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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일랜드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

김운용 0 2,882 2015.12.10 11:35
포트러시.jpg

필자는 지난 2012년 7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북아일랜드를 처음 방문했다. 2003년 아일랜드 여행 때 북아일랜드를 가지 못해 아쉬웠던 필자는 특히 로열 포트러시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세계 100대 코스 중 15위에 오른 곳, 신 골프황제 로리 매킬로이의 고향이 있는 곳, 북아일랜드 골프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더블린에서 벨파스트로 가는 도중 차창 밖으로 언덕 위의 하얀 집, 한가로운 양떼 등 동화 같은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우리 부부에겐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고속도로 휴게소도 들르지 않고 3시간을 달려 벨파스트에 도착하니 어둠이 짙게 깔렸다. 호텔 로비 한쪽 모서리의 바는 초저녁인데도 흥에 겨운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여유와 낭만이 물씬 느껴졌다. 

다음 날 호텔에서 빅토리아 시대의 풍치를 간직한 도심을 지나 1시간 30분 넘게 달려 로열 포트러시에 도착했다. 비까지 내려 골프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이었다면 포기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2005년 월드클럽챔피언(WCC)대회 우승자 크리스 휴스, 맥 얼파인과의 라운드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승 당시 19세에 불과했지만 7년 뒤 만남에서는 덥수룩한 수염을 지닌 프로 지망생이 돼 있었다.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은 아일랜드섬 북단 앤트림 카운티에 있으며 회원제 골프장이다. 북해 해변에서 1888년 더 카운티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고 1892년 요크 공작 후원을 받아 더 로열 카운티 클럽으로, 1895년 웨일스 왕자의 후원으로 다시 로열 포트러시로 변경됐다. 해리스 콜트가 설계한 던루스 코스(파72·7143야드)와 퍼블릭인 밸리 코스(파70·6304야드)를 합치면 36홀이 된다. 

던루스 코스는 거대한 괴수처럼 생겼다. 좁고 험난한 통로를 따라 구불구불한 모래언덕이 자리 잡고 있다. 장미과에 속하는 키 작은 포티니아가 가득한 길을 가로 질러야 갈 수 있는 링크스 타입이다. ‘흰 바위’ ‘히말라야 산’ ‘거인의 무덤’ 등 홀마다 붙여진 별명은 골퍼들에게 도전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4번 홀(파4·480야드)이 가장 인상적이다. 오른쪽은 OB 지역이고, 왼쪽은 깊은 러프다. 페어웨이의 IP지점에는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다. 그린은 두 개의 작은 모래언덕 사이에 위치해 조금만 빗나가도 러프에 빠지고 만다. 

5번 홀(파4·411야드)은 오른쪽으로 휘어 비교적 짧아 보이는 내리막 지형이다. 바다를 향해 경사를 이루고 있고, 오른쪽으로 모래언덕이 흡사 히말라야 산맥처럼 둘러쳐져 있다. 

던루스 코스라는 이름은 흰 바위 해변을 지나면 나오는 던루스성(城)에서 따왔다고 한다. 코스 오른쪽의 코즈웨이 절벽은 신이 내린 선물로 불릴 만큼 아름답다. 

14번 홀(파3·210야드)엔 ‘참사’라는 애칭이 붙었다. 그만큼 공략하기 어려운 홀이다. 오른쪽으로 휜 오르막 지형으로 그린을 직접 공략하면 길이는 짧아지지만 큰 골짜기를 넘겨야 하는 모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린 왼쪽과 뒤쪽은 둔덕과 움푹 꺼진 지형이어서 고생을 각오해야 한다. 필자는 드라이버로 간신히 그린 에지에 보내고도 보기로 마무리했다. 동반자들은 “그 정도면 잘한 것”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17번 홀(파5·488야드)은 오른쪽에 ‘빅 넬리’라는 벙커가 도사리고 있다. 벙커 앞부분의 턱 높이가 자그마치 15m는 넘어 보였고, 깊이 또한 6m는 족히 돼 보였다. 벙커에 빠뜨리면 손으로 들고 나와야 할 만큼 공포 그 자체였다. 라운드가 중반에 접어들면서 비는 그쳤지만, 북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라운드 내내 우리 일행을 괴롭혔다. 

우여곡절 끝에 클럽하우스로 되돌아온 일행은 클럽하우스 내부를 둘러봤다. 100년의 역사와 함께 전설들이 남긴 트로피가 눈에 가득 찼다. 특히 WCC 우승 트로피를 보는 순간 전직 나인브릿지 대표로서 감회가 남달랐다. 

김운용: 호서대 골프학과 교수 겸 세계 100대골프장 선정위원
■ 제공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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