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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0 개 2,057 박건호
예전에 한국에 있을 때, “바다이야기”라는 곳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물고기처럼 지느러미를 파닥파닥거리며 버튼을 누르고 있었고, 초점을 잃은 눈동자는 멍하니 뿌연 담배연기 너머의 스크린을 향하고 있었다. 나는 재털이를 갈아주거나, 현금을 바꾸어주거나 하는 일을 했는데, 재털이의 꽁초든 현금이든 참 많았다. 담배연기도 많았고, 팁도 많았고 시급도 많은 편이었다. 다만 사장이고 손님이고 간에 표정은 없었다.

나는 돈을 놓고 게임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우선 게임이라는 구조 자체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게임방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때도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시작된 월드컵을 기점으로 주변에, “탭”이라는, 스포츠 도박을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한 경기에 보통 다양한 옵션이 있다. 어떤 팀이 스코어 몇대몇으로 상대팀을 이기는지부터 해서, 어떤 선수가 골을 넣는지, 승부차기를 하는지 안 하는지. 옵션 선택을 여러개하든 하나만 하든 상관은 없다. 옵션 하나당 1달러를 걸어도 1000달러를 걸어도 된다. A 선수 2 골에 배당률이 4배고 1000불을 걸었다면, 해당 선수가 두 골을 넣을시 4000불(정확히는 3000불)을 벌게 된다. 3골을 넣거나 1골을 넣으면 1000불은 안녕. 어찌되었든 그런 구조인 것이다. 보통 “탭”을 하는 그들의 대화도 구조적인 특징이 있다.

그들과 나와의 대화 1. 야 오늘은 100달러를 땄어. 얼마를 걸었는데? 50달러. 그럼 50달러 딴거잖아. ..그렇지.

그들과 나와의 대화 2. 야 오늘은 100달러를 땄어. 얼마를 걸었는데? 1달러. 다른데는 옵션 안 걸고 했어? 아니 걸었지. 거기서도 다 땄어? ...(대답없음) 총 다 하면 적자야 흑자야? .. 마이너스지.

그들은 자신이 잃은 것은 이야기하지 않고 딴 것만 이야기한다. 그리고 보통 자신의 배팅을 엄청난 노력에 의한 것으로 포장을 하며, 그 선택이 옳았을 시에는 꽤 기고만장해진다. 도박의 승패로 자신의 자신감과 자존감의 크기를 가늠하며, 보통은 취미가 없다. 다른 곳에 돈을 쓰는 것은 아쉬워하며, “탭”에 쓰는 것은 돈처럼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정말 그들이 꿈꾸는 것처럼 돈을 번다한들, 그것이 그들에게 돈으로 보여질까. 자신의 통장에 자신의 노동보다 큰 돈이 들어왔을 때, 반쯤 벗겨진 허망함도 함께 들어오지 않을까. 사람들은 허망함을 허망함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받아들이기를 두려워한다. 결국 소비로 그 허망함을 무시하고자 하게 되는데, 그게 그렇게 영양가있는 소비가 될지는 의문이다.

자신이 버는 돈보다 도박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사람도 있고, 소득이 괜찮은 편임에도 도박으로 인해 통장이 늘 마이너스인 사람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들에게 답답한 흥미로움을 갖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 머리가 좋지 않지만, 도박에서 승리를 하면 자신의 머리가 좋다고 의기양양한다(머리가 좋지 않다) 도박의 결과에 따라 그날의 기분이 바뀌고, 스스로 버린 사회안전망을 뒤돌아볼 여력도 없이, 늘 불안감과 초조함 속에 산다.

그것이 올바른지 안 올바른지는 잘 모르겠다. 오락으로서의 기능도 분명 있기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먼 훗날 나의 자식 혹은 나를 믿고 따르는 어린 친구들이 생겼을때, 어떻게 돈을 버셨어요? 라고 내게 묻는다면, 나는 적어도 “도박으로”라고 대답하고 싶지는 않다. 나의 가치보다 돈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경계하되, 나의 가치에 따른 돈을 보장받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어야한다. 그것이 분명 도박은 아닐 것이다.

