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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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江(Ⅰ)

0 개 1,562 박지원
등산이 인생이다, 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때때로 나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혐오하는 습성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등산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산을 못 오르는 편은 아니고, 오히려 아주 잘 오르는 축에 가깝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별 건 없었다. 등산로는 이렇게 평탄하고, 아무 생각없이 오르기만 하면 되는 것인데 왜 이걸 인생이라고 할까. 낮은 곳에 올려다보면 정상에서 평지로 내려오는 아주 아름다운 선을 자랑하던 산이, 내 발 밑으로 오면 볼 수 없는 것도 슬펐다. 이렇게 경치를 볼 거면 헬기를 타겠다. 즉, 어떤 보람도 느낄 수 없었다. 아마 산을 인생에 비유하고 싶다면 히말라야를 가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저 관점의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어린, 아마 조금 철없고 어린 나로써는 익스트림 스포츠가 오히려 인생이라면 인생일 수 있겠다. 죽음과 물리적 고통에 대한 공포와 맞서 싸우며 쾌감을 느끼는 순간순간. 그 순간이 모여서 하나의 그림이 되고 스스로가 풍경으로 뛰어 들어가는 인간의 의지. 오히려 이러한 것이 인생에 “가까워야” 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하지만 익스트림 스포츠를 할 기회는, 아직은 내 두려움이 떡하니 막아서고 있다.

강. 북섬의 왕가누이 강(아마 퐝가누이라고 표기해야겠지만)을 요번 연말여행지로 택한 것은 실은 인생 운운 따위 이유 때문은 절대 아니었다. 江은 물과 소리 음이 만나서 표기된다. 나는 잔잔한 소리가 나는 물을 상상했고, 여자친구 N 또한 그러했다. 정말 한강에서 한가로이 노를 저으며 가끔 새들한테 밥 주고 배 위에 나란히 앉아 도시락 까먹는 것을 떠올렸다. 우선 가격도 저렴했고, 5일 간 장소를 옮겨가며 강가에서 캠핑을 한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약간의 자료조사와 예산정리 후 클릭 몇 번으로 예약을 마친 후 우리는 성탄절 휴가를 기다렸다.

기다림의 중간에, 뉴질랜드에서 캠핑을 해 본 적이 없었기에 예행연습 겸 키위친구들과 하루 캠핑을 떠났다. 음식들, 술들, 한가로움, 한밤 중 포썸의 눈빛들.. 모든 것은 완벽했다. 우리는 다시 성탄절 휴가를 기대하고 있었다.

마침내 그 날이 왔다. 텐트와 큰 배낭 두 개를 각자 메고 N과 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했다. 유럽인들은 어떻게 이걸 메고 걷는 거지? 툴툴거리던 N과 나는 무사히 정류장에 도착했다. 버스에 짐을 싣고, 버스가 출발했다. 불스라는 곳에 들러서 버스를 갈아타고, 오하쿠니에 도착하기까지 총 다섯 시간이 걸렸다. 졸다가 눈을 뜨고 창밖을 보면, 하얀 양들이 하늘에서 우수수 떨어진 것처럼 초록의 벌판에 흩뿌려져 있었다.

도착했다. 오하쿠니에는 몇 개의 레스토랑과 몇 개의 백패커들이 있었다. 나는 개척도시의 초창기 모습 같다고 생각했고, N은 가방이 무겁다고 했다. 우리는 예약해놓은, 배와 장비들을 대여해주는 예티투어에 들렀다. 빨간 페인트를 칠해놓은 배를 간판 삼아 지붕 위에 올려놓은 그 곳은, 강물 냄새가 나는 컨테이너 박스 느낌의 사무실 겸 창고 같은 곳이었다. 대머리 아저씨가 유행 지난 남방과 반바지 차림으로 우리에게 공부를 하라며 지도를 복사해주었다. 지도는 빼곡하게, 이 지점은 유속이 빠름, 이 지점은 돌이 많음 등의 지문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그 지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글씨도 너무 작았고, 하여간에 읽기 힘들게 빼곡했다.

