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Ⅶ) -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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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Ⅶ) - 이름

0 개 2,735 이동온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이름, 곧 다른 사람들이 나를 부르는 이름도 우리의 사람됨을 위해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우리는 한 사람을 하나의 이름으로 부름으로써 그를 동일성에 있어서 불릴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자기의 이름이 아닌 가명으로 행세하는 사람은 자기의 동일성을 부인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과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흔히 이름을 버려서 과거의 자기와 현재의 자기의 동일성과 정체성을 없애 버리려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름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자아의 동일성이 없는 사람으로서 몸도, 마음도, 환경도 떠도는 구름처럼 흘러가는 사람이다. 그는 참다운 의미의‘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는 사라져서 흔적도 남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거룩하고 무거운 과제라고 할 것이다.”

위는 이규호 선생의 책 “말과 힘” 중 한 문단이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한글로된 이름으로 살아오다가 뉴질랜드로 건너온 사람들은 대게 영문이름을 만들어 사용하게 된다.  필자는 ‘동온’이란 한글 이름을 여태껏 사용해오고 있는데, 이는 이규호 선생의 글에 감명을 받아서가 아니라 처음 필자에게 주어진 이름을 굳이 바꿔야할 필요성을 못했기 때문일게다.  한국식 이름이 성을 따르는 것을, 현지식으로 성이 이름을 따르도록 수순을 바꾸었을뿐 태어난 이름을 계속 고수해오고 있다.
  
대한민국의 이름체계는 비교적 흔한 성씨와 다양한 이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영국식 이름체계는 반대로 비교적 평범한 이름과 독특한 고유의 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 특히나 남자들이 모이는 곳에는 존이나 제임스 등 비교적 흔한 이름을 가진 사람이 꼭 두사람 이상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오래된 역사를 가진 남자학교에서는 교사가 학생 이름을 부를때 이름을 부르기보다 성을 부르는 경우가 잦다.

영미권의 대다수의 로펌은 구성원의 성을 로펌의 이름으로 채택한다.  필자가 소속되어 있는 로펌인 McVeagh Fleming은 James McVeagh변호사가 1889년 오클랜드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면서 시작 되었는데, Thomas Fleming변호사와 1918년 동업을 하게 되면서 초대 구성원의 성을 따 McVeagh Fleming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십여년 전 변호사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변호사들은 partnership(동업)의 형태로만 운영이 가능했기에 핵심 구성원이 바뀜에 따라 로펌 이름도 바뀌는 경향을 보인다.  McVeagh Fleming도 여러차례 합병을 거치며 이름이 길어지고 짧아지길 반복해왔으나 2003년 다시 최초 설립명으로 회귀하였다.  참고로 초대 구성원인 제임스 멕베이와 토마스 플레밍은 평생 상대방을 이름이 아닌 성, 즉 멕베이 그리고 플레밍으로 불렀다고 한다.

뉴질랜드 법조계는 뉴질랜드의 역사와 함께한다.  2013년 조사된 바에 따르면 시작된지 125년 이상된 로펌들이 50여개 된다고 한다.  그 중 1841년 설립되어, 3번째로 오래된 로펌인 Brandons는 초대 구성원인 Alfred de Bathe Brandon의 성을 따 현재까지 같은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하는데, 설립자의 아들과 손자 역시 똑같은 이름을 가졌다고 한다.  (Alfred de Bathe Brandon ㅇ세, Alfred de Bathe Brandon ㅇ세).  현재도 Brandon이란 성을 가진 5대째 자손이 핵심 구성원으로 남아있다고 하는 유서 깊은 로펌이다.

“She’ll be alright”으로 요약되는 뉴질랜드의 문화처럼 법조계도 다른 국가보다 느긋하고 규율에 관대한 편인데, 변호사들끼리 서로를 부를때 미스터 누구누구 보다는 이름으로 지칭하는 편이다.  한글 이름을 쓰는 필자는 전화 메세지를 남길때 항상 스펠링을 말해주는 습관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Dion”, “Don”, “Donald” “Dong” “Ding” 등의 별의별 이름이 적힌 팩스나 이메일을 종종 받게 된다.  전화통화를 해서 남성인것을 알텐데도 “Donna”라는 너무나 이쁜 이름이 적힌 팩스는 하루종일 회사 사람에게 웃음을 선사한 적이 있다. 

뉴질랜드 문화상 서로를 이름으로 편하게 부르는 것이 자연스럽다지만, 현지 사회에서 한국식 이름을 쓰는 두 한국인이 영어로 대화를 나누게 되면 참 난감하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철수’하고 이름으로 부르자니 경박스럽고, 그렇다고‘미스터 킴’하고 부르기엔 그룹의 분위기를 경직시키는 것일테고.  참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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