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그리고 크리스마스 데이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공항 그리고 크리스마스 데이

0 개 1,906 오소영

‘크리스마스 데이’에 밖을 나가보니 너무나 조용했다. ‘쇼핑 몰’까지 문을 닫으니 세상이 달라진듯 한산했다.  

 

모두들 어디로 간 것 일까?.   

 

그들에겐 일년을 기다려 온 행복한 크리스마스 홀리데이. 

 

여행을 떠나고. 더러는 가족들과 집안에서 편하게 지내고 있을터.    

 

삶의 역동적인 온갖 소음. 코끝에 베인 공기속의 칙칙한 냄새들. 모두가 사라지고 마치 시간이 멈춘듯한 사위.   

 

그 고요로움이 너무 싫다. 내리 비추는 찬란한 양광에 마치 시들어 죽어가고 있는듯한 도시. 내가 살고있는 곳에서 멀리 온 듯한 낯설음. 외지에 혼자 버려진듯한 소외감으로 두려움이 밀려왔다. 

 

정말로 긴 세월을 혼자서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가끔씩 외롭다는 생각을 안 한건 아니지만 그건 누구나가 경험하는 지극히 평범한 생존의 과정이었음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저물어가는 햇살에 긴 그림자를 끌며 서성이는 늙은이의 외로움에 비하면 그건 얼마나 사치스런 투정이었는지... 이만큼 살아봐야 알게되는 인생의 진리를 젊어선 알턱이 없질 않은가.

 

지금 이 순간을 도망치지 않으면 질식할 것만 같아 무작정 집을 나선다.

 

언제나처럼 사람들로 북적이는 그런 곳을 찾아야 했다.

 

(공항으로 달리자.) 궁즉통(窮卽通)?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벗어나고픈 강한 욕구에 빠르게 작용한 두뇌. 아직은 쓸만한건가?  

 

친구 c와 나는 의기투합이 잘 되는 그런 사이로 삶이 따분하고 지루할땐 가당치도 않는 해외여행의 꿈을 꾸며 자주 공항 나들이를 하곤 했었다. 특별한 사람들만이 비행기를 타던 시절. 멋지게 여행가방을 끌고 들고 나는 사람들을 경외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주머니도 헐렁하고 애들 뒷바라지에 시간도 쪼갤 수 없는 그런 시절의 엉뚱하기 그지없는 옛날 이야기다.

 

그 옛 버릇이 무심중 튀어 나온 걸까? 세살버릇 여든까지 간다더니... 놀래며 혼자서 속으로 웃는다.

 

그 길을 달릴땐 언제나 다름없이 가벼운 설레임이 있다. 살짝 가슴 떨리는듯한 긴장감. 그 기분도 얼마나 자극적인가. 나쁘지가 않다.          

 

그 어느 때 보다 오고 가는 여행객들로 넘쳐나는 공항의 인파. 인파.... 희비(喜悲)가 엇갈리는 공항에는 언제나 애환의 끈끈한 정서가 흘러넘친다.

 

시간에 쫓겨 허둥대는 그들속에 섞이니 지루할 수 없는 활기가 솟아난다.    

 

문득 남들 떠나는걸 보면서 슬금슬금 여행고픔의 느낌이 찾아든다. 나이 무거워 이젠 틀렸다고 체념했던 여행에의 낭만을 일깨우는 분위기.   

 

(그래 어딘가 또 떠나보자) 불끈 자신감도 샘솟는다.

 

시장통처럼 붐비는 한 쪽.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문득 창 밖의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본다.   

누군가를 싣고 방금 하늘을 치솟은 비행기 한대가 시야에 들어온다. 파아란 물위를 노니는 한마리 백조처럼 은빛 날개를 반짝이며 유영을 하듯 북쪽으로 사라지는 비행기. 괜스레 눈물이 날 것만 같다.  

 

마냥 건조해져 가는 가슴에 윤기도는 정서도 아직은 남아 있구나.    

 

천천히 아래로 내려온 내 시선에 홀 한켠 앞 쪽으로 오둑하니 혼자 앉아서 차를 마시는 노인 한 분이 보였다. 머리가 반백인 서양 할아버지. 시선이 먼 창 밖으로 고정돼 있다. 누구를 기다리는 그런 표정도 아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혹시 외국에 나가있는 가족들 만날 수 없는 그리움을 공항에서 그려 보는 것일까? 너무나 외로워 보인다. 내 시선이 그를 감시하듯 지켜보고 있음에 스스로 놀랜다. 그 마음을 충분히 공감하는 애틋함 때문일께다. 

 

갑자기 커피를 같이 마실 친구가 내 앞에 있다는게 말할 수 없는 고마움으로 다가왔다. 의견이 맞지않을 땐. 아옹다옹 다투기도 잘하지만 아마도 오늘같은 날을 대비해서 화해도 하면서 잘 지내왔나보다.

