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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어떤 시인의 시 제목이다. 시 제목만큼이나 내용 또한 무척 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생긴 대로 물동에 담겨 있는 맹물이 예수님의 기적으로 최고급 와인으로 변한 성경 구절을 생각하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 시였다.
이 시의 내용이 가슴으로 사는 한 해를 다짐한 나에게 던지는 화두이기도 했다. 가슴으로 산다는 것은 생각의 영역에서 완전히 벗어난다는 일인데, 하루에도 수 만 번 이상 들락날락 거리는 생각으로부터 자유롭겠다고 다짐한 내 심장도 참으로 강심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에 심장 초음파 검사를 하고 나서 심장 스페셜 닥터를 만났는데, 심장이 무척 크다고 하면서 그래서 펌프질을 잘 하지 못한다고 했다. 살면서 심장만 커졌지 심장 근육 기능은 오히려 더 약해져 버린 것이다. 이런 약한 심장으로 강심장 노릇을 해왔다니, 안아줘야 할지 쓰다듬어줘야 할지.......
오쇼 라즈니쉬 글 중에 크게 공감이 가는 글귀가 있었다. “일단 그대가 살고 있는 고통을 깨닫게 되면 그대는 그것을 버릴 것이다. 내가 말해줄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집이 불타고 있는 것을 알게 되면 그대는 즉시 밖으로 나온다. 방법이 필요 없다. 방법에는 시간이 필요 하다. 이성이 자살하도록 도와라. 가슴 속으로 떨어져라. 사랑과 기도, 명상이 그대 세계의 중심이 되게 하라.”
요즘 내가 하는 수행이 무조건 인정하는 일이다. 세상이 내 거울이라는 생각으로 무조건 인정을 해왔었다. 그런데 세상이 내 거울이라고 생각하는 것마저도 이성적인 생각이 아니던가?
오쇼 라즈니쉬의 가르침처럼 이성이 자살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세상이 내 거울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성이 자살하도록 돕는 일이겠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조차도 필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저 맹물처럼 나에게 다가온 모든 것들을 무조건 받아들이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성철 스님이 물은 물이고 산은 산이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그 어떤 것에도 분석하고 토를 달고 생각하지 말고 이성을 자살시켜야 머리의 영역에서 벗어나서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가 있는 것이다.
지금 나는 불타고 있는 내 집에서 정신없이 뛰쳐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예전에는 양자물리학과 영성에 대한 서적들과 다큐멘터리들을 뒤적이고 성경을 읽어가면서 내 나름대로의 영성을 공부한다는 허영심으로 치부할 수밖에 없는 착각 속에서 살았었는데, 지금은 그런 방법을 구할 시간이 없는 것이다.
시간이 영원히 나 자신을 위해 기다려주지도 않거니와 시간을 도둑맞을 만큼 여유롭지도 못하다. 불 속에서 타죽지 않으려면 생각 없이 무조건 뛰쳐나와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방법을 궁리하는 동안 불은 점점 더 활활 타오르게 되어 탈출할 길만 막아선다.
사랑해야 한다. 내 몸부터 사랑해야 한다. 그동안 사랑하지 못했었던 내 몸을 보듬고 쓰다듬어 주면서 아낌없이 사랑해야 한다. 살아오는 내내 채찍질만 해왔었던 몸에 용서를 구하고 그동안 애 써준 몸에 감사하면서, 멍든 곳과 단단하게 뭉친 곳 아픈 상처들을 고루고루 살피면서 고마운 마음을 마음껏 표현하면서 사랑해야 한다.
매일 온욕으로 내 몸을 풀어주게 된 것은 내 몸의 요구였던 것이다. 그 요구대로 마음이 움직여서 온욕을 하였고, 그 덕분에 심장의 기능에 비하여 편안하게 잘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온욕을 하면서 눈을 막고 있었던 콘택트렌즈를 벗게 되었고, 귀가 열리고 있었다. 이제는 코가 제대로 뚫려야 하는 것이다.
온욕 중 호흡에만 신경을 쓰면서 내가 한 콧구멍으로만 숨을 쉬고 있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그동안 수없이 왔다 갔다 하는 생각에만 신경을 쓰느라 내 한쪽 콧구멍이 막혀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면서 지냈던 것이다.
물론 심장이 커 진 것이 코 때문이 아니라 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그밖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호흡의 중심인 심장 덕분에 양쪽 코로 숨을 쉴 준비를 하게 되지 않았는가?
한동안 따끈한 물속에서 호흡을 하면서 지낼 거 같다. 물과 내가 하나가 되어 물과 함께 호흡을 해나가다 보면 맹물이 되어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가슴이 될 수 있으리라. 이 모든 것이 감사와 사랑으로 다가온다.
감사하고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