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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 프루트(Summer fruit)

조병철 0 1,690 2014.05.27 09:41
여름은 작열하는 태양으로 싱그럽기 그지없다. 낮 시간이 길어 과일나무는 그 동안에 열매를 살찌울 절호의 찬스를 맞는다. 태양을 듬뿍 받아 탐스럽게 익어내는 게 여름과일이다. 이들 과일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아무리 무더운 여름이라도 즐겁게 지낼 수 있겠다. 썸머 프루트, 우리에게 좀 생소한 단어지만 그런대로 쉽게 그 뜻을 짐작할 수 있어 보인다. 여기에는 살구 자두 복숭아 넥타린 같은 우리에게 친숙한 과일도 있는가 하면, 베리와 무화과 같은 것도 여기에 포함 시킨다. 그런데 제철도 아닌 데 썸머 프루트를 들먹이는 이유는 무언가. 이들 나무를 정원 한 귀퉁이에 준비하기에 적합한 시기로 여겨진다. 다가올 여름을 준비하자는 얘기다. 

나무를 한 그루를 키워보는 것도 일생에 한 번 해봐야하는 일중에 하나라 하지 않던가. 이들 썸머 프루트는 봄철에는 화사한 꽃으로, 여름에는 탐스런 열매로, 그리고 겨울에는 앙상한 가지로 그 정취를 선사한다. 이른 봄에 탐스런 꽃은 우리 주변을 무릉도원(武陵桃源)으로 만들며, 찾아오는 벌떼들로 시끌벅적한 계절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이미 심겨져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어떤 공간만 확보된다면 한 그루 욕심을 내 봄직하다.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이 있다. 어떤 과종을 선택하느냐는 전적으로 자신의 취향에 달렸다. 복숭아 살구 자두 그리고 넥타린 어떤 과종도 모두 문안하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나무의 키가 커서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한다. 옆집의 복숭아나무가 담장을 넘어오는 것은 예사다. 그래서 왜화 시킨 묘목이나, 두 번 접을 붙여서 작게 자라는 나무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한 번 심으면 평생 동안 같이 하게 된다. 값이 저렴한 묘목 보다는 믿을 만한 묘목이 바람직하다. 오클랜드에서는 일찍 수확하는 품종을 선호하게 되지만 익은 열매를 먼저 맛보려는 새들에게 너그러움을 베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늦은 품종이 맛에서 뛰어난 게 많지만 오클랜드는 여름 가뭄이 심해서 주변 여건을 한 번 더 살펴봐야 한다. 과일나무는 햇볕이 잘 들고, 물 빠짐이 좋으며, 바람이 막아진 곳이 좋은 데 어디 그런 곳이 흔한가. 햇볕이 잘 드는 공간만 있으면 시도해 보랄 수밖에. 

여름 과일도 아주 일찍 익는 것이 있는가 하면, 철이 훨씬 지나야 수확하는 것도 있다. 여름 가뭄이 심한 땅에는 빨리 익는 조생종이 문안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는 늦게 수확하는 품종도 될법하다. 우리 몸의 해독작용이 탁월 하다는 복숭아의 이른 품종에는 Elegant Lady, Paragon, Briggs, Red May, Dixie Red 등이 있고, Black Boy는 중간 빠르기다. 늦은 품종에는 Golden Queen, April White 등이 인기다. 살구 미인을 꿈꾼다면 이른 품종으로 Gold Nugget, Royal Rosa, Sundrop 등을 심도록 하고, Fitzroy, Trevatt는 중생종이다. 반면에 Moorpark는 늦은 품종으로 유명하다. 어떤 이는 털 없는 복숭아 넥타린을 즐겨 찾는다. 빨리 익는 품종에는 Snow Queen, Firebright, Early Red 등이 인기가 있고, 중간을 가는 Goldmine이, 만생종에는 Fantasia가 이름을 떨친다. 현실적으로 이런 모든 품종이 가든센터에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품종을 선택할 때 평생을 같이하는 반려자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오클랜드에서 과일나무를 심을 때는 겨울철이 적당하다. 날씨가 춥지 않고 땅이 얼지 않아 나무를 심는 데 알맞다. 그러나 겨울에 비가 자주 내려 좀 높게 심는 것이 안전하다. 그리고 그루 주변을 흙으로 산봉우리처럼 둔덕을 만들어 단단히 밟아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키가 큰 나무는 바람을 이겨낼 수 있도록 버팀목을 필요하게 된다. 

고향에서 여름철에 흔했던 과일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밭두렁의 살구나무, 앞뜰에 자두나무, 산모퉁이를 장식 했던 복숭아나무 모두가 풍성한 과일을 선사했다. 고목 살구나무는 너무나 높아서 농익어 떨어지기만 기다렸는데 그 달콤함이란 형언키 어려웠고, 그래도 만만하던 높이의 자두나무는 언제나 익나 기다리다 못해 덜 익은 걸 땄다간 한 입 베어 물고 버리곤 했다. 또한 장마철 복숭아는 비바람으로 쉽게 떨어졌고, 익어가는 붉은 빛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군침을 돌게 했었다. 이웃집 논두렁의 오디를 몰래 따 먹어 입술을 검게 물들이던 추억도 아련하다. 

세상 어디를 막론하고 사람 사는 곳은 비슷비슷하다. 사철 꽃이 피고지고 벌 나비가 날아드는 곳이 우리의 낙원으로 생각된다. 사람들은 낙원을 꿈꾸지만 그 걸 설계하고 실행하려는 노력은 적어 보인다. 섬머 프루트 한 그루로 이런 노력을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떨는지요?

▶ 참고: Cox, D. How to grow peaches..... Organic NZ 1/2월호,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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