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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나인브릿지 골프클럽

김운용 0 1,582 2016.02.1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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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해발 600m 한라산 자락에 펼쳐진 나인브릿지 골프클럽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천의 얼굴’로 변신한다. 아름다운 한 폭의 동양화를 떠올리게 한다. 지난 2001년 8월 CJ그룹이 ‘온리 원 철학’ (최초-최고-차별화)을 바탕으로 탄생시킨 자연과 인간이 살아 숨 쉬는 녹색 공간이다. 개장 4년 만에 국내에선 최초로 세계 100대 골프장(미국 골프 매거진 선정) 95위에 올랐고, 올해엔 43위에 랭크됐다.

 

작명학에서는 이름에 따라 길흉이 갈라진다고 한다. 나인브릿지는 이름 덕을 톡톡히 봤다. 제주는 화산섬으로 화강암 지반이다. 홀과 홀 사이에 용암이 흘러내린 흔적인 건천이 많다. 그래서 나인브릿지에는 8개의 다리가 있다. 처음 거론된 이름은 ‘스톤 브릿지’와 ‘에이트 브릿지’였다. 확 끌어당기는 느낌이 없어 고민하던 중 한 직원이 “마음과 마음을 잇는 다리를 추가하자”는 제안을 했고 이렇게 해서 나인브릿지란 이름이 탄생했다. 단순히 골프를 위한 공간이 아닌, 골프를 통해 ‘교감과 상생’ 한다는 정신을 필드의 잔디 밑에 깔고 있다.

 

18홀(파72·7159야드)인 나인브릿지는 세계 100대 골프장 진입을 염두에 두고 조성됐다. 데이비드 데일이 설계한 코스는 9홀 단위로 맛이 다르다. 스코틀랜드풍의 리버티드 벙커(직벽)로 구성된‘하일랜드 코스’와 도전과 극복을 주제로 한 ‘크리크 코스’로 나뉜다.

 

나인브릿지의 가장 큰 특징은 페어웨이의 잔디다. 국내 골프장에서 그린 잔디로만 사용해 오던 ‘벤트 그라스’를 국내에선 처음으로 페어웨이에 심었다. 기후, 온도, 습도를 고려할 때 우리에겐 적합하지 않다는 우려와 만류가 많았다. 그러나 모험이 한국 골프코스의 품격을 한 단계 격상시켰다. 이후 제주 지역은 물론, 내륙 골프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출전했던 영국 대표팀이 잠시 나인브릿지에서 망중한을 즐겼을 때다. 월드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한국에도 이런 골프장이 있느냐”는 찬사를 연발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인브릿지는 홀마다 유명 선수들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지니고 있다. 크리크 4번(파4·379야드) 홀 그린은 왼쪽으로 휘어 시각적으로 입구가 좁게 보이는 ‘종 모양’이다. 그린 왼쪽에 깊은 벙커가 있고, 오른쪽은 한라산으로부터 이어진 깊은 계곡이다. 페어웨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경사졌기에 타깃 방향으로 스탠스를 정렬하기가 쉽지 않다. 일명 ‘박지은 홀’로 불리는데 2003년 박지은은 이 홀에서의 트리플 보기로 우승을 놓쳤다. 

 

하일랜드 18번(파5·504야드)은 도전과 보상의 홀이다. 페어웨이 중간에 나무 숲이 섬처럼 버티고 있기 때문에 티샷이 관건이다.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파는 무난하지만, 도전을 좋아하거나 승부를 걸어야 한다면 왼쪽을 선택해야 한다. 드라이버 거리 220m 이상은 숲을 지나갈 수 있다. 그래야만 이글이나 버디를 노릴 수 있다. 거리가 짧을 경우 깊은 러프가 볼을 삼켜버린다. 골프여제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도 현역시절 투온을 노리다 나무 숲에 빠져 우승에서 멀어진 악연이 있다. 그래서 ‘소렌스탐 홀’로 불리기도 한다.

 

나인브릿지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플레이하고 싶어하는 곳이다. 앞으로 다가올 10년을 위해 최근 전 홀에 걸쳐 페어웨이와 벙커를 다듬고 손질했다. 특히 크리크 3번 홀과 하일랜드 13번 홀의 그린을 대폭 리뉴얼, 새로운 맛을 선사하고 있다. 세월은 참 빠르다. 지구를 몇 바퀴나 돌며 세계 곳곳에 박힌 ‘보석 같은 골프장’을 한국 골퍼들에게 소개해왔다. 그 출발점이 나인브릿지다. 변신을 주저하지 않는 나인브릿지가 세계 10대 골프장에 진입하는 날을 기대하며 크게 외쳐본다. ‘사랑한다, 나인브릿지!’   

 

김운용: 호서대 골프학과 교수 겸 세계 100대골프장 선정위원

■ 제공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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