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램
나에게 중요한 것 너에게 중요한 것, 왜 다를까.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어떤 곳, 사물, 만질수 없는 생각에 부여하는 가치가 다르고, 그로 인해 원하는 것이 다르고. 하지만 공통점을 찾다보니 이게 아닐까 싶습니다. 원하는 그것을 향해 가고 싶은 마음과 욕심은 모두에게 조금이나마 있을것입니다. 그들에게도 그런게 있다고 합니다.
종이 한장
흔히 있는 양계장에서의 닭들은 A4용지 한장의 크기도 안되는 면적에 산다고 합니다. 수백, 수천마리의 그들이 부딪히고 수많은 벌레들과 전염 병이 돌아다니고, 열악한 환경에 처해진다고 합니다. 하루하루가 지나가면 나에겐 좋은일 안 좋은 일이 생깁니다. 잠깐의 행복, 만족, 편안함을 느끼기도 하고, 각 종의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여느때나 이 스트레스는 나의 행복지수를 넘어 나를 조금씩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그나마 다행히도, 나에겐 나만의 공간이 주어지고, 나의 선택에 의해 나의 의지로 인한 일들을 만들어 나가고 바꿔나갈수 있는 위대한 능력이 있습니다. 컨디션이 안 좋을때엔 남을 짜증나게 할수도 있고 나에게 왔던 스트레스를 다시 누군가에게 돌려줄 수도 있는 교묘한 능력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나의 힘을 조금이나마 나눠주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책임
같이 살던 커플이나 부부가 이별을 할때엔 자녀 양육문제가 큰 법적 소송으로 이어지는게 흔합니다. 어쩔수 없이 일어나는, 하지만 필요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커플들 사이에서 키우던 애완동물의 양육권 소송이 점점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을 자신의 아이들처럼 대하는 태도에 흐뭇하고 안심이 됩니다. 그들의 가치가 사람만큼 중요하다는 걸 일깨워 주는 소식이 반가울 따름입니다.
귀찮아 지고 짐이 된다는 가당치 않은 이유로 거리에 버려지는 그들, 돈 조금 받으며 입양을 가는 그들, 돈 욕심 없이 진심으로 좋은 가족을 찾으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가족을 찾아가는 그들도,. 그들의 인생이 우리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매일 매일 일어나는 우리의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버렸습니다.
몇년 전 동물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할때 였습니다. 한 6-7살 되보이는 골든 리트리버와 한 여성이 진료실로 들어왔습니다. 몇분 후 그 개는 힘들었는지 지친 표정을 하며 바닥에 주저 앉아 주인 옆에 누웠고, 의사와 그 주인과의 대화는 오래 지속됐습니다. 의사의 나지막한 위로를 하는듯한 목소리와, 그 여자 주인의 슬픔이 가득찬 얼굴을 보고 분위기가 뭔가 심각하다는걸 깨닫고 나는 진료실을 나와버렸습니다. 얼마 후 그 개는 결국 힘든 병을 살아가는 인생보단 편안한 긴 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숨을 가쁘게 내쉬며 지친 기색이 영력하던 그 개가 주인의 품에 안겨 바닥에서 자던 마지막 모습이 그렇게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눈을 감기 전 그 개가 느꼈을 편안함과 안심된 마음에 기뻤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 후로 계속 흐느껴 울던 그 여자주인의 마음을 헤아려 보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들의 인생의 전부를 살을 맞대고 비비며 살아간 세월을, 그들과 함께한 시간의 김, 짧음이 그들과의 이별시간에 더 해주는 그 아픔을 느낀다는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알고 있습니다. 굿바이라는 인사가 언젠가는 찾아올 시간이지만 필요치 않게 더 빨리 찾아오진 않았음 합니다. 몇일이라도 몇달이라도 더 늦게 나를 찾아왔으면 합니다. 오늘따라 나의 한 친구가 생각이 나 무척 그리워집니다. 미미가 너무 보고싶은 날입니다. 한 번이라도 더 만져보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봅니다.
천국이 있다면 미미도 언젠간 다시 볼꺼라고 날 위로합니다.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는게 그들에겐 이루어질수 없는 현실이라고 합니다. 변할꺼라 믿습니다. - Ellie 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