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미인이란 말처럼 사실 불명예는 없습니다. 아무 것도 못한다는 얘기거든요. 에너지라는 건 어떤 한 쪽으로 집중해서 쓸 때 파워도 실리고, 계발도 되는 것입니다. 한계가 있어요. 다 하려다 보면 어느 정도까지밖에 발전을 못 합니다. 자신의 일 외에 한 가지 정도 잘 하는 건 괜찮습니다. 나머지는 포기하는 법을 배우셔야 됩니다.
여자가 미모를 유지하기 위해서 상당히 에너지를 많이 씁니다. 그 아름다움을 지키고 유지한다는 것이 보통 노력이 아니죠. 그런데 그건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사람들은 다른 걸 많이 요구합니다. 살림도 잘 해야 되고, 이것저것 요구해요.
예쁘기만 하면 됐고 거기다가 한두 가지 잘 하면 금상첨화인데 너무 많은 걸 요구합니다. 또 본인도 자꾸 세뇌되다 보니 예쁜 건 기본이고 여러 가지 더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합니다. 그게 다 스트레스입니다.
아이들에게도 부모나 주변에서 요구하는 게 너무 많아요. 이렇게 하라고 하고, 저렇게 하라고 하고 여러 가지를 요구하니까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립니다. 그대로 크도록 내버려둬야 무리 없이 잘 뻗어 나가는데.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이렇게 하니까 예쁘다, 저렇게 하니까 예쁘다, 자꾸 그런 소리 들으면 머리에 남잖아요. 자기 의도대로 행동을 안 하고 들은 대로 하게 됩니다. 그런 것이 다 스트레스입니다.
칭찬도 과하면 안 하느니만 못합니다. ‘잘 한다, 잘 한다’도 그냥 한두 번 얘기했으면 됐지, 자꾸 하는 건 매일 잘하란 얘기거든. 예쁘다는 것도 한두 마디 얘기해주면 됐지, 매일 예쁘다고 그러면 매일 예뻐라는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사회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너무 많이 요구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씨를 인터뷰한 것을 보았습니다. 그 형제들이 참 자유스러운 사람들이죠. 말하는 내용이 상당히 진화의 정도가 높더군요. 뭘 많이 알아서가 아니라, 어떤 것이 인간적인 삶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요. 얘기하는데 자연스럽고 꾸밈이 전혀 없습니다.
무슨 얘기 하다가 파우스트 얘기를 했더니 ‘파우스트가 뭐죠?’ 그래요. 그 정도예요. 당연히 알아야 되고 모르면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자기는 그런 것 모른대요. 아주 자연스러워요. 어려운 말 하면 복잡한 말 하지 말라고 모른다고 그래요. 그러니까 한 분야에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지, 여러 가지 다 했다가는 되겠어요?
소프라노 조수미 씨도 그렇더군요. 인터뷰를 보니까 참 자연스러워요. 자기는 집에 들어오면 집안이 발 디딜 틈이 없대요. 너무 어질러져 있어서 발끝으로 다닌다고 하면서, 그래야만 자기가 자유스러워져서 소리가 잘 나온다고 얘기를 하더군요.
그 소리 들으면 ‘뭐 여자가 그런가’ 하는 사람도 있죠. 소프라노 가수면 됐지, 집안 깨끗해야 되고 살림 잘 해야 되는 건 아닙니다. 그런 걸 다 이해할 수가 있어야 됩니다. 손톱이 굉장히 긴 걸 보고 인터뷰하는 사람이 ‘왜 손톱을 그렇게 기르시냐?’ 그랬더니 그런 거 일일이 물어보고 그러지 말라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라고 그래요. 자꾸 그러면 제약을 받는대요. 가수를 머리 모양이 어떤가, 어떤 옷을 입었나 이런 걸로 평하면 노래하는데 지장을 받는대요. 왜냐하면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에. 무대에 서려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 되니까 그런 것 자꾸 평하지 말고 내버려두래요. 참 자연스러운 거죠.
웬만한 사람 같으면 요구하는 대로 따라 주거든요. 복장이 어떻다 그러면 단정하게 하려고 애쓰고 그럴 텐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예요. 왜냐하면 가수니까. 그렇게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거, 또 그렇게 내버려두고 존중해 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