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 모든 이들을 위한 즐거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게임 - 모든 이들을 위한 즐거움

0 개 1,998 한얼
게임을 좋아한다. 중독까진 아니더라도, 이틀에 한 시간 정도는 즐기곤 한다.

온라인 게임은 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동생이나 사촌 등이 하자고 열심히 졸랐을 때 설득 당해 조금 하긴 했었지만, 이내 금방 질려버려서 그만두었다. 아마도 궁극적인 이유는 이것일 것이다. 사이버 상으로조차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니, 끔찍하다. 사교 활동이나 불특정 다수의 타인들에게 악감정 같은 것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사회 활동은 이미 충분히 하고 있지 않은가. 굳이 인터넷이나 게임 상에서까지 그런 것을 하고 싶진 않다. 그렇기에 오로지 패키지 게임만을 즐긴다. 이미 S모 엔진이나, O모 엔진 같이 게임을 합법적으로 구매하여 즐길 수 있는 디지털 유통 프로그램들에 아이디가 있고, 구매 목록에는 수십 개의 게임들이 수두룩하다.

그 누가 게임은 남성, 그것도 청소년들만의 전유물이라 하였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애초에 엔터테인먼트에 성별이나 나이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재미 있는 것은 재미 있는 것이다. 그게 누가 즐기던 간에 (물론 성별이나 연령에 따라 고르는 게임의 종류는 달라지겠지만, 그게 게임의 존재 의의를 결정 짓는 것은 아니다).

게임을 처음 접한 것은 아홉 살 때였다. 그때 아빠가 첫 컴퓨터를 집에 들여왔으니, 그와 일맥상통할 것이다. 처음부터 깔려 있었던 게임은 툼레이더(Tomb Raider)였다. 댕기머리에 엄청난 다이너마이트 몸매를 가진 여 고고학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그 게임이 맞다. 그리고 키를 누르면 캐릭터가 이리저리 오가며 달리고, 구르고, 뛰어오르거나 총을 쏘며 멋지게 적들을 제압하는 액션에 흠뻑 빠졌던 것 같다. 그 당시엔 최첨단이었던, 하늘과 땅과 건물들이 눈 앞에 3D로 두드러진 멋들어진 배경에도 마음을 빼앗겼다.

모니터나 키보드를 통해 하나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어 또 하나의 숨겨진 세계를 탐험한다는 사실이 정말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도 툼레이더만큼은 아주 오랫동안 팬이었으니까.

그 다음엔 다름 아닌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였다. 사실 그건 아빠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신세대(?) 내지 방임주의적이었던 아빠는, 게임과 학교 성적의 상관 관계 따위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우리에게 게임을 소개 시켜 준 것도 아빠였고, 가르친 것도 아빠였다. 그래서 아빠와 나, 동생은 함께 AI와 싸우고 다양한 직업군의 캐릭터를 키우며 함께 즐거운 팀 활동을 즐길 수 있었다. 아, 단란한 가족의 시간이여.

돌이켜보면 게임은 우리가 함께 진심으로 한 팀이 되어 뭉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매개체였다. 우리 가족은 모두가 그랬다. 피를 나눈 가족임에도, 내가 아닌 사람은 모두 타인이라는 것을 깊숙이 알고 있었던 것이다. 깨닫고 있지 않았다면, 무의식 중에 그렇게 인식했다. 그리고 그것이 편했다. 조금 아쉬울 지는 몰라도, 어느 정도의 거리는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게임은 지금의 내게 있어선 그 거리를 벌려 주는 역할을 한다. 지금 어른이 된 나는 나만의 취향과 특기를 가지고 있고, 그 기준으로 게임을 선택해 플레이한다. 대체로 하나의 스토리가 뚜렷이 잡혀 있는 RPG쪽이다. 내가 직접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이라고 하는데, 그야말로 모든 것을 - 외모부터 목소리, 하다못해 성격까지도 - 내가 지정할 수 있다. 게임 내에서 내가 하는 선택은 게임의 스토리뿐만이 아닌, 그 배경과 세계 자체도 좌지우지해버린다. 신이 아닌 신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현실 도피의 가장 손쉬운 방법이 아니냐며 지적해도 할 말은 없다. 그다지 변명하고픈 마음도 들지 않는다. 사실이니까.

