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퍼레스트 / Food forest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푸드 퍼레스트 / Food forest

0 개 4,023 조병철
고향의 뒷동산은 밤, 감 같은 과일나무로 풍요로웠다. 뒷산은 높지는 않았지만 토심이 깊어 아주 오랫동안 소나무가 무성하게 자랐으며, 밤나무 상수리나무도 잘 자랐다. 봄철에는 산나물로, 여름에는 무성한 풀로, 가을에는 밤과 상수리로 더 한층 풍요롭게, 그리고 겨울철 노란 솔잎은 사랑방 땔감으로 그렇게 많은 것을 베풀었다. 여름철에는 동네 친구들과 떨어지는 감을 주우려 골짜기를 쏘다녔고, 가을이면 새벽에 눈 비비고 일어나 뒷동산의 밤을 주었다. 다른 애들 보다 더 많이 주우려는 욕심에서다. 그렇게 동네 과일나무는 주인은 있었으나 애들 누구나 함께 나누었던 기억이다. 

산지개발 전문가인 타네(Tane)씨의 눈에 비친 중국의 산촌 얘기다. 전통적인 가족농이 많은 중국의 서부 산시의 경우다. 가파른 퀸링산 중턱에는 풍요롭지 않은 가족농들이 모여 마을을 이룬다. 마을의 우씨 농장은 아직도 전통적인 농사에 의존한다. 산지를 개간해서 계단식 밭을 만들었고, 경사가 심한 산비탈에는 유실수가 자란다. 밭에 여름에는 콩과 옥수수를, 겨울에는 밀을 재배한다. 이웃집 밭에서는 약초가 자란다. 산봉우리에는 가족 묘지가 자리한 전형적인 산촌이다. 이 산지를 개발한지는 30년이 지났으며, 그전에는 민둥산으로 자연강우에 의한 침식이 심했었다. 이제는 우씨같은 가족농의 관리로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터전이 되었다. 이런 중국의 전통농법은 서양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중세 유럽, 대부분의 공유지 산은 영주의 소유였으나 그들의 권리를 행사할 필요성은 많지 않았다. 이들 야산은 멧돼지 사슴 꿩 같은 야생동물의 서식지로 방치되었다. 당연히 주변 농민들은 소 돼지 같은 가축의 방목지로 활용되곤 했다. 가끔은 가난한 사람들의 부족한 식량을 보충하기 위한 야생동물 사냥터로, 영주 같은 귀족들의 스포츠를 위한 사냥 놀이터로도 이용된다. 그러나 17세기 새로운 축산기술 개발로 토지의 생산성이 높아지자 모든 산림은 울타리를 치게 되고, 이에 따라 공유지의 개념은 사라지고 단독 소유지로 변한다. 그 결과 농사일을 할 토지를 소유하지 못한 영세농의 발붙일 곳이 없게 된다. 그들은 식량을 찾아 바다로 또는 새로운 터전을 찾아 신세계로 떠나게 된다.

최근 산림에서 식량을 얻고자 하는 노력이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활발하다. 물론 그들은 제 3세계의 부족한 식량을 해결 하면서 지구환경을 보존하자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이다. 이 곳에서도 전문가를 중심으로 산지를 개발하고자 하는 실험이 꾸준하다. 농기계를 사용하는 현대식 농법이 대세를 이루지만, 그 폐해 역시 만만치 않다. 우선 식물의 다양성에 큰 해가 된다. 과도한 비료와 농약의 투입으로 생태가 교란된다. 세계인의 식량을 공급하는 데는 기여했다손 치더라도 다양한 소비자의 영양 요구를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 또한 현대농법은 과도한 에너지 투입으로 지구 온난화를 촉진했다는 오명을 지울 수 없다. 이래서 산림에서 식량을 얻고자 하는 노력은 전통농법의 특성을 살리는 의미도 된다.    

산림에서 식량을 얻고자 하는「푸드 퍼레스트」의 설계는 아주 단순한 편이다. 산림이 무성히 자라는 것처럼 식량자원의 식물을 배치하는 원리다. 산을 중심으로 여러 층의 식물을 안배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태양광을 활용하고, 자연강우를 이용하며, 건전한 토양관리를 통하여 자연이 주는 만큼 풍성한 수확을 올린다는 생각이다. 여기에는 콩과 작물, 토종 관목, 과일나무, 산림 재배에서 유리한 산딸기, 사계절 벌과 나비를 유인할 수 있는 꽃, 채취하기 쉬운 산채류, 버섯, 허브까지 총괄하는 식물의 배치다. 이렇게 생물의 다양성을 확보해서 자연 생태를 안정시키는 게 목표다. 

