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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돌아보며 낮잠 자던 토끼를 생각한다

동진 스님 0 1,250 2015.12.23 17:08
또 한해가 가고 새해가 옵니다. 

불완전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바세계에 내 마음과 생각과 행동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주고 많은 감동을 주었는지 한해를 돌아봅니다.

그 길목에 서서 노사연의 노래 ‘바램’을 듣습니다.

‘네 손에 잡은 것이 많아서 손이 아픕니다.
등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온몸을 아프게 하고
매일 해결해야 하는 일 땜에 내 시간도 없이 살다가
평생 바쁘게 걸어 왔으니 다리도 아픕니다.
내가 힘들고 외로워 질 때 내 얘길 조금만 들어준다면
어느 날 갑자기 세월의 한복판에 덩그러니 혼자 있진 않겠죠.
큰 것도 아니고 아주 작은 한마디 지친 나를 안아 주면서
사랑 한다 정말 사랑한다는 그 말을 해준다면
나는 사막을 걷는다 해도 꽃길이라 생각할 겁니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 가는 겁니다.
저 높은 곳에 함께 가야 할 사람 그대뿐입니다.’

어느 날 오후 나무 아래에서 낮잠을 자던 토끼는 세찬 바람이 불고 꽝하는 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났습니다. 토끼의 머릿속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큰 재난이 일어났구나’ 하는 생각에 토끼는 앞 뒤 생각 않고 정신없이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이 모습을 본 노루가 이유를 묻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고 있어” 라고 토끼가 대답 하는 것을 보고, 놀란 노루도 토끼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고 이어 사슴도 노루를 따라 달리고, 기린, 원숭이도, 너구리, 코끼리도 숲속의 모든 동물들이 뽀얀 먼지를 날리며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한 발이라도 먼저 가는 게 살길이라고 생각하고 속도도 엄청 빨리 달립니다. 

그런데 숲속 끝에는 천 길 낭떠러지가 있는 지도 모르고 말이죠. 살기 위해 달리는데 곧 죽게 될지 아무도 모른 체... 

이것을 본 숲속의 왕 사자가 질주하는 이들보다 앞으로 달려가 멈추게 하고 왜 달리는지 이유를 물었습니다. 사정을 알게 된 사자는 동물들을 데리고 토끼가 낮잠을 자던 장소로 가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토끼가 잠자던 나무 아래에는 도토리 한 알이 떨어졌을 뿐 너무나 평화롭기만 합니다.
 
지금 우리의 삶은 어떤가요. 혹, 목표도 없이 남을 따라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죽기 살기로 달려가고 있는 건 아닌가요?

한 해를 돌아보니 나도 이와 같이 살았다고 생각됩니다. 남들 살아가는 것처럼 살았으니 파도에 밀려 오가는 것처럼 세월을 보냈습니다. 하루하루 살다보니 12월 끝에 와있습니다. 거대한 사회의 질서와 혼돈 속에서 달리며 부딪치고 실수하고 넘어지는 상처가 괴로움이며 갈등입니다.

이제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한 인연들에 대한 한해의 감사와 새해의 희망을 전해야 하겠습니다. 미운사람, 섭섭한 사람, 맘에 안 드는 사람에게 전화나 카드를 보내 그 마음을 풀고 따뜻하게 해야 하고 고마운 사람들에겐 감사 인사를 해야 합니다.

인간관계는 뭔가를 줄 때 마음이 이어지고 사랑과 감동이 일어납니다. 

며칠 전 매주 명상하러 오는 키위 여인 랜디는 매년 그랬지만 금년에도 네팔 여행에서 구입해온 카드와 한지 노트를 선물로 가져와 마음을 전했는데 잔잔한 감동이 일어납니다.

이미배의 노래 ‘사랑은’을 들으며 가사 후반부에는

‘인생은 짧은 그 사랑을 노래하는 것
인생은 꽃에 취한 나비의 꿈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금년 한해 부족한 풍경소리를 읽어 주신 독자님들에게 감사드리고 가는 해, 오는 해 늘 건강하시고 해피한 나날 되시길 두 손 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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