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된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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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된 습관

0 개 1,737 김지향

어제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었던 내 습관 중 몇 가지가 정 반대로 바뀌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일부러 바꾸려 한 것이 아니었는데, 몸이 스스로 내 습관을 바꿔 나간 것 같다. 

 

초저녁부터 졸음이 몰려와 9시면 잠자리에 들게 되었다. 일찍 잠이 드니 자연히 꼭두새벽부터 일어나게 되었다. 저녁시간이 되면 정신이 또렷해져서 올빼미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는데, 그런 습관이 아예 사라져 버린 것이다.

 

두 번째로는 식사 습관이 바뀐 것이다. 예전과 달리 배가 고파야지만 먹을 게 생각이 나고, 적당량을 먹고 포만감을 느끼고 나면 음식에 손이 가지 않았다. 그동안의 나는 포만감과 상관없이 음식이 완전히 바닥이 날 때까지 먹으며, 간식을 입에 달고 살았었는데, 이런 습관으로부터 벗어나 있었다.

 

물을 거의 마시지 않으면서 살았었다. 커피나 차 아닌 맹물은 거의 찾지 않았었다. 그런데 요즘의 나를 보면 물을 많이 마신다. 반 컵의 물도 제대로 넘기기 힘들었었는데, 한 컵 정도의 물은 아무것도 아니며 물을 마시는 게 차를 마시는 것보다 더 시원하고 맛있게 느껴져서 물을 자주 마신다.

샤워가 편해서 온욕은 날을 잡아서 하였었는데, 요즘에는 매일 온욕을 하게 된다. 푹푹 찌는 날에도 따끈한 물에 들어가 땀을 흘리고 나면 몸이 개운해진다. 몸이 개운한 것만큼 마음도 평안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것들뿐만 아니라 많은 습관들이 몇 달 사이에 일어났다.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살아남은 이후에 변한 내 습관이다. 일부러 변하려고 노력한 기억은 전혀 없다. 그냥 스스로 변한 것이다. 어쩌면 생존의 본능으로 몸과 마음이 바뀐 것일 수도 있겠다만, 거꾸로 바뀐 습관들이 많아진 건 사실이다.

 

그동안 내가 수행해온 일들은 무조건 인정하는 일이었다. 나의 나쁜 습관이나 생각들을 버리려 노력했었던 걸 접고, 내 나쁜 습관이나 행동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일을 해왔었다. 버린다는 것 자체가 나 자신을 거부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좋은 것은 취하고 나쁜 것을 버려가면서 마음을 비우려 노력했었는데, 아무리 버리고 또 버려도 다시 차오르는 것이었다. 헌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구별한다는 것 자체가 조건적인 수용임을 알 수 있었다.

 

나 자신이 만족할 정도로 내가 잘해야만 나를 인정하고, 그렇지 못하면 인정하지 못하면서 살아왔었다는 것을 알았다. 도덕적 관념이라든지 선을 따르는 생각으로 그런 조건을 나 자신한테 붙였겠지만, 도덕과 선이란 틀을 빌미로 완전한 수용을 하지 못하면서 살았던 것이다.

 

내가 요즘 낱말들을 난센스 적으로 푸는 놀이를 하면서 낱말들마다 가지고 있는 양면성을 보게 되었다. 우리 인간들의 양면성만큼이나 우리가 쓰는 언어 역시 양면성으로부터 탈피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언어만 그러하겠는가? 습관 역시 마찬가지리라.

 

죽음 문턱에 다녀오고 나서부터 나는 나 자신에 대하여 구별 없이 모든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사실 나 자신을 제대로 알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세상이 내 거울이며 남이 내 거울이 아니던가? 그들의 모습이나 하는 말들 속에 나 자신이 들어 있는 것이다.

 

살인자의 기사가 나오면 내 안의 살인하려는 마음을 인정하고, 고집스러운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 고집스러움이 내 안의 고집스러움이란 걸 인정하고, 좋은 말이건 나쁜 말이건 상대가 나에게 내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 모든 것들이 나임을 인정하면서 살았다.

 

가끔은 잊어버리기도 했지만, 지나고 나서 눈치 채면 뒤늦게라도 그 모습이 내 모습인 걸 인정했다. 이렇게 항상 인정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지낸 것 밖에 없었는데, 어느새 거꾸로 된 습관이 늘어난 것이다. 앞으로 거꾸로 바뀌는 습관이 더 많아질 것이다.

 

습관이 거꾸로 바뀌는 것은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몸이 다른 한쪽으로 옮겨가는 것이기도 하기에 몸의 균형을 잡는 하나의 방편으로 보인다. 몸과 마음이 하나이니 몸이 균형을 찾으면 마음도 함께 균형을 잡게 될 것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더 좋다는 것도, 물을 많이 마시는 게 더 좋다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이제껏 해왔었던 습관의 정반대를 체험하면서 몸과 마음이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균형 잡힌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면 세상의 흐름이 제대로 잘 보이게 되어 노련한 수영선수처럼 자신이 원하는 곳까지 제대로 잘 헤엄쳐서 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로 거꾸로 된 습관을 통해 자신의 양면성을 제대로 인식해보면서 균형을 잡아가는 것도 지혜로운 일로 여겨진다. 

 

감사하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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