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마-아니, 말 말고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애마-아니, 말 말고

0 개 2,417 한얼
20140306_183737.jpg

운전 면허를 땄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내게도 자동차가 있다. 작고 까만 소형차로, 이름은 심플하게 모닝이라고 부른다 (난 내가 가진 모든 기계들에게 이름을 붙여준다. 그냥 그런 취미가 있다고만 해두자).

차는, 나 자신이 빈털터리인 만큼 엄마가 사주었다. 대출이니 할부니, 말만 들어도 아득해지는 단어들을 이 악물고 응시하며 다시금 어른이 된다는 현실의 부담감을 느끼고 있을 때, 엄마가 툭 던진 것이다. 엄마가 사줄게. 사회인 된 기념으로. 아이 참, 엄마도- 라는 식으로 말은 했지만 결국 인사치레였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주면 감사히 받는. 고맙습니다, 엄마.

왜 하필 검정색이냐. 많은 이들이 물었지만, 나도 답은 없다. 정말 생각 없이, 무슨 색으로 할래? 라고 물었을 때 검정색, 이라고 즉답한 것뿐이다. 검정색이 깔끔하다는 생각에서였을까. 물론, 이 사실은 엄청난 착각이었다. 몇 주 만에 뽀얗게 흙먼지를 뒤집어쓴 애마의 몰골을 본 난 좌절했다. 더욱이 회사는 공사 중인 도로에 있어 그 정도가 굉장히 심각했다.

소유한 것들이 많아질수록 신경 쓸 일도 잦아지는 법이다. 그렇기에 나는 정 필요하거나 어지간히 갖고 싶은 것이 아니면 쉽게 포기하는 버릇을 들였다. 더욱이 자동차는, 운전하는 것을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나와는 평생 연이 없을 소유물일 것만 같았다. 그래서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탓에 차에 대해선 아직도 배워가는 중이다. 이런저런 사고도 겪고, 스트레스도 받아가며.

사고라면, 예를 들어 가장 큰 사건이었던 사이드 미러 건. 내가 회사로 가는 루트는 정해져 있고, 출근길에는 아주 비좁은 골목을 지나야 한다. 평소와 다름없이 나서던 순간, 그 골목에서 난데없이 툭 튀어나온 거대한 공사 차량에 지레 당황해 핸들을 거칠게 꺾었다. 그 바람에 애꿎은 차는 벽에 부딪혔고, 오른쪽 사이드 미러가 박살이 나고 말았다. 순식간에 없어진 것이다. 그 허전함에 어? 하고 멍청하게 소릴 내뱉으며 차를 구석에 세우고 잠시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핸들을 쥔 손은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다. 이럴 수가. 산 지 얼마나 됐다고!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그 곳은 애초에 그런 거대 공사 차량이 들어와선 안 되는 도로였다. 나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그 다음엔 또 한 번 그 골목에서 가볍게 차를 긁었고, 또 그 다음엔 고속도로에서 난데없이 날아온 작은 돌멩이 때문에 앞유리를 한 번 교체해야 했다. 나는 이를 갈 뿐만이 아니라 펄쩍펄쩍 뛰고, 소리를 지르고, 벽에 머리를 마구 부딪혔지만 딱히 나무랄 사람도 없었다. 그저 나 자신의 실력 부족과 재수 없었던 하루를 저주하는 것 외에는.

여러모로 손이 많이 가는 녀석이다. 내 차에 대해선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가장 닮았지만, 관심사는 나와 정반대인 아빠는 차에 대해선 일가견이 있는 아마추어 전문가다. 차에 대해서 투덜거릴 때마다 아빠는 태평하게 답했다.

“원래 차는 다 그런 거야. 돈 엄청 먹지.”

“차가 그런 게 아니라 사는 거 자체가 그런 거겠지.”

“그것도 그렇고.”

굳이 신경 쓰고 싶지 않은 것, 보고 싶지 않은 것에까지 억지로라도 눈을 돌리게 되는 것, 소유물. 그런 점에서라면 내게 차는 편리하면서도 아직 무거운 짐인 셈이다.

