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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타이거 비치 골프 링크스

김운용 0 2,724 2016.01.14 13:09
타이거 골프장.jpg

필자가 골프를 통해 만난 좋은 여러 친구 중 대만 출신의 쑹쾅만(宋鑛滿) 쉬바오(旭寶)그룹 회장이 있다. 필자가 지난 2007년 나인브릿지 대표로 재직할 때였다. 볼보 차이나 오픈 프로암에 초대받고, 중국 상하이 실 포트 골프장을 방문했을 때 송 회장을 처음 만났다. 서로 골프 철학과 인품에 매료돼 송 회장과 ‘막역지교’가 됐고, 왕래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송 회장이 직접 디자인해 만든 타이거 비치 골프 링크스는 2000년 개장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찾기 어려운 전형적인 스코틀랜드풍의 골프장으로 중국 10대 코스에 선정되기도 했다. 스코틀랜드 커누스티 골프 링크스와 자매결연을 한 아시아 유일의 링크스 코스로 유명하다.

필자는 2013년 송 회장의 초청으로 타이거 비치를 처음 방문했다. 타이거 비치는 인천공항에서 중국 산둥반도의 칭다오, 옌타이, 웨이하이를 잇는 한가운데인 하이양시에 있다. 

공항에서 1시간 남짓 이동하면 타이거 비치 정문에 도착한다. 골프장 입구에 길게 늘어선 침엽수림과 먼지 이는 흙길이 손님을 맞이한다. 대만에서 조경학을 공부했다는 송 회장은 문화와 예술에 대한 관심은 많았지만, 골프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송 회장은 1992년 상하이 실 포트 골프장에 투자하면서 골프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고 한다. 스코틀랜드를 수차례 다녀오면서 링크스 코스에 심취했고, 새로운 꿈을 품었다. 

1997년 우연히 산둥반도 여행길에 올랐던 송 회장은 자신이 꿈꿔온 이상적인 부지를 발견했다. 바다와 불과 1.6㎞ 떨어진 지형과 기후가 스코틀랜드와 아주 흡사했다. 

그는 바로 땅을 매입했고, 자신만의 링크스 코스를 손수 디자인했다. 시공까지 직접 맡아 2000년 6월 파72, 7222야드의 18홀 코스로 탄생시켰다. 

송 회장의 정성 덕분에 코스에는 스코틀랜드에서만 볼 수 있는 ‘금작화’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원래 이 지역은 수백 년 동안 천연구릉지의 척박한 곳이었다. 인간의 손길을 최소화해 꾸민 코스로 대자연에 돌아온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코스에 나가기 전 몸을 풀고 있을 때 전동 카트 대신 캐디가 끄는 손수레 카트가 등장했다. 캐디는 상냥한 미소와 함께 1번 티잉 그라운드로 안내했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바라본 초원, 울퉁불퉁한 흙더미 사이로 악마처럼 입을 벌리고 있는 항아리 벙커가 눈에 들어왔다. 바닷바람의 짠 내음이 콧속으로 스며든다. 7번 홀을 제외하고 모든 골프 코스에 나무 한 그루가 없다.

다른 골프장들이 나무를 심고 조경을 가꿀 때 타이거 비치는 기존에 있던 나무를 뽑았단다. 나무가 없어 휑하니 뚫린 코스. 페어웨이를 놓치는 순간 무릎을 덮는 거친 러프가 골탕을 먹인다. 

러프를 탈출하려고 서두르다 보면 속절없이 타수만 쌓인다. 그린 옆에 도사린 벙커 앞까지 갈 것인지, 그린을 직접 공략할 것인지 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여기서 대충은 통하지 않는다. 홀 아웃을 하고 나니, 그린에 접해 있는 푸른 바다 위로 갈매기가 날아들었다. 

바다 건너가 한국이라고 생각하니 그동안의 짜증은 금세 사라졌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18홀 전경을 볼 수 있는 10번 홀은 파4로 가장 어렵다. 말 그대로 한 타 한 타의 소중함을 깨우쳐준다. 

오른쪽 호수를 끼고 건너가야 하는데 거리가 맞지 않으면 한 타를 잃어야 한다. 목표 지점을 정하고 정확한 샷을 해야만 파로 마무리할 수 있는 곳이다. 

카트 없이 라운드하기에 링크스를 경험해보지 못한 골퍼들은 싱겁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거친 러프나 그린마다 둘러싸인 깊은 벙커에 몇 번 빠져보면 링크스 코스의 혹독함을 느끼게 된다. 

두 번, 세 번 라운드할수록 손뼉을 치며 진정한 링크스의 묘미에 빠져든다. 파도소리가 들리고, 바람이 느껴지고, 자연과 동화되는 곳이다. 

김운용: 호서대 골프학과 교수 겸 세계 100대골프장 선정위원
■ 제공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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