지역의 행정기관에서도 이런 취지를 적극 지원해서 곳곳에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푸드 퍼레스트」를 설계한다. 지역별로 어떤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안전하게 먹거리를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지난 수세기 동안 대세를 이뤘던 대규모 농장의 폐해를 염두에 둔 조치다. 이 방면의 전문가 게이톤(Guyton)씨는 ‘토종식물 중심의「푸드 퍼레스트」’를 강조하면서 사과 자두 복숭아 피조아 같은 아주 흔한 과일과 블랙커런트 클랜베리 같은 지역 산딸기의 효용성을 예로 든다.   

산림을 식량자원으로 활용하려는 기본원리는 간단할지 몰라도 이를 설계하고 만들어 내는 데는 긴 세월이 소요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시민들의 충분한 이해가 절실하다. 일단「푸드 퍼레스트」가 조성되면 최소한의 관리로 여러 해 동안 이용이 가능해야 한다. 유사 이래로 산림에서 식량을 얻으려는 노력을 처절하고 간절했다. 지역에서 꼭 필요한 사람들이 산림자원이 베푸는 혜택을 받기를 바라는 것은 공상가의 꿈일까?   

▶참고자료: 1. Tane, H. The Wu whanau. Organic NZ 1/2월호

안식처 앞의 꽃다발

댓글 0 | 조회 1,674 | 2020.12.22
지에 그룹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날은 여기서 공원묘지 가이드 투어가 있는 날이다. 지역신문에 광고가 났으며 참가비를 지불해야 하는 이색 묘지 투어다. Waik… 더보기

Taranaki 봄 사냥

댓글 0 | 조회 1,463 | 2020.10.13
봄은 사람의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어린시절 소풍길에 만났던 진달래 동산이 아련하고, 군근무 때 구포길 강변의 개나리 꽃도 생각난다. 학창시설의 원석동산의 백목련… 더보기

쓰레기 섬

댓글 0 | 조회 1,509 | 2020.09.08
천문학자인 멜버른 대학 Lisa Harvey-Smith 교수의 표현에 따르면 ‘우리의 몸 인체는 실질적으로 탄소ㆍ질소ㆍ산소 같은 별들의 먼지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더보기

겨울 나그네

댓글 0 | 조회 1,443 | 2020.08.11
오클랜드 겨울은 몹씨 음산하다. 눈내리고 얼음 어는 경우는 없지만 잦은 겨울비로 인해 체감온도는 무척 냉냉하다. 당연히 겨울 담요는 한결 포근하고 여러 가지 연료… 더보기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댓글 0 | 조회 2,110 | 2020.07.14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심심 산천에 백도라지/ 한두 뿌리만 캐어도/ 대바구니 철철철 다 넘친다.’ 구전 동요로 알려지는 도라지 타령의 앞부분 이다. 어릴적 동… 더보기

일회용 플라스틱은 사치다

댓글 0 | 조회 1,662 | 2020.06.09
여러분은 일년 몇 개의 칫솔이 필요한지요? 열 개 정도 아니면 몇십개를 소모할 것으로 생각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숙박업소나 목욕탕에서도 일회용 칫솔을 제공한 적… 더보기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세상

댓글 0 | 조회 2,112 | 2020.05.12
바이러스. 너무나 작고 하찮아서 무시해 버리고 싶은 데 갑자기 우리곁에 나타나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지구 상에는 모든 바이러스를 다 합치면 인간의 무게보다도 세… 더보기

가을 포도 향기, Campbell-Early

댓글 0 | 조회 2,055 | 2020.03.30
고향 뒷동산에는 포도나무 한그루가 있었다. 새로 이사 온 집이라 정확히 누가 심었지도 몰랐다. 초가을 어쩌다 보면 작은 송이에 포도가 몇 알씩 달리는 데 좀처럼 … 더보기

못 생겼지만 그래도 맛은 좋아요

댓글 0 | 조회 1,462 | 2020.03.10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빈번히 발생한다. 뉴질랜드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난해 10월 북섬 혹스베이에서는 봄철 늦은 우박이 내렸다. 한창 자라던 어린 청… 더보기

테마를 따라 찾아가는 해밀턴 가든

댓글 0 | 조회 1,512 | 2020.02.11
해밀턴 가든을 처음으로 찾은 것은 2002년 여름이었다. 남쪽 Palmerston에 있는 Massey 대학을 찾아 가던 중 잠시 들렸다. 먼거리 여행으로 시간에 … 더보기

한 여름밤의 Redwood 숲

댓글 0 | 조회 2,000 | 2020.01.15
여름철 이른 아침 로토루아 Whakarewarewa 레드우드 산림지는 장엄함 그 자체다. 아침이 밝아 오지만 햇살은 아직 멀리에 있어 재잘대는 산새 소리만 이곳이… 더보기

