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조각보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삶의 조각보

0 개 1,740 김지향
오일히터를 의자 옆에 놓고 그 위에 담요를 올려서 의자에 앉아 있는 내 무릎 위를 덮고 있습니다. 이렇게 담요를 덮고 있으면서 시린 손을 가끔 담요 안에 넣어 녹이면서 글을 쓰고 있네요. 

어려서 따끈한 아랫목을 덮고 있는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 만화책을 읽으면서 고구마를 까먹었던 시절이 생각이 나는군요. 물론 이불 속에는 만화책이 잔뜩 들어 있었고요. 여차하면 읽던 만화책을 이불 속으로 집어넣을 준비까지 해놓고 있었지요.

만화 읽는 것을 아주 싫어하셨던 아버지께서 우리 방으로 들어오실 걸 대비해서였죠. 한 번은 아버지께 들켜서 빌려온 만화책들이 몽땅 다 아궁이 속으로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만화 심부름을 도맡았던 내 동생이 만화책값을 물어주느라 엄청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지금까지 하거든요.

사실, 난 그 기억이 전혀 나지 않지만, 네 자매가 공범이면서도 만화를 빌려온 동생한테 그 책임을 전가해버렸나 봅니다. 충분히 그렇게 했을 소지가 다분합니다. 셋째인 나도 책상 서랍 속에 고이 접어 둔 500원짜리 지폐가 편지 한 장으로 변해버린 적이 있으니까요. 편지 내용과 달리 받는다는 기대는 아예 접어야 했습니다. 버스표 한 장에 5원했던 시절이었는데, 얼마나 아까웠겠어요? 

이런 일들도 있었지만, 즐거운 추억이 훨씬 더 많았죠. 큰 언니의 기타 소리에 맞춰서 불렀던 포크송과 트위스트 춤 대회와 가족들 몰래 연습한 형제들의 깜짝 연극 무대......,등 미소가 지어지는 추억들이 더 많았죠. 이렇게 지냈었던 이유인지 이곳에서도 조카들까지 합세하여 ‘가족 음악회’를 열어 거실에서 공연을 하고 뒤뜰에서 바비큐파티를 했던 때도 있습니다.

오늘따라 옛 추억이 마구 일어나는 것은 양철지붕을 통해 들려오는 빗소리와 따끈한 담요 덕분이네요. 물론 그 시절부터 좋아하기 시작했었던 포크송 음악들도 한 몫하고 있었지요. 

시간이 흐른다고 하지만, 시간이 순간순간 기억조각들의 연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지금 이 순간 한 조각의 흑백필름을 꺼내어 들여다보느라 시간을 되돌릴 필요는 없었거든요. 빗소리와 담요와 음악이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기억을 되살렸으니까요.

네 자매가 따끈한 아랫목에서 따스하게 데워진 만화책을 꺼내 읽을 때, 그 순간이 과거의 아름다운 순간이 될 것이라고 과연 누가 생각을 했을까요? 그저 그 순간을 만화를 보면서 즐기기만 했었을 거 아닌가요? 만화 속에 푹 빠져 있었을 때, 아버지께 들킬 것이라는 생각은 하기나 했을까요? 그 만화책들이 아궁이 속으로 들어갈 것은 상상이나 했을까요? 근 40여년이나 지난 지금 이 순간에 그때의 기억이 생각날 줄 알기나 했을까요? 

나는 우리가 시간의 마법 속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시간이란 시각의 연속이며, 시각이란 매 순간이며, 매 순간들이 조각들이 되어 그 조각들이 한 땀 한 땀 바느질 되어 연결이 되어 하나의 조각보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만화책을 읽으면서 여러 상상 중 들킬 것을 염려하는 상상이 있었을 것이며, 들켰을 때 역시 아궁이 속으로 만화책이 들어갈 것을 염려하는 마음이 있었을 겁니다. 지금 이렇게 그때의 추억을 되돌려 보는 상상 역시 있었을 수도요. 어찌 보면 그 순간 속에 가장 크게 여겨진 생각이 현실로 끌어들여졌을 겁니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란 말이 있죠. 그 말이 오늘따라 더 실감이 가네요. 겨울비가 일으킨 추억으로 우리 삶이 우리가 선택한 조각들로 연결하여 만든 조각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양철지붕을 두드린 빗소리마저도 우리 삶의 비밀을 열 열쇠를 전해 주는 군요. 나만의 특별한 조각보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힌트를 알려 주네요. 하늘이 오늘 나에게 준 선물로 여겨집니다. 지금 이 순간의 선물 역시 내 삶의 조각보를 만들어가는 과정임을 기억하면서 오늘 하루를 보내네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월동 준비