자, 그럼 오늘은 어떤 게임을 할까. 즐거운 고민이다.

엘더플라워 - 향과 맛

댓글 0 | 조회 9,969 | 2012.11.13
누구에게나 사람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어떤 플레이버(flavour) 보다도 단박에 자신을 사로잡는, 무슨 맛을 제일 좋아하세요? 라… 더보기

이빨 - 얻기 위해 잃어야 하는 것

댓글 0 | 조회 2,970 | 2015.12.10
아침밥을 먹다가 이빨이 깨졌다. 정말 어처구니 없었다. 나름 건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만이었던 걸까. 잠깐 아연할 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딱딱한 걸 먹고… 더보기

나이트 마켓 - 관광, 혹은 작은 일탈

댓글 0 | 조회 2,610 | 2016.10.12
오클랜드의 명물이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 마켓(Market)을 꼽을 것이다. 한글로는 7일장 정도라고 표현하는 게 적당할까. 데이 마켓, 나이트 마켓 상관 없이 모… 더보기

고양이-우리와 가장 비슷한 동물

댓글 0 | 조회 2,547 | 2014.07.09
출근한 어느 주말이었다. 이 무더운 날씨, 나와 마찬가지로 좋던 싫던 이런 날에조차 직장에 나와야 하는 모든 이들을 애도하며 편의점에 들렀다. 열심히 음료수를 고… 더보기

양양 - 서프라이즈 바다 여행

댓글 0 | 조회 2,504 | 2014.11.12
바닷가에 다녀왔다. 일전에도 말한 것 같지만, 집을 떠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내 침대가 아닌 곳에선 잠을 이루지도 못하거니와, 낯선 분위기에 적… 더보기

결혼에 대한 고찰 하나

댓글 0 | 조회 2,479 | 2015.11.12
결혼. 고민은 많이 해보지 않았고, 생각도 그다지 해본 적은 없지만 궁금한 것이긴 하다. 개인적으로는 결혼이란 제도 자체가 사회의 산물이라고 생각하여 회의적인 편… 더보기

애마-아니, 말 말고

댓글 0 | 조회 2,424 | 2014.07.24
운전 면허를 땄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내게도 자동차가 있다. 작고 까만 소형차로, 이름은 심플하게 모닝이라고 부른다 (난 내가 가진 모든 기계들에게 이름을 붙여… 더보기

가메야마 - 만족스런 고독

댓글 0 | 조회 2,387 | 2014.04.24
출장 차 일본에 간 적이 있다. 도쿄나 교토, 오사카처럼 화려하거나 유명한 곳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아주 구석진 도시로, 그나마 ‘도시’라는 표현을 써… 더보기

Keep Calm and Carry On

댓글 0 | 조회 2,353 | 2012.09.25
좋아하는 문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 원래 영국에서 세계 2차 대전 동안에 국민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프로파간다로 쓰이던 슬로건이었는데, 재발견되어 새롭게 … 더보기

머그컵 - 서서히 덥혀지는 손

댓글 0 | 조회 2,339 | 2014.03.26
애지중지하며 모으는 것들 중에 머그컵이 있다. 말 그대로 정말 머그컵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마실 것을 담는 컵들. 대부분은 원통형에 둥그런 손잡이가 달린… 더보기

Indian Summer

댓글 0 | 조회 2,293 | 2016.08.25
한국은 최고 기온 40도를 돌파한 곳이 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정말 해가 갈 수록 더워지는구나. 심지어 대구였던가 인천이었던가, 하여튼 어느 지역에선 길바닥에… 더보기

다 카포 - 몇 번이고 다시

댓글 0 | 조회 2,280 | 2016.04.14
반복이라는 것에 익숙하다. 일상에서, 취향에서, 그리고 다른 많은 것들에서도.좋아하는 영화가 있으면 몇 번이고 돌려 보고, 좋아하는 노래는 몇 년째 폴더에 넣어둔… 더보기