대머리 아저씨가, 5살 아이만한 배럴 여섯 개를 배에 실을 수 있다고 말하며 파란 드럼통들을 보여주었다. 다행히 그것은 마음에 들었다. 무엇인가 단단해보였기 때문이다. 두 개는 침낭, 두 개는 먹을 것, 한 개는 옷, 나머지 하나는 쓰레기통으로 쓰고, 텐트는 위에 올리면 이렇게 되지, 하며 배에 배럴들을 스트랩으로 고정시키는 방법을 설명해주었다.

작업기(Ⅳ) 기다림의 결과

댓글 0 | 조회 1,388 | 2015.03.25
기다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과정을 모르고 기다리는 기다림이 그러하다. 마치 누군가가 미래의 로또번호를 가르쳐주긴 했는데 몇 회 차인지 가르쳐주지 않… 더보기

江(Ⅲ)

댓글 0 | 조회 1,427 | 2015.02.25
노로 어떻게든 뭍을 박차고 배의 방향을 겨우겨우 돌려, 우리는 다리를 저는 아저씨와 아일랜드 커플에게로 돌아갔다. 그들은 정말 걱정되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았고… 더보기

江(Ⅱ)

댓글 0 | 조회 1,721 | 2015.02.11
배에 배럴들을 묶는 법을 확인한 후, N과 나는 대머리 아저씨의 낡은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버스에서는 강 냄새가 났다. 비린 버스였다. 거리를 달리는 동… 더보기

현재 江(Ⅰ)

댓글 0 | 조회 1,563 | 2015.01.29
등산이 인생이다, 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때때로 나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혐오하는 습성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등산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산을 못 … 더보기

자녀들의 나이 값을 쳐주는 부모

댓글 0 | 조회 2,201 | 2015.01.14
너무 되바라진 아이들을 보면 사실 인상이 써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국인 특히 한국부모이기 때문인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른들이 있는 곳에서나 공공장소에… 더보기

영어

댓글 0 | 조회 1,912 | 2015.01.13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외국인에게 크게 거부감 같은 것은 없었던 것 같다. 다른 학원은 거의 다니지 않았지만 영어회화학원만큼은 꾸준히 다녔던 것이 비결 아닌 비… 더보기

한뼘

댓글 0 | 조회 1,344 | 2014.12.24
카페에 도착했다. 도착한 시각 오후 6시. 조금씩 지면을 향해 낙하하는 노을들이 수면 위의 카페를 빛내고 있었다. 폐선을 개조해서 만든 건지. 디자인 컨셉을 그렇… 더보기

반뼘

댓글 0 | 조회 1,601 | 2014.12.09
새벽 6시 30분에 일을 시작했다. 오후 2시쯤 퇴근해서 밥을 먹고 멍 때리다가 친구가 의뢰한 영화음악 작업을 했다. 작업을 했다가 밥을 먹었다가 작업을 했다가 … 더보기

상류

댓글 0 | 조회 1,891 | 2014.11.26
내가 일하는 곳의 사장은, 돈을 아주 잘 버는 사람이다. 지금하는 일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과를 나와, 이것저것하며 돈을 모은 뒤 지금은 40명에 가까운 직원을 … 더보기

침몰

댓글 0 | 조회 1,594 | 2014.11.12
“도” 음정이 맞지 않는 “도”가 또 한 번 울렸다. 청색 지붕, 처마 밑에 자리한 일곱 개의 검은색 확성기가 하늘 아래 햇살을 반사시키며 나란히 설치되어 있었다… 더보기

공간

댓글 0 | 조회 2,039 | 2014.10.30
공간을 좋아한다. 나만의 공간을 좋아한다. 아파트로 이사가기 전의 어렸을 적에는, 그리 독립된 생활을 하지는 못했었다. 부모님과 방을 같이 쓰다가, 할머니 할아버… 더보기

금연

댓글 0 | 조회 2,180 | 2014.10.15
큰 원이 있는 방 안에서, 남자는 턱을 괸 채 곰곰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고동색 책상을 앞에 둔 채 검은 의자 위에 앉아 멍하니 촛불 너머의 야경을 바라보고 있… 더보기