엘더플라워 - 향과 맛

댓글 0 | 조회 9,906 | 2012.11.13
누구에게나 사람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어떤 플레이버(flavour) 보다도 단박에 자신을 사로잡는, 무슨 맛을 제일 좋아하세요? 라… 더보기

이빨 - 얻기 위해 잃어야 하는 것

댓글 0 | 조회 2,959 | 2015.12.10
아침밥을 먹다가 이빨이 깨졌다. 정말 어처구니 없었다. 나름 건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만이었던 걸까. 잠깐 아연할 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딱딱한 걸 먹고… 더보기

나이트 마켓 - 관광, 혹은 작은 일탈

댓글 0 | 조회 2,597 | 2016.10.12
오클랜드의 명물이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 마켓(Market)을 꼽을 것이다. 한글로는 7일장 정도라고 표현하는 게 적당할까. 데이 마켓, 나이트 마켓 상관 없이 모… 더보기

고양이-우리와 가장 비슷한 동물

댓글 0 | 조회 2,532 | 2014.07.09
출근한 어느 주말이었다. 이 무더운 날씨, 나와 마찬가지로 좋던 싫던 이런 날에조차 직장에 나와야 하는 모든 이들을 애도하며 편의점에 들렀다. 열심히 음료수를 고… 더보기

양양 - 서프라이즈 바다 여행

댓글 0 | 조회 2,487 | 2014.11.12
바닷가에 다녀왔다. 일전에도 말한 것 같지만, 집을 떠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내 침대가 아닌 곳에선 잠을 이루지도 못하거니와, 낯선 분위기에 적… 더보기

결혼에 대한 고찰 하나

댓글 0 | 조회 2,470 | 2015.11.12
결혼. 고민은 많이 해보지 않았고, 생각도 그다지 해본 적은 없지만 궁금한 것이긴 하다. 개인적으로는 결혼이란 제도 자체가 사회의 산물이라고 생각하여 회의적인 편… 더보기
Now

현재 애마-아니, 말 말고

댓글 0 | 조회 2,418 | 2014.07.24
운전 면허를 땄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내게도 자동차가 있다. 작고 까만 소형차로, 이름은 심플하게 모닝이라고 부른다 (난 내가 가진 모든 기계들에게 이름을 붙여… 더보기

가메야마 - 만족스런 고독

댓글 0 | 조회 2,377 | 2014.04.24
출장 차 일본에 간 적이 있다. 도쿄나 교토, 오사카처럼 화려하거나 유명한 곳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아주 구석진 도시로, 그나마 ‘도시’라는 표현을 써… 더보기

Keep Calm and Carry On

댓글 0 | 조회 2,345 | 2012.09.25
좋아하는 문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 원래 영국에서 세계 2차 대전 동안에 국민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프로파간다로 쓰이던 슬로건이었는데, 재발견되어 새롭게 … 더보기

머그컵 - 서서히 덥혀지는 손

댓글 0 | 조회 2,335 | 2014.03.26
애지중지하며 모으는 것들 중에 머그컵이 있다. 말 그대로 정말 머그컵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마실 것을 담는 컵들. 대부분은 원통형에 둥그런 손잡이가 달린… 더보기

Indian Summer

댓글 0 | 조회 2,281 | 2016.08.25
한국은 최고 기온 40도를 돌파한 곳이 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정말 해가 갈 수록 더워지는구나. 심지어 대구였던가 인천이었던가, 하여튼 어느 지역에선 길바닥에… 더보기

다 카포 - 몇 번이고 다시

댓글 0 | 조회 2,269 | 2016.04.14
반복이라는 것에 익숙하다. 일상에서, 취향에서, 그리고 다른 많은 것들에서도.좋아하는 영화가 있으면 몇 번이고 돌려 보고, 좋아하는 노래는 몇 년째 폴더에 넣어둔… 더보기

운전 - 핵심 감정들의 풀코스

댓글 0 | 조회 2,263 | 2013.10.23
운전은 몇 달 만에 처음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자동차가 무서워 생각도 하지 않았고, 대학 때는 버스나 배를 타고 다니면 되겠지, 하고 막연히 생각한 탓에 불과 작… 더보기

