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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블비치 골프 링크스

0 개 2,119 김운용
페블비치.jpg

“죽기 전에 라운드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페블비치에 가고 싶다.”

‘황금곰’ 잭 니클라우스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트레이 반도의 태평양 앞에 펼쳐진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를 두고 한 말이다. 현역 선수 시절에는 세계 명문코스에서 라운드했고, 은퇴 후에는 전 세계를 누비며 명문코스를 설계하고 있는 그가 이런 말을 남겼다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니클라우스뿐만 아니라 서부영화의‘단골’주인공 클린트 이스트우드 역시 이 코스에 매료돼 황야의 총싸움 대신 틈만 나면 페블비치에서 라운드를 했고, 인근에 자기 소유의 테하마 골프장을 만들었다.

필자는 2001년 국내 최초의 리조트형 골프장인 제주 나인브릿지 운영을 위한 벤치마킹 목적으로 페블비치를 방문했다. 여러 곳을 들르는 짧은 일정 탓에 제대로 페블비치의 진면목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이후 4년 만인 2005년 휴가지로 이곳을 택했다. 페블비치뿐 아니라 주변 골프장들도 둘러볼 수 있었는데, 골프를 통해 만난 피홍배 최경주재단 회장의 초대로 이루어졌다. 피 회장은 최경주가 무명 시절 미국행을 결심하도록 도움을 줘 지금의 최경주 프로를 길러낸 아버지와 같은 존재다. 필자에게는 골프 입문 초기 골프가 배려의 운동임을 가르쳐준 인생의 스승이자, 큰형님이다.

페블비치는 코스도 좋지만 주변 경관이 신과 인간의 합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름답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200㎞ 떨어진 이곳에는 산이라는 의미를 지닌 델몬트 호텔이 있다. 미국의 명사들이 찾고 싶은 최고의 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이 골프장의 설립자인 새뮤얼 모스도 이 호텔에 묵다 마차를 타고 현재의 골프장 부지를 지났고, 주변 경관에 매료됐다. 그리고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해 친구와 함께 4000에이커(약 500만 평)의 부지를 매입해 불후의 명작을 남기기 위한 삽질에 들어갔다. 

하지만 오랜 시간 지병으로 고생한 그가 경제력을 잃게 되면서 골프장 건설 중단이라는 위기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윌리엄 크로크라는 재력가가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당시 아마추어 챔피언이었던 잭 내빌에게 설계와 시공을 맡겨 1919년 2월 오픈할 수 있었다.

페블비치 링크스는 해안을 최대한 활용해 홀을 만들었다. 내륙에 자리한 1, 2, 3번 등 대부분의 홀이 해안선을 따라 배치돼 태평양을 바라보는 반도 모양의 8자형 레이아웃을 유지하고 있다. 9번 홀을 지나도 클럽하우스로 돌아오지 않고 계속 플레이를 하는 점도 특징이다.

아름답지 않은 홀이 없지만 8번 홀(파4)은 우측으로 굽어 바다와 접해 있고, 티샷이 떨어지는 ‘랜딩 존’은 절벽 위에 위치했다. 난도가 아주 높다. 이 때문에 태평양이 자주 볼을 삼키는 곳이기도 하다. 

니클라우스는 이 홀의 자연 경관에 매료돼 “두근거리는 심장 때문에 샷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가장 짧은 7번 홀(파3·91m)이 카메라 플래시를 가장 많이 받는 인상적이고 유명한 홀이다. 티잉 그라운드가 그린보다 6m 높게 위치해 돌풍이 불어오면 대담한 펀치 샷이 요구된다. 바람의 영향을 덜 받기 위해 낮은 궤도를 노려야겠지만 쇼트 아이언으로 깔아서 친다는 것은 프로들도 매우 힘들다. 

또 그린의 넓이는 185㎡에 불과하고, 폭은 7m밖에 되지 않아 원온이 쉽지 않다. 여기에 그린 주변에는 각기 다른 모양과 크기의 벙커 6개가 둘러싸여 있다. 그린 자체가 절벽 가장자리에 위치해 3면이 카멜만에 둘러싸여 있는 모양새다. 매력과 동시에 살벌함마저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티샷을 그린에 올렸어도 버디나 파를 보장받을 수 없다. 비록 높낮이가 완만하더라도 벙커나 해변에서 날아온 모래들이 그린에 흩뿌려져 있어 홀 근처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한다. 

나인브릿지 골프장이 명성을 얻으면서 골프장을 건설하려는 오너들로부터 “좋은 골프장을 만든 비결이 뭐냐”는 질문을 받곤 했다. 이때마다 필자는 “페블비치를 한 번 가보시라”고 권유했다. 직접 가보지 않고는 설명해도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 부부는 피 회장이 준비해놓은 주변의 여러 코스에서 라운드를 하며 10일간의 멋진 휴가를 보냈다. 그리고 라운드 후 선착장의 일식집에서 먹었던 신선한 생선회와 일품요리를 생각하면 아직도 군침이 돈다. 귀국하기 하루 전에는 이별주가 달아올라 숙소로 돌아오는 도중 17마일 도로변의 사이프러스 나무와 바다를 바라보는 관망대에서 태평양 건너편을 한없이 바라봤다. 벌써 10년이 흘렀다. 죽기 전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련만….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는 매년 1월이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이 열린다. 1937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는 특별하다. 초창기 대회 때부터 인근 골프장 3곳에서 프로 180명과 아마추어 180명이 라운드 로빙 방식으로 경기를 펼쳐 최종 승자에게 1만 달러를 지불하는 것으로 발전해 왔다. 

또 관광객을 위해 1950년부터 시작된 ‘콩쿠르 드 엘레강스’라는 자동차 경매 및 레이싱 대회 등 각종 이벤트가 펼쳐진다. 2019년 100주년 기념일에는 어떤 이벤트로 마케팅 특수를 노릴지 궁금하다. 특히 이곳의 카사팔메로 스파는 미국에선 최고로 꼽힌다. 

퍼블릭 골프장이면서 세계적인 명문 반열에 오른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와 쌍벽을 이루는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는 작은 마을을 거쳐야 한다. 거주민이라야 4500여 명에 불과하지만 이곳에 들어가려면 5개의 안전 경비초소를 거쳐야 한다. 필자가 여행했던 2005년에는 사유지라는 명목으로 차량 한 대당 9달러 50센트를 지불해야 했다. 1년 내내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기온은 15~20도를 유지한다. 밤안개 비가 잦아 소나무 뿌리는 깊이 파고들지 못한다. 그래서 수백 년 된 소나무가 넘어져 있는 광경을 볼 수 있고, 바닷가 물개 울음소리가 새벽잠을 깨우기도 한다. 

흰 포말이 밀려오는 해안가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이 동화돼 밤새도록 노래하며 춤추는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세계적인 리조트 페블비치는 퍼블릭이지만 예약이 쉽지 않다. 그린피로 450달러를 낸 기억이 있는데 5년 뒤에는 495달러로 껑충 뛰었다. 그런데도 티타임은 호텔 숙박을 해야만 가능하도록 휴양지 리조트의 영업정책이 상호 연계돼 있었다.

김운용: 호서대 골프학과 교수 겸 세계 100대골프장 선정위원
제공: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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