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이 운룡
오른 눈 망막출혈 수술 후 갑자기 사람의 늙음이 환해졌다.
벽지가 왼눈은 누렇게 오른 눈은 하얗게 보인다.
눈이 맑아지니 헌것은 헌것이고 새것은 새것이구나.
손님의 눈 가장자리에 헤진 시간이 많이도 번져있다.
엊그제의 싱싱한 시간이 언제 금이 가 있었나?
나의 어둠에 묻혀 안 보였던 것들이 이제야 제대로 보인다.
겸상의 아내 얼굴에도 거미줄처럼 늙음이 사방 팔방 뻗어나 있다.
날마다 본 시간의 빗금들을 이리저리 짜 맞추어 보아도 골이 깊어서 어긋나고 만다.
그 동안의 혹사가 얼마나 지독했을까?
측은한 생각이 눈을 찌른다.
키 큰 벽 거울을 들여다본다.
한 뼘 쯤 작아진 늙음이 어둡게 밀어닥친다.
맑은 물에서 못 사는 물고기 심정을 이제야 읽을 나이가 되었나 보다.
세월의 눈 귀 입을 진흙으로 척척 발라야 할 이치가 눈이 맑으니 잘도 보인다.
■ 오클랜드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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