나무가 서 있다.목련나무는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 있고… 더보기

사랑과 평화

댓글 0 | 조회 830 | 2022.03.09
시인: 이문재사람이 만든 책보다책이 만든 사람이 더 많다사람이 만든 노래보다노래가 만든 사람이 더 많다사람이 만든 길보다길이 만든 사람이 더 많다사랑으로 가는 길… 더보기

청춘바람

댓글 0 | 조회 762 | 2022.02.23
시인 이 운룡청춘의 말은 시고 떫다.사랑은 비계 덩어리여서포식하면 설사해버린다.하지만 나는시고 떫은 풋과일만 따먹고 말았다.짝사랑의 싱건지 국물만 퍼마셨다.봄날 … 더보기

자카란다 나무 아래서

댓글 0 | 조회 1,247 | 2022.02.10
■ 최 재호보라색 자카란다 꽃잎이 떨어져 길 위에 깔려 있다고해하 듯 그 꽃잎을 밟고 간다보라색 사제복을 입은 신부를 떠올리며노을같은 구세주가 그리워지는 초저녁한… 더보기

내 마음의 방

댓글 0 | 조회 773 | 2022.01.27
■ 시인 박 노해지상에 집 한 채 갖지 못한 나는아직도 유랑자로 떠다니는 나는내 마음 깊은 곳에 나만의 작은 방이 하나 있어눈물로 들어가 빛으로 나오는 심연의 방… 더보기

새해 아침

댓글 0 | 조회 870 | 2022.01.12
시인 송 수권새해 아침은 불을 껐다 다시 켜듯이그렇게 떨리는 가슴으로 오십시오답답하고 화나고 두렵고또 얼마나 허전하고 가난했습니까?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 더보기

그 날 나는 슬픔도 배불렀다

댓글 0 | 조회 986 | 2021.12.21
시인 함민복아래층에서 물 틀면 단수가 되는좁은 계단을 올라야 하는 전세방에서만학을 하는 나의 등록금을 위해사글셋방으로 이사를 떠나는 형님네달그락거리던 밥그릇들베니… 더보기

기차를 기다리며

댓글 0 | 조회 827 | 2021.12.08
시인 천 양희기차를 기다려보니 알겠다기다린다는 것이 얼마나 긴 일인지얼마나 서러운 평생의 평행선인지기차를 기다려보니 알겠다기차역은 또 얼마나 긴 기차를 밀었는지철… 더보기

초록의 힘

댓글 0 | 조회 897 | 2021.11.24
시인 오민석초록의 힘은 자라는 것초록의 힘은닿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끝없이 손을 내미는 것노란, 빨간, 하얀도화선에 마구 불을 붙이는 것행성들 다 폭발한 후황홀한 … 더보기

어떤 종이컵에 대한 관찰 기록

댓글 0 | 조회 865 | 2021.11.10
시인 복 효근그 하얗고 뜨거운 몸을 두 손으로 감싸고사랑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듯사랑은 이렇게 달콤하다는 듯붉은 립스틱을 찍던 사람이 있었겠지채웠던 단물이 다 … 더보기

공중

댓글 0 | 조회 816 | 2021.10.27
시인 송 재학허공이라 생각했다 색이 없다고 믿었다 빈 곳에서 온 곤줄박이한 마리 창가에 와서 앉았다 할딱거리고 있다 비 젖어 바들바들떨고 있다 내 손바닥에 올려놓… 더보기

이런 신발

댓글 0 | 조회 1,857 | 2021.10.13
시인: 주영국의사당을 나서는 대통령을 향해신발이 날아갔다 남루한 생의바닥을 핥던 낡은 구두였으나그는 지독스런 보수주의자였다고향의 토굴에서 미군 중사에게사로잡힌 후… 더보기

겨울 숲

댓글 0 | 조회 756 | 2021.08.25
시인 복 효근새들도 떠나고그대가 한 그루헐벗은 나무로 흔들리고 있을 때나도 헐벗은 한 그루 나무로 그대 곁에 서겠다아무도 이 눈보라 멈출 수 없고나 또한 그대가 … 더보기