미세-플라스틱 Microplastics

댓글 0 | 조회 1,379 | 2019.12.11
여름철 햇볕을 맞으면서 집 담장 청소를 시작한다. 담벽에 붙어 있는 묵은 때를 강한 수압으로 벗겨내자 오래된 페인트 조각도 함께 떨어져 나온다. 페인트의 작은 알… 더보기

해초(seaweed) 이야기

댓글 0 | 조회 2,232 | 2019.11.13
프랑스 메네즈앙 해변에서 한 여성이 바구니와 가위를 들고 바닷가로 향한다. 긴 장화를 신고 걸어가는 발걸음이 낯설지 않는 행동이다. 갯벌로 바다 채소로 불리는 해… 더보기

점심시간

댓글 0 | 조회 1,907 | 2019.10.09
오클랜드에 있는 대학의 국제 영어교실에는 여러나라에서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 찾아 온 학생들로 법석인다. 중국 한국 일본에서 온 동양인이 주를 이루지만 스웨덴 루마… 더보기

오클랜드 식물원의 Biosecurity trail

댓글 0 | 조회 1,574 | 2019.09.11
오클랜드 공항 입국장에서 신고를 마쳤다. 통관에 있어 검역에 관련 신고할 사항이 없다는 녹색선언이다. 이제 출구를 거쳐 공항을 빠져 나올 수 있다. 그런데 통로 … 더보기

하이그로브 로얄 가든

댓글 0 | 조회 1,714 | 2019.08.14
Highgrove Royal Gardens영국 남서쪽에 있는 텟버리 지방에 하이그로브 로얄 가든이 있다. 봄철 노란색 메도우 꽃이 만개하는 초지로 오래된 전원 풍… 더보기

해 뜨면 일어난다

댓글 0 | 조회 1,403 | 2019.07.09
‘인간은 사랑없이 살 수 없고, 식물은 태양없이 살아 갈 수 없다.’ 라는 말이 있다. 언제 들어도 멋진 표현이다. 아마도 태양이 식물의 자람에 지대한 영향을 끼… 더보기

당신의 장미는 안녕하신지요?

댓글 0 | 조회 1,363 | 2019.06.12
오클랜드는 많은 가정에서 장미를 키운다. 아랫길 할머니는 앞벽에 빨간 장미를 곱게 올렸다. 매년 아주 탐스런 붉은 장미가 나에게 까지 인사를 건넨다. 마을 한복판… 더보기

와이헤케 와인 투어

댓글 0 | 조회 2,044 | 2019.05.15
Waiheke island wine tours오클랜드 동쪽 앞바다에는 와이헤케 섬이 있다. 페리로 사십분 정도면 오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이다. 이른 아침부터 늦… 더보기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

댓글 0 | 조회 1,505 | 2019.04.09
어제는 오랜만에 비가 내렸다. 여름철 긴 가뭄으로 뒷마당에 금이 쩍쩍 가 있었는 데 단비로 잔디(풀)가 생기를 얻었다. 이번 비로 잔디밭의 초지 풀들은 이미 정해… 더보기

봄철마다 찾아오는 아스파라거스

댓글 0 | 조회 1,761 | 2019.03.14
과일나무는 한번 심어 놓으면 아주 여러해 동안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그렇지만 채소는 일반적으로 한번 심어서 수확하고 나면 매년 다시 심어야 한다. 어떤이는 계… 더보기

딸기와 berry 이야기

댓글 0 | 조회 2,160 | 2019.02.18
누구나 어릴적 산딸기에 대한 아련한 기억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산속을 거닐다 보면 산딸기 가시가 옷자락을 잡아 당기거나 손등을 사정없이 할퀴던가, 아니면 빨간 열… 더보기

원주민의 식생활에서 얻는 교훈

댓글 0 | 조회 3,352 | 2014.11.12
남미 볼리비아 아마존의 원주민 쿠네이 가족은 주변의 원시림과 강가 텃밭에서 얻는 먹거리로 살아간다. 채집하는 파파야 망고 바나나 같은 과일에 텃밭의 옥수수, 수렵… 더보기

달콤함 속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댓글 0 | 조회 2,909 | 2014.10.15
현대인의 간편한 아침식사 시리얼에, 언제나 즐기는 커피에, 애들의 오후간식 초코바에, 목마를 때 찾게 되는 탄산음료에, 그리고 아이스크림에 상당량의 당분이 들어 … 더보기

어느 대도시의 신선농산물 마일리지

댓글 0 | 조회 2,115 | 2014.09.10
뉴욕의 과일가게에 진열된 딸기는 미국의 서쪽 캘리포니아에서 실어온다. 거리로는 2,940마일, 4일을 걸려 트럭으로 운반된다. 농가에서 딸기를 길러내는데 드는 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