외롭고, 의존적인 사람들

댓글 0 | 조회 5,767 | 2013.06.26
나는 산책을 좋아한다. 보통 잠이 오지 않으면 가까운 바닷가로 나가 혼자 돌아다니다 오곤 한다. 핸드폰은 꺼두고 엠피쓰리만 켜두고 이곳저곳 쏘다닌다. 그런데 그것… 더보기

치과 (Ⅰ)

댓글 0 | 조회 3,681 | 2016.04.29
N과 함께 밥을 먹는데, N이 요즘 따라 자꾸 볼살을 씹는다고 했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는데, 양치를 하러 갔었던 N이 달려와 플래시를 켠 핸드폰을 건냈다. 사… 더보기

담배

댓글 0 | 조회 2,696 | 2014.03.26
담배를 피운지는 조금 되었다. 미성년자를 벗어나기전부터 피웠으니 꽤 오래된 셈이다. 내가 좋아하게 되면 으레 그렇듯, 조금은 극단적으로 파고들었다. 담배가 신제품… 더보기

작업기 (Ⅰ) 작곡의 시작

댓글 0 | 조회 2,621 | 2014.05.13
음악 그 자체를 동경해왔었다. 이런 소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저런 소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냥 소리가 각자 다르다는 것이 신기했다. 책상 구석의 똑같은 … 더보기

작업기 (Ⅱ) 알 수 없는 인생

댓글 0 | 조회 2,595 | 2014.05.27
내가 곡을 쓰는 방식은 사실 굉장히 간단했다. 가사를 주욱 써 놓고, 기타로 코드를 하나씩 잡다가 맘에 드는 코드 진행 방식을 찾는다. 그리고 흥얼흥얼거리며 가사… 더보기

파랑과 검정

댓글 0 | 조회 2,549 | 2016.03.24
인식이 색깔을 바꾼다.아주 어렸을 때, 내게는 스물네가지 색깔을 가지고 있던 크레파스가 있었다. 그 중 몇 개의 색깔을 닳도록 사용하고는 했는데, 그 중 하나가 … 더보기

댓글 0 | 조회 2,452 | 2016.02.25
무뎌진 발 뒤끝의 아릿함. 침대 위에서 내려오던 내 발 뒤꿈치도.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던 옷가지들도. 방 안 가득 베어있던 담배향들도. 익숙한 손가락의 까칠함에 … 더보기

B 에게

댓글 0 | 조회 2,393 | 2015.11.12
안녕하세요. 동갑이지만, 매우 친한 사이이지만, 이번 편지에서는 말을 높이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은 오로지 편지를 쓸 때의 제 문체 성향 탓이니, 우리 사이가 멀어… 더보기

작업기(Ⅵ)- 발매 그리고 사기

댓글 0 | 조회 2,353 | 2015.05.27
초심을 찾기까지 아무런 곡을 작업할 수 없었음은 물론이었다. 12월, 1월, 2월이 지나갔다. 긴 크리스마스 휴가와 왕가누이 여행, 부모님의 방문 등 그 사이에 … 더보기

화이

댓글 0 | 조회 2,325 | 201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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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Ⅸ)

댓글 0 | 조회 2,239 | 2015.08.13
물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잠이 든 다음 날 아침. 쓰레기통이 된 두 개의 배럴. 배럴 사이로 흐르는 습기와 강의 물냄새. 아침 산바람에 뒤척거리는 노란 텐트. … 더보기

욕망

댓글 0 | 조회 2,234 | 2015.12.10
사실 욕망이란 잃었을 때, 비로서 서서히 그 욕망의 실체를 드러낸다. 거기까지 썼을 때, 카페 안으로 한 남자가 들어왔다. 깊게 눌러쓴 검은 캡 모자, 닳아빠진 … 더보기

