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K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개인적인 일을 자세히 공개 할수는 없지만 한국 최고수준의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하게 되었고 박사과정의 연구계획을 간략하게 지원서 형식으로 제출해야 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자기가 먼저 작성해 놓은 초안을 좀 검토해 줄수 있느냐는.... 결국은 일좀 해달라는 이야기 였다. 그러면 그렇지...
내 실력으론 요즘 박사과정에서 연구할 만한 내용에 대해 첨삭을 할수 없다고 고사했지만 이 녀석은 한국에서 애교만 늘었는지 그냥 말투나 적절한 표현을 사용했는지만 확인해 달라며 떼를 쓴다.
한국어를 워낙에 어려워 하던 상태에서 대학을 진학해서인지 초기에 많이 힘들어 하기도 했는데 아마 어떤 트라우마 같은것이 있나보다 싶어 결국 승락 하고 말았다 . 약간의 문법적인 실수가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아주 훌륭했고 그 중 특히 필자의 눈을 잡아 끈것은 “융합과학”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이었다.
필자도 20세기를 거쳐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과학계의 주요 패러다임으로 떠오른 융합과학에 대한 소식을 들을 때 마다 앞으로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 곰곰히 생각을 하곤 했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를 박사 과정 연구 계획서를 통해 접하니 매우 현실적인 문제로 한걸음 더 가까이, 그리고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기분이었다.
그럼 융합과학(convergence science, consilience)이란 무엇일까? wiki백과를 참고해 보자.
‘융합과학(融合科學)은 과학, 기술 및 인문사회과학 등의 세분화된 학문들의 결합, 통합 및 응용을 통하여 만들어진 새로운 과학 분야를 말한다.
20세기 중엽부터 21세기에 이르러 학문과 기술의 수렴 및 융합의 흐름이 전개되었다. 융합과학은 인문학, 사회과학, 예술, 공학, 과학 및 문화의 여러 영역들을 동일한 창조와 융합의 정신, 원리로 탐구하여 인간의 삶뿐만 아니라 인간성의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융합과학은 나뉘어 있던 자연의 지식 영역들의 경계에 따라 각 학문을 개별적으로 연구하지 않는다.
자연이라는 하나의 대상을 각 학문이 개별적인 특성은 유지하되 각각의 요소를 모두 고려하여 통합적인 탐구를 이루어낸다. 융합과학은 융합과학기술, 학제간 과학, 통섭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현대 물리학의 여명기에 우라늄 핵분열 발견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에 분석화학자가 큰 공헌을 한 일을 시작으로 의료서비스의 도약을 이루어낸 CT, MRI 등의 혁신적인 의료 장비 연구를 비롯해 흔히 들어 보셨을 법한 인체공학, 지구 온난화 연구, 미개발 지역을 위한 적정 기술 연구 그리고 예술계를 예로 든다면 백남준씨의 비디오 아트, kinetic sculpture 등등 여러 연구현장, 직업현장에서 그간 다른 영역으로 간주되어 왔던 분야의 과학자들이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일이 점차 많아지고 있고 최근엔 한국 고교 교과과정에 융합과학이라는 과목이 아예 개설되어 전국 경시대회도 치른다고 한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