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은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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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승부조작은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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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 월드컵 시즌이 돌아왔다.  뉴질랜드에서 월드컵이라 하면 럭비 월드컵, 크리켓 월드컵등과 혼동할 수 있으니 축구 월드컵이라 표기해야 하지만, 교민을 비롯한 한국인들에게 월드컵은 축구 월드컵이지 않은가.  비록 뉴질랜드가 참가하지 못 하였고 공중파 방송에서 많은 경기를 중계해주지 않아도 즐거운 축제 분위기는 여전한 것 같다.

주요 스포츠 경기에는 오심 논란과 함께 단골로 등장하는 논란거리가 있는데, 바로 승부조작이다.  승부조작이란 스포츠 경기에서 사전에 경기의 방향 또는 결과를 미리 결정한 후, 이를 시행하여 경기를 조작하는 행위를 뜻한다.  승부조작은 스포츠 경기 결과를 놓고 하는 도박과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선수나 코치진 또는 심판을 매수하는 행위가 이뤄지기도 한다.  도박과 관련 없이 소속팀의 향후 일정 및 대진 이라던지 또는 리그에서의 혜택 등을 위하여 경기 결과를 인위적으로 조율 하는 것 역시 승부조작의 일부분일 것이다.

월드컵도 승부조작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데,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예로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의 아르헨티나와 페루의 경기와,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있었던 오스트리아와 서독의 경기가 있다.  1978년 월드컵에서는 2 라운드 역시 1 라운드처럼 조별리그로 진행되었는데, 당시 개최국인 아르헨티나는 브라질, 페루, 폴란드와 함께 B조에 속해있었고 마지막 경기인 브라질 폴란드 경기와 아르헨티나 페루 경기의 결과에 따라 아르헨티나 또는 브라질이 결승에 진출 할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자국 경기의 일정을 늦춰 브라질과 폴란드의 경기가 끝난 후에 자국 경기를 진행 하였고, 따라서 페루와의 경기에서 4골 차이로 이겨야만 결승에 진출 할 수 있음을 알고 경기를 시작하였다.  이 경기에서 공격력이 빈약하던 아르헨티나가 수비가 좋았던 페루를 6대0으로 이기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당시 남미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아르헨티나와 페루가 담합한 결과라 회자되고 있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도 승부조작의 논란이 있었는데, 서독과 오스트리아의 경기는 4년전 아르헨티나와 페루의 경기보다도 더 노골적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우연인지 이번에도 조별리그 B조가 연루되었는데, 알제리, 오스트리아, 칠레, 서독이 같은 조에 편성되었다.  마지막 경기인 오스트리아와 서독의 경기 결과에 따라, 3패를 기록한 칠레를 제외한 나머지 세 팀 중 두 팀이 12강에 진출할 수 있었는데, 서독이 오스트리아를 2골 이상의 차이로 이기면 서독과 알제리가 12강에 진출하고, 오스트리아가 서독을 이기거나 비기게 되면 오스트리아와 알제리가, 그리고 서독이 오스트리아를 1점차로 이기게 되면 오스트리아와 서독이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 경기에서 서독은 전반 10분에 선제골을 득점하였고, 그 때부터 두 나라는 남은 80여분동안 고의적인 공 돌리기에 전념하게 된다.  결과는 서독의 1대0 승리로 오스트리아와 서독이 12강에 진출하게 된다.  이 경기에 광분한 한 독일 팬은 자국 국기를 불사르기도 했고, 독일 방송 해설가는 후반전 중계거부를, 오스트리아 방송 해설가는 시청자에게 텔레비전을 끌 것을 권고 하였다고 한다.  연속된 두 월드컵에서 있었던 승부조작 논란 덕분인지 이후 월드컵에서는 각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동시에 진행하는 규정이 도입되었고, 이러한 규정은 이번 월드컵까지 계속되어오고 있다고 한다.

축구는 뉴질랜드에서 큰 인기가 없으니 승부조작의 여지가 현저히 낮겠지만, 인기 종목인 크리켓에서는 승부조작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뉴질랜드 자국리그보다는 해외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는 뉴질랜드인 선수가 승부조작에 연루되거나, 국가 대항전에 승부조작 의혹이 제기되는 식이다.  최근에도 두 명 이상의 뉴질랜드 출신 선수가 승부조작과 관련하여 크리켓협회의 조사를 받았고, 그 중 한 명은 3년간 선수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이번 논란은 뉴질랜드 스포츠계에도 충격이었던지 스포츠장관은(한국으로 비교하면 문화체육부장관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지난 5월 형법(Crimes Act 1961)의 개정 계획을 발표하게 된다.

예고된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에 있던 형법 240조의 사기행위의 적용범위를 넓혀서 스포츠 경기에도 적용될 예정인데, 사람이 참여하는 스포츠 경기와 경견(競犬 dog racing)의 내기 결과에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 해당 경기의 결과를 조작하는 행위가 사기의 범위 안에 포함되게 된다.  다만 순수하게 해당 스포츠 경기의 전략적인 목적, 즉 예를 들어 대진편성이나 팀 또는 리그의 운용을 위해 전략적으로 경기 운영을 조율하는 행위는 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참고로 형법 240조에 해당하는 사기행위는 최고 7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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