식물과 생각

댓글 0 | 조회 2,223 | 2016.01.28
8월부터, 웰링턴을 떠나 여기에 온 후 많은 식물을 재배하고 있다. 고추, 애호박, 피망, 해바라기, 토마토, 가지.. 주로 먹을 것들인데, 이는 돈을 조금이라도… 더보기

거미집(Ⅰ)

댓글 0 | 조회 2,210 | 2015.12.22
약 혹은 총기류를 쓰지 않는,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자살의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목을 매는 자살인 교사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투신의 방법. 노인… 더보기

자녀들의 나이 값을 쳐주는 부모

댓글 0 | 조회 2,207 | 2015.01.14
너무 되바라진 아이들을 보면 사실 인상이 써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국인 특히 한국부모이기 때문인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른들이 있는 곳에서나 공공장소에… 더보기

리더의 조건

댓글 0 | 조회 2,198 | 2015.11.26
초등학교 4학년 때, 나는 드디어 꿈에 그리던 반장이 되었다. 그 때는 반장이 굉장히 멋있어 보였다. 학급회의를 주재하고, 선생님이 없을 때 아이들을 조율하고. … 더보기

금연

댓글 0 | 조회 2,188 | 2014.10.15
큰 원이 있는 방 안에서, 남자는 턱을 괸 채 곰곰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고동색 책상을 앞에 둔 채 검은 의자 위에 앉아 멍하니 촛불 너머의 야경을 바라보고 있… 더보기

치과 (Ⅱ)

댓글 0 | 조회 2,178 | 2016.05.11
N의 동동거리던 발이 움직임을 멈춘 것은 의사가 주사바늘을 N의 입 속에서 뺀 이후였다. 기절했나? 나는 고개를 기웃거렸지만, N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각도였… 더보기

어떤증명

댓글 0 | 조회 2,170 | 2012.09.26
어느날 바닷가 주변을 친구와 걷고 있을 때, 지붕이 없는 스포츠카 한 대가 지나갔다. 나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바닷가 근처인데, 한국과는 달리 아무 것도 없었다… 더보기

자존감 (A면-타인과의 비교 그리고 화)

댓글 0 | 조회 2,162 | 2015.09.24
화가 난다. 그것을 틱낫한은 이렇게 표현했다. 온 몸 가득 독이 퍼진 것이라고. 독이 퍼진 것을 알아달라는 표현이니까, 상대방은 화난 사람에게 연민을 가져야 한다… 더보기

댓글 0 | 조회 2,140 | 2015.10.15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었다. 어처구니없다, 라는 말을 써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처구니 없다, 라는 것은 감정의 한 종류니까요. 제가 지금 감정이라는 것을 가질… 더보기

작업기 (Ⅲ) 요괴의 기다림

댓글 0 | 조회 2,120 | 2014.06.25
원래는 화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가만히 무엇인가 보는 것을 좋아했었습니다. 구름을 입에 문 새들이 태양 근처로 날개를 퍼덕이는 모습, 나뭇잎을 습관적… 더보기

댓글 0 | 조회 2,099 | 2014.04.23
또 비가 온다. 일주일 넘게 햇빛을 보지 못하고 살고 있다. 비가 오면 떠오르는 시간 몇 가지가 있다. 아주 어렸던 16살에, 나는 독특한 패션으로 거리를 쏘다녔… 더보기

안경

댓글 0 | 조회 2,079 | 2016.02.11
오빠가 사라졌다.안경이 너무 오래도록 보이지 않아 이상한 느낌에 오빠의 방에 가보았다. 퀴퀴한 냄새와 함께 냄새에 비해 꽤 정갈한, 빛이 들지 않는 방이 눈에 들… 더보기

현재 도박

댓글 0 | 조회 2,058 | 2014.08.27
예전에 한국에 있을 때, “바다이야기”라는 곳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물고기처럼 지느러미를 파닥파닥거리며 버튼을 누르고 있었고, 초점을 잃은 눈동자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