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트레일(Hillary tr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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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트레일(Hillary trail)

0 개 3,424 조병철
오클랜드 서쪽에 살면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게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는 여기가 카우리(Kauri) 나무의 원산지로 인류가 도착하기 전부터 자라던 터전이라는 점이다. 다음은 우리 주변의 자연환경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주민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에베레스트 산을 최초로 등정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힐러리 경이 이곳에서 산다는 사실이다. 몇 년 전 시청에서 힐러리와 그들 가족이 즐겨 찾던 와이타커리 공원에 힐러리 트레일을 조성했다. 동양적 사고방식의 잘 정돈된 산책로와는 거리가 멀다. 자연 그대로의 트래킹 코스로 의미를 가진다. 

와이타커리 레인지는 유럽인의 이주 백주년을 기념해서 더 이상의 산림훼손을 막아 보겠다는 의도에서 공원으로 지정됐다. 이제 70여년이 흘러 훼손되었던 산림이 많이 회복되었다. 광활한 공원에는 주변에 높은 산은 없지만 카우리, 고사리, 마누카(Manuka; Tea tree) 같은 나무들로 원시림이 울창하며, 해안을 끼고 있어 뛰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공원을 처음 찾는 사람들에게는 비좁은 도로여건과 태즈먼(Tasman)해로 불리는 서해의 높은 파도에 놀라게 된다. 힐러리 트레일은 70km 정도의 삼박사일 트래킹 코스로 산림과 해변을 따라 조성 되었다. 대부분 산림 속의 길이지만 어디서나 바다를 바라 볼 수 있어 탁 트인 전망이 시원하다. 숙박지는 캠핑장으로 되어 있어 등산 전문가 수준이 아니면 불편함이 많아 보인다. 단번에 완주하려는 계획보다는 날짜별로 하루씩 잘라서 트래킹 하는 것도 멋져 보인다. 이 트레일은 공원의 한 가운데에 있는 아라타키(Arataki) 센터에서 시작된다.  

그러면 힐러리 가족들과 와이타커리 레인지와의 인연은 어떠한가. 먼저 힐러리의 에베레스트 산 등정을 위한 전단계의 클럽활동이 이곳에서 이루어 졌다. 자신의 체력단련을 위한 트래킹 코스로 이용된 것이다. 그리고 해외탐험 후에는 이곳의 집에서 휴식을 취하곤 했으며, 이곳이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 생각했다. 그의 처가 역시 이곳에서 20세기 초반부터 대를 이어 살아 온 터줏대감들이다. 그들은 해변에 작은 오두막을 짓고 휴일이면 지금의 트레일을 따라 걸으며 그들의 생활을 즐겼다. 이전의 원주민 마오리 사람들이 하던 것처럼. 

이 트레일 주변에는 이곳 산림의 제왕으로 불리는 카우리나무 숲이 장관을 이룬다. 카우리는 50미터 까지 높게 자라는 거목으로 이천년 동안이나 살아간다. 산림에서 거목을 만나게 되면 경외로운 생각마저 든다. 이런 거목은 사철 흐르는 시냇물을 머금고, 화산회토의 땅 속에 뿌리를 깊게 뻗으며 오랫동안 살아간다. 나무가 곧고 강해서 예전의 마오리는 그들의 전선 카누를 만드는 데 사용했다. 유럽인들이 정착하면서 오클랜드에 자기들의 집과 항해를 위한 배를 만드느라 100여 년간 이 나무를 마구 베어내는 약탈행위가 자행된다. 이 기간 동안 대부분의 산림이 사라지게 되었으며, 일부 뜻 있는 사람들은 이 나무의 보존을 주장했다. 그 결과가 공원의 지정으로 나타났으며, 그런 자각으로 지금도 천년이 넘어 보이는 카우리가 즐비해 장관을 이룬다. 카우리 숲을 가로 질러 만든 등산로에는 목재로 다리를 만들어 신성한 거목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원시림이 우거진 산림은 새들의 천국이다. 산에서 들려오는 로빈(Robin) 튜이(Tui), 코카코(Kokako) 같은 새들의 노래 소리는 우리를 신비의 세계로 몰아넣는다. 나무 고사리 사이의 관목을 자세히 살펴보면 초록색 도마뱀의 일종인 게코(Gecko)가 기어다니는 모습도 보인다. 그야말로 공원에 있는 모든 생명체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한다. 

공원을 감싸고 있는 해변의 경치도 뛰어나다. 여러 군데 해변의 모래벌판은 해수욕과 서핑 장소로 제격이다. 해변의 모래는 모암의 영향으로 모두 검은 흑사로 매혹적이다. 태즈먼 해의 파도는 거칠기로 악명 높다. 바닷가에서 낚시를 하다가 딸려 들어가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래선지 주말에는 서핑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이곳으로 모여든다. 힐러리 트레일의 마지막 코스에서 만나게 되는 무리와이 비치는 바닷새 가넷(Gannet)의 서식지로 관광객이 많이 찾아든다. 조그만 섬에 모여 옹기종기 새끼를 기르는 모습은 인간세상을 보는 듯 정겹다.  

힐러리 경의 초상은 뉴질랜드 오불짜리 지폐의 앞면을 차지했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존경받은 인물 중에 하나다. 그리고 와아타커리 레인지로 불리는 지역의 자연을 무척이나 사랑했다. 그의 행복한 삶은 몇 년 전에 접었지만, 그의 정신은 아직도 힐러리 트레일로 남아 숨을 쉰다. 그전에는 마오리 전사들이 사냥과 낚시를 위해 뛰어다니던 그 길을 힐러리 가족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지키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스러운 거목 카우리는 시름시름 시들어가는 다이백(Dieback) 현상으로 신음한다. 그들을 지켜 내려는 보살핌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몫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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