고요를 믿다

댓글 0 | 조회 709 | 2021.08.11
시인 김 용택새들의 이동 시간은 이유가 있다의존의 시간을 아는 선한 얼굴들새들은 펼쳐진 정삼각형의 꼭짓점을 산술한다풀잎도 휘졌다가 일어서는생존의 곡진을 긍정한다겨… 더보기

대동강 247킬로미터

댓글 0 | 조회 846 | 2021.07.28
시인 이문재1.4 후퇴 때 내려온평양고보 동창생 예닐곱한달에 한번 을지로우래옥에서 만나 냉면에 찬 소주그날따라대동강 을밀대 몰놀이고보 시절 얘기가 뜨거워져논어 도… 더보기

전화

댓글 0 | 조회 899 | 2021.07.14
시인 마종기당신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전화를 겁니다.신호가 가는 소리.당신 방의 책장을 지금 잘게 흔들고 있을 전화 종소리, 수화기를 오래 귀에 대고 많은 전화… 더보기

유배(流配)

댓글 0 | 조회 834 | 2021.06.23
시인 우대식오늘날에도 유배라는 것이 있어어느 먼 섬에 위리안치(圍籬安置)되는 형벌을 받았으면 좋겠네컴퓨터도 없고 핸드폰도 빼앗겨누구에겐가 온 편지를 읽고 또 읽고… 더보기

母性의 바다

댓글 0 | 조회 886 | 2021.06.09
■ 글쓴이 최 재호타마키 드라이브를 돌며 집으로 가는 길좌우로 굽이쳐 돌며 상념으로 빠져들 때바다는 옆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내가 마치 풍선 같은 기분으로날듯이 기… 더보기

젖은 신발

댓글 0 | 조회 881 | 2021.05.26
시인 이 정록아이들 운동화는대문 옆 담장 위에서 말려야지.우리 집에 막 발을 내딛는첫 햇살로 말려야지.어른들 신발은 지붕에 올려놔야지.개가 물어가지만 않으면 되니… 더보기

나는 죽어서

댓글 0 | 조회 1,324 | 2021.05.11
시인: 이 운룡나는 죽어서 보잘 것 없는참새가 되고 싶다.곧 죽어도 짹 하고 죽는참새가 되어눈물은 말랐어도 목쉬게 울고 싶고노래는 못해도 실컷 짹짹거리고 싶다.그… 더보기

저 거리의 암자

댓글 0 | 조회 913 | 2021.04.28
시인 : 신 달자어둠 깊어가는 수서역 부근에는트럭 한 대 분의 하루 노동을 벗기 위해포장마차에 몸을 싣는 사람들이 있습니다.주인과 손님이 함께출렁출렁 야간 여행을… 더보기

안 보이는 사랑

댓글 0 | 조회 936 | 2021.04.14
시인 송재학강물이 하구에서 잠시 머물듯어떤 눈물은 내 그리움에 얹히는데너의 눈물을 어디서 찾을까정향나무와 이마 맞대면너 웃는 데까지 피돌기가 뛸까앞이 안 보이는 … 더보기

내 마음의 당간지주

댓글 0 | 조회 1,072 | 2021.03.24
당간지주 앞에 눈길을 놓는다 오랜 날들한때 숲을 이루었고 다시 그 숲으로 돌아간여기까지 밀려와서 세상의 흥망을 읽으려 하다니깃발을 올려 손짓할 수 없는 날들나도 … 더보기

안동소주

댓글 0 | 조회 1,199 | 2021.03.10
시인: 안 상학나는 요즘 주막이 그립다.첫머리재, 한티재, 솔티재 혹은 보나루그 어딘가에 있었던 주막이 그립다.뒤란 구석진 곳에 소주고리 엎어놓고장작불로 짜낸 홧… 더보기

겨울 폭포

댓글 0 | 조회 1,039 | 2021.02.24
나이에 맞게 살 수 없다거나시대와 불화를 일으킬 때마다.난 얼어붙은 겨울 폭포를 찾는다.한때 안팎의 경계를 지웠던 이 폭포는자신의 그림자를 내려다보며여전히 공포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