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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제한 - Restraint of Trade (Ⅱ)

이동온 0 1,446 2015.02.24 09:50
거래의 제한은 비즈니스 매매시 구매자가 매도인에게 요구하는 것 외에도 고용관계에서도 빈번히 사용된다.  

만약 한 기업의 차세대 핵심 기술을 연구하는 연구소의 주요 직원이 일을 그만두고 그 즉시 바로 경쟁회사의 연구소로 옮긴다면 이것은 도덕적으로 잘못 된 것일까?  그리고 도덕적인 문제와 별개로 법적인 제제가 가능할까?

피고용인은 고용주를 위해 일을 하면서 고용주의 기밀정보에 접근이 가능하다.  기밀정보라고 하니 최첨단 사업을 진행하는 대기업이나 정보부서 등을 떠올리는 독자도 있겠지만, 기밀정보란 대부분의 사업에서 어떤 식으로든 존재한다.  음식점에서는 그 음식점만의 독특한 메뉴와 레시피/조리법이 존재할 것이고, 자료를 다루는 회사에서는 고객정보가 기밀정보에 속할 것이다.   제조업에서는 자사 제품의 원자재 비율이나 공정 방식이 기밀 정보일 것이고, 유통업계에서는 거래처 명단이 핵심 기밀 정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거래처를 관리하던 직원이 어느 순간 모든 거래처를 들고 회사를 나가버린다면, 그래서 경쟁회사에 취직을 하거나 아니면 본인이 경쟁회사를 차린다면 고용주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기업이던 고용주이던 비즈니스의 핵심이 되는 기밀 정보는 신중하게 관리를 하기 마련이다.  ‘카더라 통신’이지만, 교민들께서 자주 애용하는 한 월남 국수집은 국물을 내기 위한 베이스를 주인이 매일 혼자 밤사이 만들어 아침마다 배달한다는 소문이 있다.  교민들께서 많이 운영하시는 스시집 등의 레스토랑에서도 해당 가게만의 메뉴와 그 메뉴를 만들기 위한 특별 소스등이 존재할 수도 있고, 이런 정보가 유출된다면 레스토랑의 명성이나 매출에 타격이 있을 것이다.

고용주들은 이러한 기밀정보의 유출, 그리고 이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피고용인과의 고용계약에서 거래의 제한을 두게 된다.  즉, 이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그만둔 시점으로부터 향후 몇 년간 또는 회사의 위치로부터 일정거리 안에서 비슷한 업종에 종사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다.  피고용인 입장에서는 하던 일을 그만두더라도 생활을 위하여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할 것이고, 보통 경력을 살려서 비슷한 업종의 다른 직업으로 이직을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전 직장에서 거래의 제한을 통해 동종업계로의 이직이나 창업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면, 이는 피고용인의 일을 할 기본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영미 불문법에서는 고용계약에서 피고용인에게 적용되는 거래의 제한 조항이 노동자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거래제한은 표면적으로 불법이라는 원칙이 있다.  하지만 사회의 요구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법도 변하듯이, 합리적인 거래의 제한은 개개의 사례에 따라 제한적으로 인정되고 있고, 뉴질랜드 법원도 공익에 어긋나지 않은 거래의 제한은 합법 판정을 내려주고 있다.

법원이 거래의 제한이 합법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해당 거래제한이 고용주(매도인과 구매자 사이에서는 구매자)의 비즈니스를 보호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인지를 고려하고 그 외에도 해당 거래제한이 피고용인(매도인과 구매자 사이에서는 매도인)에게 비교적 부당한 제한인지를 심사한다.

오클랜드의 한 스시가게에서 일하는 직원을 고용하면서 직원이 일을 그만두면 평생 오클랜드에서는 스시가게에서 일을 하거나 스시가게를 차리는 것을 금지하는 거래의 제한은 고용주에게 꼭 필요하지도 않거니와 고용주가 받는 이익에 비해서 피고용인에게 부당한 제한이므로 성립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위에서 언급한, 한 기업의 차세대 핵심 기술을 연구하는 연구소의 연구원에게 일을 그만둔 시점부터 향후 2년간 주요 경쟁회사에 고용되는 것을 제한하는 거래제한은 고용주에게 꼭 필요한 불가피한 요구사항이고 특히나 피고용인이 애초에 고용계약을 체결하면서 거래제한의 반대급부로 계약 보너스(사이닝 보너스)를 받았다면 이는 합리적인 거래제한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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