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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하게 선명한 붉은색 그대, 비트(Beet)

조병철 0 2,425 2014.03.12 12:58
텃밭 한 귀퉁이에서 뽑아 온 비트, 머리 베고 꼬리를 자리니 선명한 붉은색이 칼에 번진다. 처절한 핏빛 같아 섬뜻 놀란다. 비트의 한 가운데 뿌리를 자르면 나무의 나이테 같은 둥근 겹무늬도 볼만하다. 붉은색을 나타내는 안토시안 색소가 층층이 농담을 나타나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엷게 썰어 나가면 손까지 붉게 물든다. 어쩌면 이렇게 선명한 색소를 가지고 있는 걸까? 예전에 봉선화를 손톱에 물들이던 그 때 붉은색의 놀라움과 비슷하다. 접시에 담아 식초를 뿌리면 초절임으로 식탁에 오른다. 달콤한 비트의 맛에다 신맛이 상큼함을 더해서 입맛을 자극한다. 

비트에서 번져 나오는 붉은 색은 처절하기만 할까? 고추도 잘 익으면 붉은 색이고, 사과도 익으면 빨개진다. 이들 식품에 들어 있는 너무나 진솔한 색깔에 주목한다. 아니 채소와 과일에 들어 있는 고유한 색소를 빨강 노랑 녹색 청색 흰색으로 분류한다. 현대과학으로 밝혀지는 이들 색소는 우리 몸 속에서 비타민 또는 비타민의 전구물질로, 항산화물질로 작용해서 우리의 건강을 지켜준다는 설명이다. 몸의 면역체계를 강화시켜 여러 질병으로부터 이겨낼 수 있게 해준단다. 

좀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자. 호박과 오렌지는 노란색을 뛴다. 또한 대부분의 채소와 키위프루트는 초록색이 선명하다. 건강에 좋다고 누구나 찾게 되는 검정깨와 불루베리는 파랑색이 너무 진해서 검게 보인다. 마늘 감자 같은 채소와 가을철 과일의 왕자 배는 흰색으로 특징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모든 농산물은 이런 테두리 안에 넣을 수 있다. 이들 자연식품에서 나오는 천연색소는 과자나 롤리 같은 가공식품에 흔하게 들어가는 인공색소와는 차원이 다르다. 

뉴질랜드 영국 같은 서양에서는 어린이 건강 식단교육에 이런 고유의 색깔을 강조한다. 지역에 따라, 경제 수준에 따라, 개별취향에 따라 서로 다른 식재료를 선택하기 마련이지만, 이들 색깔의 채소와 과일을 매일 가능한 골고루 섭취하는 식습관이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라는 얘기다. 그러니 어릴 때부터 이런 식습관을 길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어린이 교육에 열을 올린다. 

한방에서는 자연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이들 색소와 건강과의 관련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붉은색은 심장을 포함한 순환계통에, 노란색은 비위장을 포함하는 소화계통에, 녹색은 간장에, 검정색은 신장을 포함한 배설기관에, 흰색은 폐를 포함한 호흡기관에 연관성을 시사한다. 또한 이들 색소는 오색으로 분류하는 우리의 전통 색감 정신과 맞물려 있으며, 이는 전통적인 어린이 한복의 색동저고리의 색상으로도 표현된다. 옛 선조들은 자연식품에서 발견되는 이들 색소의 중요성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는 증거로 여겨진다. 

비트는 무와 같이 재배하기가 쉽고 빨리 자란다. 오클랜드 지역에서는 계절성도 타지 않는다. 가든 센터에서 묘를 구입해서 심기만 하면 된다. 잎이 무성하게 자라 간격을 충분히 두는 게 좋다. 한 셀 안에는 여러 포기가 들어 있어 일일이 나누어 심어야 한다. 한 두 달만 지나면 처절한 붉은색을 직접 확인 하면서 싱싱한 달콤함을 맛 볼 수 있다. 아니 좀 더 쉬운 다른 방법도 있다. 흔한 뷔페 식단에서도 비트 초절임은 쉽게 만날 수 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거르지 말고 꼭 한번 접시에 올려놓고 얼마나 처절한 색인지 확인해 보시길.  

또한 비트는 시금치와 같은 속의 작물이다. 뿌리가 아닌 잎을 먹는 비트, 근대(Beta vulgaris L. var. cicla)도 있다. 어떤 친구는 이 근대 비트를 정원에 심어 놓고 잎이 자라는 대로 잘라 수확한다. 시금치나 북초이와 같이 된장국 재료로 잘 어울린다. 

아직까지는 샐러드나 초절임으로 식탁에 오르는 게 전부이지만 현명한 요리사의 아이디어를 보태면 보다 다양하게 줄길 수 있으리라. 비트의 선명한 붉은 색소에는 무언가 진지한 게 있어 보인다. ‘섹스피어 인 러브’에는 이런 대사가 나오지 않던가. ‘연극은 피가 튀도록 처절해야 재미가 있다’고. 우리의 식탁에서 처절하게 선명한 붉은색 그대를 만난다면 우리의 생활도 연극처럼 재미나지 않을 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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