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차(茶)는 아름다운 사람과 같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아름다운 차(茶)는 아름다운 사람과 같다

0 개 3,199 동진스님
다도회.jpg

한 잔의 차를 격있게 마시려면 인접 문화를 만나고 융합 할 때 아름다워 진다.

차에는 도(道)가 있고 예술이 있고 범절이 있다.

차의 정신을 아는 것이 도(道)이고 서화, 꽃꽂이, 도자기, 목공예, 다식, 의상, 음악, 조명등의 예술이 함께 해야 하며, 학문과 예절의 고아한 멋이 함께 해야 한다.

또한 여백의 미와 여유의 풍요로움이 있을 때 맑고 향기롭다.

다실이 복잡하고 공간이 꽉 차 있으면 탁하고 마음이 혼란해 진다.

차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따뜻하게 하고, 사람과의 거리를 조화롭게 한다. 

조화의 미는, 진정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차는 혼자서 마실 때가 가장 좋다. 

자연과 어우러지고, 주위 분위기와 어우러지고, 차와 어우러지고, 자신과 자신이 어우러지고, 자신과 세상과 하나가 되어 어우러질 때 무너지지 않는 무한한 충만을 얻는다. 

차의 색, 향, 미, (色, 香, 味) 그리고 차를 만드는 방법, 다실의 분위기, 주인과 손님, 차와 다기, 장식물 등등, 모든 것이 어우러져야 다도(茶道)라 할 수 있다. 어우러진다는 것의 의미는 상당히 크다. 맛있는 차는 좋은 물과 좋은 차가 어우러져 있는 상태이다. 

물이 강하거나 차가 순하다면 어울림이 일어나지 않는다. 

차의 간이 맞아야 맛이 있다고 느끼는 것처럼, 인생의 간도 맞아야 멋이 있다. 

선인들은 아름다운 차(眞茶, 精茶)의 맑음과 향기를 좋아했으며 잠을 쫓아주고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효능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차는 목마름을 해소시켜 준다. 삶의 갈증이란 욕심에서 비롯되는 것이지만, 우리의 욕망을 다 채울 수는 없다. 한 잔의 차로 갈증을 해소함이란 작은 일에도 만족해하는 행복지수를 아는 일이다. 

작은 차실 안에서도 세상의 이치를 눈치 채는 사람이라면 지혜로운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이 세상에 살면서도 세속사에 때 묻기를 두려워하면서, 맑은 향기를 그리워하는, 진정 아름다운 사람에게 차는 언제나 그윽한 벗이 되어준다. 

멋있는 사람은 가난해도 궁상맞지 않고 인색하지 않다. 

오동은 천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고 (동천년로항장곡: 桐千年老恒藏曲), 매화는 일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매일생한불매향: 梅一生寒不賣香)고 했던가. 

소동파는 일찍이 “차로 인해서 생긴 인연은 우리를 황홀하게 한다(다연령인치 茶緣令人癡).”고 노래했다. 차로 만나는 인연은 언제나 신선하고 맑아서 좋은 언어들이 오가고 서로 칭찬하며 격려 한다. 차를 마시며 남을 비방 하려 해도 어휘가 잘 생성이 안 된다. 술처럼 들뜨고 흥분되지 않고 차분하다. 육우의 다경(茶經)에는 “울분을 삭이는 데는 술을 마시고 혼미(昏迷)를 씻는데 는 차를 마신다”고 한다.

차를 마시는 까닭은 깨어 있기 위해서다. 곤한 잠에서 깨어남은 인생의 긴 꿈에서 깨어남이고, 삶의 혼미에서 밝게 눈떠서, 과거부터 내려오는 좋지 않는 습관을 과감히 던져버리고 각성의 생활로 향해 가기 위해서다. 작은 차실 안에서도 세상의 이치를 알아 가는 사람이라면 지혜로운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이 세상에 살면서도 세속사에 때 묻기를 두려워하면서, 맑은 향기를 그리워하는 진정 아름다운 사람에게는 차는 언제나 그윽한 벗이 되어준다. 

명나라 서위(1521~1599: 화가, 다인)는 “차를 달이고 우리는 일은 비록 작고 맑은 아취이나 (煎茶雖微淸小雅: 전다수미청소아) 팽주의 인품과 다품이 함께 어울려질 때 그 가치가 빛난다 (然要須其人與茶品相得: 연요수기인여다품상득).”고 했다.

이규보(고려 문인: 1168~1241)는 차를 “규중의 귀한 처녀”에 비유하였고, 도은 이숭인(李崇仁: 1349~1392 고려말의 학자)는 “아름다운 차(茶)는 아름다운 사람과 같다 (須知佳茗似佳人: 수지가명사가인).”고 하였다. 

나를 찾아 가는 데는 차가 제격이다. 차는 너무 강하게 너무 싱겁지도 않게 간을 잘 맞추고 조화를 맞추어 中正에 이르러야 제 맛이 난다. 

송나라 원오극근선사는 선(禪)과 차의 경지가 같다고 하여 선다일미(禪茶一味)라고 하였다.

아름다운 차는 티끌세계의 속박에서 나를 구제해 주고, 풍진의 구렁텅이에서 자신을 건져주는 감로수와 같다. 남국정사에서 누구나 차 한 잔 하시기 바랍니다.

게시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