 

가족들 앨범이나 들추면서 혼자 있었으면 얼마나 쓸쓸하고 미운 날이었을까?      

 

공감하는 사람끼리 외로움을 달래고 서로를 고마워하며 기분좋은 하루를 보냈으니 행복은 스스로가 만들어가는게 틀림없다.

 

오래오래 기억될 공항에서의 역동적인 느낌들. 색다른 커피 타임. 그 오붓했던 시간은 벌써 과거속으로 묻혀갔다. 멈출 수 없는 시간들. 훗날 추억이라 이름붙여 그 시간을 곱씹는 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꽃보다 어여뻐라, 민경씨 고마워요

댓글 0 | 조회 1,532 | 2022.03.22
작년 1월이었다. 견딜수 없는 그리움을 달래보려는 딸의 마음이었을 것이다.계절 바뀌면 포근하게 입으라고 바지 몇개를 준비해 평소처럼 우체국으로 갔더란다. 그런데 … 더보기

코로나의 선물(?), 늦깎이 삼대(三代)의 소확행

댓글 0 | 조회 1,741 | 2022.02.22
대학 등록을 하고 다시 공부를 시작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 되어온다.나이 삼십을 바라보며 직장생활 잘하던 손녀의 새로운 결심이었다. 현장 경험에서 직접 깨… 더보기

살다보니 이런일이...

댓글 0 | 조회 2,277 | 2022.01.26
온종일 정신없이 일을 해 냈으니 몸이 젖은 솜뭉치처럼 무거웠다. 오랫동안 쓰지않던 근육들이 놀랐는지 뻐근하고 아팠다.여름날 긴 긴 하루가 번개처럼 지나갔다.긴장이… 더보기

그냥 그때처럼, 오빠....

댓글 0 | 조회 1,349 | 2021.12.21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 . . .댓돌밑에 귀뚜라미 울어대는 쓸쓸한 계절도 아닌데 늙은 여동생은 주책없이 오빠 생각이 간절합니다.코스모스 출렁대고 감이 … 더보기

혼자 신들려 춤추는 여인

댓글 0 | 조회 1,184 | 2021.11.24
어느 날 이른 아침이었다. 늘어지게 긴 하품을 하면서 무심중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다. 낯선 풍경이 눈을 사로잡았다.느닷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깔깔깔 미… 더보기

남편 나비

댓글 0 | 조회 1,344 | 2021.10.27
이민 초기에 1박 2일 예정으로 로토루아 여행을 갔었다. 숙소가 인근의 농장 모텔이었다.친구의 가족여행에 초대를 받아 동행을 했던 참이라 나는 혼자서 방을 써야 … 더보기

순임이의 순정 연애

댓글 0 | 조회 1,053 | 2021.08.25
어느모로 보나 깜도 안되는 여자가 배우가 되겠다며 미용실을 제 집처럼 드나들던 친구가 있었다.생머리를 고집하던 내가 허파에 바람든 그 친구덕(?)에 처음으로 미용… 더보기

꿈을 향해 걷는 해질녁 사람들

댓글 0 | 조회 941 | 2021.07.27
이 축축하고 음산한 겨울철에 배 나들이를 하려는 사람이 몇 사람들이나 있을까? 배가 텅텅비어 아마 심심할지도 모를거란 생각까지 들었다. 일찍이 가봐야 바닷바람에 … 더보기

손 가는대로 행복지수 높아지는 내 세상

댓글 0 | 조회 970 | 2021.06.22
가끔씩 오래 전에 알았던 사람들을 만나면 아직도 글 을 쓰고 있냐고 내게 묻는다. 전에는 글재주가 조금 있어서 재능봉사 차원에서 쓰는거라고 생각 했었다. 팔십이란… 더보기

보리밭

댓글 0 | 조회 1,059 | 2021.05.26
몸집이 만만치 않은 외국 여가수가 우리가곡 ‘보리밭’을 열창하고 있었다. 프랑스의 가수 ‘발레리 쉬티’란 여인이라고 자막에 떴는데 노래를 잘 불렀다.외국 사람이 … 더보기

이 가을, 뒷동네 여인들

댓글 0 | 조회 1,345 | 2021.04.28
이슬도 마르지 않은 축축한 이른 아침부터 마당 의자에 나와 앉아있는 여인이 있군요. 볼품없이 뚱뚱하고 거칠게 생겨서 나이를 짐작하기도 어려운 마오리 아줌마였습니다… 더보기

색동 꼬까옷에 신들렸네 “DO DREAM”

댓글 0 | 조회 1,169 | 2021.03.24
지난 2월 마지막 주 토요일 아침이었다.특별한 일탈을 꿈꾸며 무던히도 가슴졸였었는데 그 기다리던 날이 무사히 밝아왔다.(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가슴을 쓸어내리… 더보기

사라져 간 것, 그러나....