댓글 0 | 조회 1,380 | 2015.06.10
퇴근길의 차량들이 줄지어 달려가는 해질녘에 단풍이 든 거리의 나무들은 촉촉한 비를 맞으면서 차분하면서도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우수수 떨어진 노란 낙엽들이 … 더보기

깨끗한 유리창

댓글 0 | 조회 2,158 | 2015.05.27
승용차가 없어서 온 가족이 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그 덕분에 나 역시 버스 시간표를 늘 확인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한국에 갔었을 때, 동생 집 냉장고에 붙여 있었… 더보기

이 또한 지나가리라

댓글 0 | 조회 1,738 | 2015.05.13
다윗 왕이 궁중의 세공인에게 전쟁에 크게 이겨도 교만함에 빠지지 않고, 절망으로부터도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글귀를 새긴 반지 하나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합니… 더보기

시간의 세계

댓글 0 | 조회 1,331 | 2015.04.29
친구가 요즘 틱낫한 스님의 저서 ‘마음 한 가운데 서서’를 읽고 있다고 하면서 그 안에 들어 있는 우화 한 편을 간략하게 소개해주었습니다. 노스승으로부터 수련을 … 더보기

인생지사 새옹지마

댓글 0 | 조회 3,545 | 2015.04.15
인생지사 새옹지마란 말들을 자주 하지요. 복이 화가 되기도 하고 화가 복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새옹지마에 많이 비유를 합니다. 참으로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인생살이… 더보기

생각과 행동

댓글 0 | 조회 1,700 | 2015.03.24
신중함이 지나친 남편과 달리 나는 행동을 먼저 해버리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 직감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태반이지요. 때로는 착각을 직감으로 오인하여 일… 더보기

100세 시대의 대중의식

댓글 0 | 조회 1,528 | 2015.03.11
우연히 인터넷을 통하여 서유석의 ‘넌 늙어 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란 노래를 들었습니다. 서유석의 나이가 70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 … 더보기

메시지

댓글 0 | 조회 1,610 | 2015.02.25
한국에서 손님이 일주일 동안 지내다가 갔습니다. 8년 전에 영어 공부를 위해 파미에 와서 1년 동안 학교에 다녔던 학생인데 어느덧 청년이 되어 사회에 첫발을 내밀… 더보기

잔인한 와이탕이 데이

댓글 0 | 조회 2,378 | 2015.02.11
와이탕이 데이 때, 파미 테마나와 박물관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를 했었습니다. 내가 만든 모자들과 우리 가족이 만든 꽈배기 도넛을 판매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난… 더보기

풍요와 사랑이 넘치는 나날들

댓글 0 | 조회 1,780 | 2015.01.29
여름이 오기만 하면 마음이 붕붕 하늘을 나는 듯합니다. 가벼운 옷차림에 챙 넓은 모자를 눌러 쓰고 바람을 가르면서 운전을 하는 즐거움이 크기도 하고요. 한국에서 … 더보기

풍요로운 2015년을 기원하면서

댓글 0 | 조회 1,643 | 2015.01.13
밝은 새해를 예견하듯 요즘의 날씨는 화창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렇듯 화창한 오늘 아침에 둘째가 갓 구워 놓은 빵을 먹었습니다. 사흘 전부터 이스트를 배양하기 시작하… 더보기

소박한 행복

댓글 0 | 조회 1,566 | 2014.12.23
오늘 아침에 집에 소포 하나가 도착하였습니다. 고급스럽고도 예쁜 병들이 6개나 되었는데, 레몬 오일이 첨가 되어 있는 아보카도 오일이었습니다. 샐러드에 뿌려 먹으… 더보기

