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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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0 개 2,365 김지향
우리 집 정원에서는 바람이 집 주위를 뱅글뱅글 돌때가 잦습니다. 바람이 유난히 불었던 그 어느 날 재활용 빈이 바람을 못 이겨 쓰러지면서 뚜껑이 열렸던 적이 있었는데, 그 안에 들어 있었던 종이들이 밖으로 튀어 나와 바람과 함께 집 둘레를 돌고 있더라고요. 

종이들이 온 동네에 휘날리면서 날아다닐까봐 종이를 쫓아서 열심히 달렸었는데, 신기하게도 종이들이 우리 집 정원에서만 맴돌고 있더라고요. 

바람은 늘 한 순간 스쳐 지나가버리는 것인 줄 알았었습니다. 바람은 자유롭게 가고 싶은 곳으로 거리낌 없이 움직이는 줄 알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집 바람을 보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담이 없는 언덕 쪽에서 불어온 바람이 삼 면으로 둘러싼 담 안에서만 돌고 있으면서, 거세게 부는 바람일수록 큰 소리까지 내면서 집 주위를 돌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집 정원에 들어 온 바람이 꼭 내 안에 들어온 감정과 비슷하네요. 감정이 이는 순간, 그 감정을 바로 스쳐 지나가게 하지 못하고, 그 감정이 마음을 휘저으면서 가라앉아 있는 조각조각의 감정들까지 일으켜 세워, 함께 그 안에서 맴돌고 있으니 말입니다. 

조금 전에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 친구인데, 마음이 심란하여 전화를 한 것입니다. 자신이 이기주의자인 것 같다면서 지금 자신을 뒤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하였습니다. 뜬금없이 무슨 이기주의자를 운운하나 했더니, 새로 시작한 일 때문에 남편과 작은 갈등이 생겨서 그랬던 거 같습니다.

상황 설명을 들어 보니,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과정 때문에 일어난 갈등이더라고요. 두 사람의 생활 패턴이 새로운 일 때문에 갑자기 바뀌게 되어 그동안의 생활 패턴이 깨져버렸던 것입니다. 친구가 아침에 출근 준비로 바빠지게 되자 남편이 아침 준비를 하게 되었고, 저녁을 먹는 시간이나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늦어지는 둥, 소소한 것들의 변화로 신경이 예민해진 것이었지요.

남편이 말과 행동이 다르다고 하면서 속상해 했었습니다. 어떻게 다르냐고 했더니, 말로는 괜찮다고 하면서 행동은 그렇지가 않다는 것입니다. 남편의 행동이 예전과 다르다면서 아침에도 자신이 출근할 때보다 앞서서 출근하느라 평소보다 훨씬 더 일찍 나간다고 하고, 저녁에도 자신보다 늦은 시각에 집에 온다는 것입니다.

그런 모든 면들이 그녀의 신경을 건드리면서 그의 말과 행동이 다르게 느껴져서 마음이 무척 우울했었던 거 같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미소가 번졌습니다. ‘믿는 대로 보인다.’란 말이 생각이 나면서 지금 그녀가 남편을 자신의 믿음대로 생각대로 보고 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남편 역시 나와 비슷한 말을 했다고 하더군요. 자신은 그녀를 예전과 똑같이 생각하고 있는데, 그녀가 그걸 믿지 않는다는 것이었지요. 내가 그의 말이 진심이라고 설명을 해주자 바로 알아차리더라고요. 무촌인 남편의 말을 믿지 않는 것은 자신을 믿지 않는 것이라고도 말하였더니, 수화기 안에서 밝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남편의 귀가 시간이 늦어진 것에 대해서도 너무 속상해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남편이 집에 들어 올 때마다 그녀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기에, 휑하니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들어가기가 싫어서 늦게 집에 가는 것일 거라고 말했더니, 목소리가 더욱더 밝아지더군요. 

오늘 저녁에 일단 남편 말을 먼저 모두 다 들어주면서 남편의 생각에 대한 인정을 먼저 하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렇게 남편을 먼저 인정해주고 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면 남편도 그녀의 말을 인정할 것이며, 부정적인 감정이 사라진 마음으로 그녀를 대하게 되니, 사랑하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주고받을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감정이란 것이 참으로 신기해서 마음을 멋대로 마구 휘두르면서 처음 감정이 그대로 있지 않고 이런저런 감정들까지 함께 섞여서 오염이 되어 버리는데, 현명한 그녀는 내 조언 하나로 얼른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추스르게 되었습니다. 이런 그녀는 나의 스승이네요.

남의 조언을 제대로 받아 들여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는 그녀가 있기에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그녀가 나의 거울이기에, 나 역시 마음이 힘들 때, 나 혼자 해결할 수 없을 때, 그녀를 통하여 내 감정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떠나보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네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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