댓글 0 | 조회 1,160 | 2021.02.23
초겨울,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이른 밤이었다. 어린 계집애는 따뜻한 요밑에 언발을 묻고 책가방을 끌어 당겼다. 숙제를 하려던 참이었는데 얼었던 몸이 녹는가싶더니 … 더보기

더도 말고 덜도 아닌 오늘만같은 일상을...

댓글 0 | 조회 1,242 | 2021.01.27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날, 달랑 한장으로 남은 달력을 내리고 새 것을 바꿔 걸었다.바람처럼 지나가는 무심한 세월이 야속했지만, 붙들어도 잡을 수도 없으니 안… 더보기

특별한 감사를....잘가요 2020년

댓글 0 | 조회 1,536 | 2020.12.23
'감사! 또 감사!! 2020년에는 20배로 더 웃자’금년초, 내 카톡 프로필 란에 써놓은 메세지다. 꼭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는 강한 마음의 소리였음은 두말할 나… 더보기

연둣빛 행복이 움트는 목장을 가다

댓글 0 | 조회 1,548 | 2020.11.24
11월 중순 지금보다 더 포근하고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한 구월 어느 날이었다. 길을 나설 때면 소풍가는 아이처럼 설레는 마음은 예전이나 조금도 다름이 없다. 이… 더보기

엘리자벳이 남긴 선물

댓글 0 | 조회 1,506 | 2020.10.28
회초리같던 어린 장미가 이젠 나무가 되었다. 어느새 그리 자랐는지 실하게도 컸다. 옆집 할아버지 지팡이 만큼이나 굵어져서, 번들거리는 윤끼에 날카로운 가시가 보기… 더보기

ㅎㅎㅎ 웃자구~요

댓글 0 | 조회 1,540 | 2020.09.22
코비드19란 요물인지 괴물인지가 사람들 발을 묶어 바쁜 생활인들을 일시에 집 안에 가두어 놓았습니다. 이제 모두가 지쳐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더러 길에 나다니는 … 더보기

잃은 것과 남은 것

댓글 0 | 조회 2,829 | 2020.08.25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발걸음이 달라지는 것은 마음자세 때문일까요?편한 옷차림에 운동화를 신으면 몸도 마음도 한결 가볍습니다. 차도를 따라 10분쯤 걸으면 운동장 … 더보기

쉼표없는 낭만이정표

댓글 0 | 조회 1,586 | 2020.07.29
‘코리아 포스트’가 지난달 6월에 창간 28번째 돌을 맞았다고 한다.늦었지만 축하의 인사를 드리면서 아울러 21번째로 접어든 내 필력(筆歷)도 자축을 겸한다.‘생… 더보기

6월을 서성이게 하다. 축대 높은 뜨락

댓글 0 | 조회 1,300 | 2020.06.24
깎아지른 언덕바지 위에 어깨동무를 하듯 촘촘한 건물들. 아래서 올려다보면 아슬아슬해서 앗찔한 현깃증이 온다. 몇가닥 철주를 의지해서 공중에 천장처럼 매달린(?) … 더보기

버스타고 ‘하버브릿지’를 건너고 싶다

댓글 0 | 조회 2,258 | 2020.05.26
거기에 가면 한주일을 한달처럼 길게 느끼며 날 을 꼽아온 반가운 얼굴들을 만난다.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더 따뜻하게 서로를 대하는 사람들이다. 악수도 하고 찐하게 … 더보기

백 서른 아홉날의 특별한 행복

댓글 0 | 조회 3,319 | 2020.04.28
가늘고 긴 몸에 아홉송이 풍요로운 수확을 자랑하며 버거워서일까? 고개가 휘청 구부러졌다.하얗게 소복을 입은 여인처럼 청순하고 깔끔했다. 다소곳한 기품에 아름다움이… 더보기

그녀의 자존심을 농락한 빨간 게

댓글 0 | 조회 2,102 | 2020.03.24
입이 쓰다. 음식을 먹으려니 온통 쓴 맛뿐. 본래의 맛을 느낄 수가 없다. 요즘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어서 안타깝다.옛날 며느리들이 노부모 모시기 어렵다는 말이 그… 더보기

침묵의 방

댓글 0 | 조회 1,243 | 2020.02.25
일주일에 한번만 가는 학교이지만 나도 어엿한 학생임엔 틀림이 없다. 무지개 경로 대학생.연말 방학이 길어 몸이 비틀리는데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가 빠르게 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