자연법칙의 이해가 필요한 지금

댓글 0 | 조회 1,503 | 2014.12.09
하늘이 심술을 부리면서 변덕스럽게 비바람을 몰아치게 하지만, 정원의 하얀 장미들이 활짝 웃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12월의 선물이군요. 나는 꽃이 참 좋습니다. 꽃… 더보기

착각의 의무

댓글 0 | 조회 1,606 | 2014.11.26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여 현미밥을 먹고 있는데, 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가족들을 위해 항상 콩을 섞어 밥을 짓습니다. 고기를 즐기지 않는 가족의 식성을 위한 … 더보기

우리 모두 다 함께 잘 살아가는 방법

댓글 0 | 조회 1,619 | 2014.11.11
일요일이면 늘 그렇듯 우리 집은 오픈 홈(Open Home)을 합니다. 오늘도 오픈 홈을 하였는데, 집을 사려는 임자가 아직까지 나타나지를 않았네요. 오픈 홈을 … 더보기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댓글 0 | 조회 2,360 | 2014.10.29
우리 집 정원에서는 바람이 집 주위를 뱅글뱅글 돌때가 잦습니다. 바람이 유난히 불었던 그 어느 날 재활용 빈이 바람을 못 이겨 쓰러지면서 뚜껑이 열렸던 적이 있었… 더보기

삶과 죽음

댓글 0 | 조회 2,147 | 2014.10.14
내가 사랑하는 여동생의 시어머니께서 며칠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장례를 치룬 이후로 제부는 매일 어머니께 다녀온답니다. 그러면서 엊그제 혼자 밖에 나가서 강아지 한… 더보기

영혼의 집

댓글 0 | 조회 2,046 | 2014.09.24
오늘은 한국에 살고 있는 큰언니의 생일입니다. 육십갑자의 ‘갑’으로 되돌아오는 환갑날입니다. 옛날 같으면 최상의 수명을 산 기념으로 환갑잔치를 했었겠지만, 100… 더보기

인생이 계단이라면?

댓글 0 | 조회 1,318 | 2014.09.09
봄 처녀도 아니건 만, 난 봄을 제일 좋아합니다. 한국에서나 뉴질랜드에서나 추운 겨울 내내 봄을 기다리면서 살았던 거 같습니다. 남들보다 추위를 덜 타는 편인데도… 더보기

시련과 고난이 주는 기회

댓글 0 | 조회 1,889 | 2014.08.27
어느덧 거리는 봄의 꽃망울들이 노랗게 웃고 있습니다. 봄의 문이 살며시 열리고 있네요. 잔뜩 움츠리고 있었던 몸과 마음이 화사한 수선화의 노란색으로 물들어갑니다.… 더보기

현재 삶의 조각보

댓글 0 | 조회 1,741 | 2014.08.12
오일히터를 의자 옆에 놓고 그 위에 담요를 올려서 의자에 앉아 있는 내 무릎 위를 덮고 있습니다. 이렇게 담요를 덮고 있으면서 시린 손을 가끔 담요 안에 넣어 녹… 더보기

지금 이 순간만이....

댓글 0 | 조회 2,050 | 2014.07.24
뉴질랜드에 오기 하루 전날, 인사동에 나갔었습니다. 마침 일요일이라서 사람들이 북적거리더군요. 평일에 한 번 인사동을 갔었는데, 그날의 분위기와 달리 축제의 느낌… 더보기

사랑만이 살 길이다

댓글 0 | 조회 1,779 | 2014.07.09
어제, 동생과 함께 대학로에 크로스오버 앙상블인 새바밴드의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새바밴드와 인연이 된 지는 8년째인데, 밴드 구성한지 10년을 넘긴 여력이 그대… 더보기

외모지상주의의 초상

댓글 0 | 조회 1,838 | 2014.06.24
한국에 와서 이상한 광경을 자주 봅니다. 얼굴에 가면을 쓰고 챙 넓은 모자를 쓰고 다니는 여자들이 그 중 제일 이상하게 보이더라고요. 가면이라고 말하기엔 좀 섬뜩… 더보기

선택 놀이

댓글 0 | 조회 1,474 | 2014.06.11
한국을 떠나서 산 지 14년입니다. 2년 전에 한국 방문을 하고 올 4월에도 잠시 방문을 하였었는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만 급격한 변화에 넋을 놓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