휴가 - 안락한 일탈과 자유

댓글 0 | 조회 2,258 | 2016.01.28
휴가를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머나먼 곳으로.일을 하지 않고 쉬는 것이 포괄적인 의미의 ‘휴가’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가=집이 아닌 곳으로 여행을 떠… 더보기

향수, 향기와 기억

댓글 0 | 조회 2,220 | 2014.08.13
후각이 예민한 편이다. 어릴 적부터 그래왔다. 소설 <향수>의 주인공처럼 초인적이거나 하진 않지만, 그래도 꽤 냄새를 잘 맡는다. 누가 어떤 꽃 향기의… 더보기

목욕 - 쉬었다 가기

댓글 0 | 조회 2,126 | 2014.02.26
기회가 된다면 좀 더 자주, 기왕이면 매일매일 하고 싶은 것 중에 목욕이 있다. Take bath, 그러니까 단순히 몸을 씻는 샤워가 아닌 ‘목욕’이다. 말 그대… 더보기

건망증 - 잊어도 되는 것과 잊으면 안 되는 것

댓글 0 | 조회 2,108 | 2015.02.10
건망증이 심한 편이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거나 조금만 산만해지면 뭐든지 간에 금방 잊어버려서 곤란할 때가 많다. 그렇다 보니 이래저래 무얼 하든, 무슨 말을 듣건… 더보기

일의 조각들

댓글 0 | 조회 2,051 | 2016.02.11
그러고보면 나름대로 많은 일을 했고, 많은 직장을 전전했다. 한국과 뉴질랜드를 넘나들면서.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본 일이라면 아마 과외일 것이다. 그냥 아는 사람에게… 더보기

향수 - 조금은 아찔한 향기

댓글 0 | 조회 2,047 | 2015.12.23
자주 받는 선물 중에 향수가 있다. 좋긴 한데, 조금 묘한 기분이 든다. 뭐지? 나한테서 냄새나나......? 같은. (물론 주는 사람들의 의도는 순수할 것이다.… 더보기

결혼 - 머나먼 이야기

댓글 0 | 조회 2,045 | 2014.01.15
사촌 오빠의 결혼식이 있었다. 가까운 가족이 결혼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위화감이 굉장했다. ‘예쁘게’ 차려 입고 와야 하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이었기에 … 더보기

운동 -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하는

댓글 0 | 조회 1,999 | 2015.01.29
운동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운동을 한 후의 기분은 매우 좋아한다. 끈적하거나 덥다거나 하는 걸 얘기하는 게 아니다. 성취감. 뭔가를 해냈다는 그 고양감. 그 묘한… 더보기

외출 - 짧은 여행

댓글 0 | 조회 1,995 | 2014.01.30
한국에 오고 나서부터 부쩍 는 것이 있다면, 외출이다. 심심한 오클랜드에서 살던 때와는 대조적으로 거의 주말마다 외출을 하곤 한다. 보통 멀리 나가므로 - 지하철… 더보기

게임 - 모든 이들을 위한 즐거움

댓글 0 | 조회 1,991 | 2014.04.09
게임을 좋아한다. 중독까진 아니더라도, 이틀에 한 시간 정도는 즐기곤 한다. 온라인 게임은 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동생이나 사촌 등이 하자고 열심히 졸랐을 때 설… 더보기

재즈 - 달콤한 한의 선율

댓글 0 | 조회 1,988 | 2016.03.24
재즈를 좋아한다. 음악 장르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사랑하고 있다. 귀에 하도 익숙해져서, 요리를 하거나 집안일을 할 때처럼 몸에 익어 딱히 생각이 필요 없을 일을 … 더보기

레몬 나무 - 행복의 상징

댓글 0 | 조회 1,983 | 2012.10.09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것들 중에 레몬 나무가 있다. 물론 빈약한 나무는 안 된다. 적어도 몇 년은 묵어서 완전히 크게 자란 것, 해마다 한 번은 열매가 주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