기대

댓글 0 | 조회 1,743 | 2014.09.24
내가 나에게 갖는 기대가 나를 미치게 한다. 기대는 구름처럼 내 머릿속을 횡횡하고 있었다. 심해 속에 가라앉는 돌덩이처럼 무겁고 무서운 까만 재 같은 것들이 구름… 더보기

루시

댓글 0 | 조회 1,274 | 2014.09.10
정보로만 존재하는 행성에 대한 시놉시스를 쓴 적이 있다. 그 곳에서는, 실체는 없고 모두 정보로만 존재한다. 아무 소통도 접촉도 없이 정보들이 둥둥 떠다니는 셈인… 더보기

도박

댓글 0 | 조회 2,048 | 2014.08.27
예전에 한국에 있을 때, “바다이야기”라는 곳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물고기처럼 지느러미를 파닥파닥거리며 버튼을 누르고 있었고, 초점을 잃은 눈동자는… 더보기

단편영화를 보는 시간

댓글 0 | 조회 1,959 | 2014.08.13
영화제의 분위기는 항상 나를 매료시킨다. 특히 단편영화 섹션이 그렇다. 상기된 표정의 감독들과 스텝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길 기다리는 듯한 표정들. 평소 영… 더보기

종교

댓글 0 | 조회 1,434 | 2014.07.22
내가 기억하는 한으로, 처음 내가 접했던 종교는 불교였다. 10살 무렵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갔었던 산 속의 어느 조그만 절. 그 절은 정말 깊은 산 구석에 있었는… 더보기

운동은 사람을 순수하게 만든다

댓글 0 | 조회 1,918 | 2014.07.08
태어나서 처음으로 근육이란 것을 키워봤다. 펑크에 빠져있던 고등학교 무렵에는 비쩍 마른 몸을 좋아했다. 44사이즈를 입을 수 있는 상체에 디올옴므 모델과도 같은 … 더보기

작업기 (Ⅲ) 요괴의 기다림

댓글 0 | 조회 2,110 | 2014.06.25
원래는 화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가만히 무엇인가 보는 것을 좋아했었습니다. 구름을 입에 문 새들이 태양 근처로 날개를 퍼덕이는 모습, 나뭇잎을 습관적…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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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1,560 | 2014.06.11
뜻하지 않은 일로 계획이 틀어져버렸다. 뭐랄까, 먹는 것보다 싸는 게 더 힘든 느낌이 든다. 오늘. 예정대로라면, 나는 발매계약을 했어야 했지만, 뮤직비디오 편집… 더보기

작업기 (Ⅱ) 알 수 없는 인생

댓글 0 | 조회 2,586 | 2014.05.27
내가 곡을 쓰는 방식은 사실 굉장히 간단했다. 가사를 주욱 써 놓고, 기타로 코드를 하나씩 잡다가 맘에 드는 코드 진행 방식을 찾는다. 그리고 흥얼흥얼거리며 가사… 더보기

작업기 (Ⅰ) 작곡의 시작

댓글 0 | 조회 2,606 | 2014.05.13
음악 그 자체를 동경해왔었다. 이런 소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저런 소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냥 소리가 각자 다르다는 것이 신기했다. 책상 구석의 똑같은 … 더보기

댓글 0 | 조회 2,089 | 2014.04.23
또 비가 온다. 일주일 넘게 햇빛을 보지 못하고 살고 있다. 비가 오면 떠오르는 시간 몇 가지가 있다. 아주 어렸던 16살에, 나는 독특한 패션으로 거리를 쏘다녔… 더보기

혼란: 독재의 잔재

댓글 0 | 조회 1,992 | 2014.04.09
최근에 나는 뮤직비디오를 한 편 찍었다. 그 때 촬영을 맡긴 한 인도네시아 아저씨와 친해지게 되었는데, 덕분에 인도네시아라는 나라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인도네… 더보기

담배

댓글 0 | 조회 2,689 | 2014.03.26
담배를 피운지는 조금 되었다. 미성년자를 벗어나기전부터 피웠으니 꽤 오래된 셈이다. 내가 좋아하게 되면 으레 그렇듯, 조금은 극단적으로 파고들었다. 담배가 신제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