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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로열 도녹 골프클럽

김운용 0 3,237 2016.01.2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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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7월 스코틀랜드 성지 순례를 하면서 로열 도녹(Dornoch) 골프클럽을 방문했다. 1000년 전 바이킹이 배를 약탈하던 스코틀랜드 북단의 조그만 항구 도시 도녹 해안에 로열 도녹 골프클럽이 있다. 1906년 에드워드 7세로부터 ‘로열’ 칭호를 받았고 세계 100대 골프장 14위에 선정된 명문 코스다. 

 

스코틀랜드 수도 에든버러는 ‘축제의 도시’로 불리는 문화 활동의 중심지다. 특히 신진 작가들의 연극, 음악 작품들이 초연되는 곳으로 예술가들에게는 ‘꿈의 무대’와 같은 곳이다. 에든버러에서 자동차로 5시간 거리에 있는 로열 도녹은 1877년 처음 9홀로 만들어진 뒤 이듬해 올드 톰 모리스의 설계로 파70, 6697야드 챔피언 코스 18홀로 확장됐다. 그리고 1939년 2차 세계대전 중에 파71, 6192야드의 스트루이 코스 18홀을 만들어 현재 36홀이다.

 

코스는 당대 유행했던 스타일대로 클럽하우스에서 멀어져 가면서 9홀을 플레이한 다음, 해안선을 따라 반대 방향으로 후반 9홀을 돌아오는 형태다.

 

필자는 미국인 동반자 스티브와 피터, 그리고 아내와 함께 라운드하면서 ‘1달러짜리’ 베팅 게임을 했다. 긴장도와 재미는 더욱 높아졌다. 2번 홀(파3·184야드)은 해안가 특유의 앞바람이 분다. 그린은 좌우로 흘러내리는 거북 등 같은 형상이지만, 그린 뒤편에 나무나 숲이 없어 실제보다 멀리 보이는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인피니티 그린’이다. 인피니티 그린이란 조경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그린 뒤에 지평선이나 수평선이 보이도록 설치된 곳을 말한다. 주로 스코틀랜드 해안가 코스에서 많이 볼 수 있다. 

 

7번 홀(파4·479야드)은 가장 높은 언덕 위에서 북해를 바라보며 수평선 너머 노르웨이 쪽으로 티샷하는 곳이다. 좌우에는 가시금작화가 도사리고 있어 자칫하면 낭패를 볼 수 있었지만, 핸디캡 1번 홀인 이곳에서의 보기는 오히려 위안거리였다. 그럼에도 전반에 41타를 쳐 동반자에게 1타 졌다.

 

시그너처 홀인 14번 홀(파4·445야드)은 ‘폭시(foxy)’라는 별명이 붙었다. 핸디캡 2의 ‘더블 도그레그 홀’이다. 우측에 병풍 같은 둔덕이 시야를 가리기도 하지만, 높다란 포대 그린 위에 볼을 올린다 해도 왼쪽으로 가파른 내리막 경사라서 꼼짝없이 당할 수 있다. 필자는 드라이버샷을 잘 쳐놓고 은근히 기대했지만 세컨드 샷이 생크난 탓에 로스트 볼이 됐다. 그나마 원 퍼트로 ‘OB 버디’를 만들어 보기를 하며 안도의 숨을 내쉬던 순간,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12번 홀 그린에서 낯익은 이가 필자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제주나인브릿지 김용이 회원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가 부둥켜안았다. 이를 지켜본 스티브는 “여기는 한국에서 5000마일이나 떨어진 곳”이라며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골프를 통해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겸손을 배운다면서 매년 여름이면 부부동반으로 성지 순례를 해오고 있다.

 

밸리 코스인 17번 홀(파4·405야드)은 심한 내리막 왼쪽 도그레그 홀로 페어웨이 IP지점에 있는 ‘가이드 핀’ 방향으로 티샷하는 것이 좋다. 왼쪽으로 감긴 티샷은 OB가 났다. 지금까지 비슷한 스코어를 유지해 오던 이날의 승부는 티샷 한방으로 결판이 났다. 역시 욕심은 금물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라운드를 끝내고 전형적인 유럽풍의 클럽하우스에서 김용이 일행과 맥주를 마시며 정담을 나눈 뒤 아쉽게 작별했다. 이들이 이동 수단으로 타고 다니는 밴 내부에는 라면, 김치, 즉석밥, 소주 등등 한 달 치의 먹을거리가 가득 차 있었다. 그 덕분에 한국 음식을 가져와 호텔 객실에서 야식을 즐길 수 있었다. 아일랜드에서 골프의 발상지 스코틀랜드까지 14일간의 성지 순례를 마친 뒤 우리 부부는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가 에든버러 공항을 이륙한 뒤 아내에게 귓속말을 했다. “더 늙기 전에 또 한 번 방문합시다.” 

 

로열 도녹은 스코틀랜드 북부의 빛나는 보석으로 평가받지만, 너무 멀다는 이유로 브리티시오픈을 한 번도 개최하지 못한 아픔이 있다. 그러나 1995년 브리티시 아마추어 챔피언십과 스코티시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3차례나 개최하면서 위안으로 삼았다. 명예회원인 톰 왓슨과 그레그 노먼이 무척 좋아했던 코스였다. 도녹은 20세기 초반 미국 골프의 황금기에 400여 개의 코스를 설계했던 도널드 로스의 고향이다. 로스의 설계는 솟아오른 ‘포대 그린’이 특징이다. 2014년 US오픈과 US여자오픈을 동시 개최한 파인허스트 No 2 코스는 도녹의 포대 그린을 벤치마킹했다.

 

골프 마니아들은 성지와도 같은 이곳에서 한 번이라도 라운드하기 위해 머나먼 순례길에 오른다. 예약은 인터넷으로 가능하다. 계절에 따라 그린피가 다르다. 3∼9월까지가 성수기이며 챔피언 코스는 120유로(약 15만 원), 스트루이 코스는 절반 값이다. 17세 주니어 이하는 50% 할인 혜택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집을 짓고 나무를 심는다. 그래서 나무와 숲이 있는 곳에 집을 짓는 이들의 생태계에 ‘질투’를 느꼈다. 17세기부터 골프를 시작한 이들의 역사와 전통, 문화를 클럽마다 잘 보존했고 이로 인해 후손들이 골프만으로도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지닌 것이 한없이 부러웠다.

 

김운용: 호서대 골프학과 교수 겸 세계 100대골프장 선정위원

■ 제공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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