휴가 - 안락한 일탈과 자유

댓글 0 | 조회 2,276 | 2016.01.28
휴가를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머나먼 곳으로.일을 하지 않고 쉬는 것이 포괄적인 의미의 ‘휴가’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가=집이 아닌 곳으로 여행을 떠… 더보기

운전 - 핵심 감정들의 풀코스

댓글 0 | 조회 2,269 | 2013.10.23
운전은 몇 달 만에 처음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자동차가 무서워 생각도 하지 않았고, 대학 때는 버스나 배를 타고 다니면 되겠지, 하고 막연히 생각한 탓에 불과 작… 더보기

향수, 향기와 기억

댓글 0 | 조회 2,228 | 2014.08.13
후각이 예민한 편이다. 어릴 적부터 그래왔다. 소설 <향수>의 주인공처럼 초인적이거나 하진 않지만, 그래도 꽤 냄새를 잘 맡는다. 누가 어떤 꽃 향기의… 더보기

목욕 - 쉬었다 가기

댓글 0 | 조회 2,133 | 2014.02.26
기회가 된다면 좀 더 자주, 기왕이면 매일매일 하고 싶은 것 중에 목욕이 있다. Take bath, 그러니까 단순히 몸을 씻는 샤워가 아닌 ‘목욕’이다. 말 그대… 더보기

건망증 - 잊어도 되는 것과 잊으면 안 되는 것

댓글 0 | 조회 2,116 | 2015.02.10
건망증이 심한 편이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거나 조금만 산만해지면 뭐든지 간에 금방 잊어버려서 곤란할 때가 많다. 그렇다 보니 이래저래 무얼 하든, 무슨 말을 듣건… 더보기

일의 조각들

댓글 0 | 조회 2,063 | 2016.02.11
그러고보면 나름대로 많은 일을 했고, 많은 직장을 전전했다. 한국과 뉴질랜드를 넘나들면서.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본 일이라면 아마 과외일 것이다. 그냥 아는 사람에게… 더보기

향수 - 조금은 아찔한 향기

댓글 0 | 조회 2,060 | 2015.12.23
자주 받는 선물 중에 향수가 있다. 좋긴 한데, 조금 묘한 기분이 든다. 뭐지? 나한테서 냄새나나......? 같은. (물론 주는 사람들의 의도는 순수할 것이다.… 더보기

결혼 - 머나먼 이야기

댓글 0 | 조회 2,052 | 2014.01.15
사촌 오빠의 결혼식이 있었다. 가까운 가족이 결혼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위화감이 굉장했다. ‘예쁘게’ 차려 입고 와야 하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이었기에 … 더보기

운동 -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하는

댓글 0 | 조회 2,011 | 2015.01.29
운동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운동을 한 후의 기분은 매우 좋아한다. 끈적하거나 덥다거나 하는 걸 얘기하는 게 아니다. 성취감. 뭔가를 해냈다는 그 고양감. 그 묘한… 더보기

외출 - 짧은 여행

댓글 0 | 조회 2,000 | 2014.01.30
한국에 오고 나서부터 부쩍 는 것이 있다면, 외출이다. 심심한 오클랜드에서 살던 때와는 대조적으로 거의 주말마다 외출을 하곤 한다. 보통 멀리 나가므로 - 지하철… 더보기

현재 게임 - 모든 이들을 위한 즐거움

댓글 0 | 조회 1,999 | 2014.04.09
게임을 좋아한다. 중독까진 아니더라도, 이틀에 한 시간 정도는 즐기곤 한다. 온라인 게임은 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동생이나 사촌 등이 하자고 열심히 졸랐을 때 설… 더보기

재즈 - 달콤한 한의 선율

댓글 0 | 조회 1,999 | 2016.03.24
재즈를 좋아한다. 음악 장르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사랑하고 있다. 귀에 하도 익숙해져서, 요리를 하거나 집안일을 할 때처럼 몸에 익어 딱히 생각이 필요 없을 일을 … 더보기

레몬 나무 - 행복의 상징

댓글 0 | 조회 1,993 | 2012.10.09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것들 중에 레몬 나무가 있다. 물론 빈약한 나무는 안 된다. 적어도 몇 년은 묵어서 완전히 크게 자란 것, 해마다 한 번은 열매가 주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