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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벨 태즈먼 국립공원→케이블 베이(Ⅰ)

김태훈 0 2,578 2010.03.23 14:33
숲 속에서 자는 밤은 쾌적하고 편안하다. 캠퍼밴 문을 여니 이슬을 머금은 찬 기운이 아침 햇살에 증기로 피어올라 숲 전체가 안개가 낀 것처럼 몽환적인 분위기다. 하우드 홀은 입구가 50미터인 수직 동굴로 그 깊이가 176미터나 된다. 동굴이 전혀 개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탐험을 한다면 개인적으로 해야 한다. 동굴 입구까지 왕복 2시간 정도 걸리는데, 트랙이 매우 독특하고 동굴 입구에서 소리를 질러 보니 메아리가 깊다. 늦은 아침을 먹고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지나 꼬불꼬불한 산 도로를 타고 도착한 곳은 속이 탁 트이는 해변을 끼고 있는 아벨 태즈먼 국립공원이다. 뉴질랜드 전체가 이미 공원 같은데 그 중에서도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아벨 태즈먼 국립공원의 색은 보지 않고는 상상할 수 없다. 클로드 모네의 그림 같은 인상적인 풍경이 지나가는 여행객의 발목을 잡는다. 황금빛 모래사장 역시 이 지역의 특징인데, 모래는 생각보다 굵고 거칠다. 해변에는 샛노란 모래사장(뉴질랜드에서는 골든 비치라고 부른다)과 비췻빛 바다가 작은 섬들과 복잡한 해안선을 따라 어우러져 신비하고 화려한 풍광을 빚어 낸다. 풍화작용으로 개성 있는 조각 작품처럼 서 있는 바위들은 이 곳 특유의 온화한 기후와 더불어 최고의 휴양지로서의 명성이 과장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아침까지 해도 몸이 찌뿌듯하다던 봉주 형님이 맑은 날씨와 반짝이는 연녹색 물결의 바다에 홀려 해변으로 나가더니, 잠시 후 돌아와서는 카약을 타자고 한다.

아벨 태즈먼에서 카약 타기

카약을 타려면 간단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일단 구명조끼를 입고 카약 속으로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치마 같은 커버를 두른 뒤 몸을 카약에 연결한다. 카메라와 음식을 넣을 수 있는 작은 방수백을 받는데 카약 앞뒤로 작은 수납장이 있어 모두 카약 속에 안전하게 넣을 수 있다. 마력수가 좀 작은 영만, 봉주 형님이 한 조로 해서 2인용 카약에, 그리고 내가 다른 한 대에 몸을 실었다. 카약 여행은 독특한 느낌이 있다. 눈높이가 바로 수면 위에 있기 때문에 좀 더 다이내믹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바다에서는 파도가 있으면 더욱 다이내믹하다. 노 젓기는 팔로 하지 말고 어깨로 해야 속도도 나고 피곤도 적다.

해류나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제 시간에 오려면 너무 멀리 가지 않는 편이 좋다.

가능하면 빨리 젓지 말고 천천히 산책한다는 느낌으로 노를 저어야 한다. 허영만 화백이 초반에 너무 빨리 노를 젓는다 싶었는데, 바다 한가운데 가서 힘이 다 빠져서 체력이 다 떨어졌다는 조난 신호를 보낸다. "김태훈~ 우리 체력 다 떨어졌어!" "먼저 가서 견인차 보낼게요~" 나 역시 시간이 갈수록 허리가 아파 왔다. 어쨌든 육지로 돌아가야 하므로 목이 뻣뻣해지도록 죽을 힘을 다해 노를 저었다. 돌아오는 길은 맞바람에 반대 방향의 조류까지 겹쳐 우리 세 명은 거의 망가진 상태로 육지에 올랐다. 허영만 화백의 꿈 중 하나가 카약 여행이었는데 이번 일로 그 꿈을 접었다. 허영만 화백은 팔이 덜덜 떨려 한동안 그림도 못 그리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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