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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때 잘 하지

Lightcraft 0 1,310 2014.01.30 14:07
우리는 벌써 십 년을 넘게 디지털 사진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보급에 열광했었다. 디지털 사진은 그 태생부터 우리가 그때까지 가지지 못했던 것들을 하지 못했던 것들을 가능하게 했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 끊임없는 발전에 여전히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제는 주객이 전도되어 마치 사진이라는 것 자체가 디지털에서 시작되었던 듯 느끼는 지금, 우리는 디지털 안에서 필름을 갈망하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단지 필름에서 인화된 사진이 주던 일종의 노스탤지어를 쫓고 있을 뿐 여전히 필름 자체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필름은 모든 것이 인스턴트화 된 우리에게는 그 처리 과정이 너무 귀찮고 이제는 바닥이 난듯한 인내심을 요구하기 때문에.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끊임없는 진화 속의 디지털 카메라가 보여주던 세밀함과 날카로움을. 그리고 앨범 속 빛 바랜 흐릿한 소싯적 사진을.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주머니 속의 조그마한 기계로 사진을 찍고 화면을 몇 번 두들기는 행위로 그 앨범 속 빛 바랜 흐릿한 소싯적 사진에 오마주를 표한다. 이 A사의 제품은 출시 당시 그 작은 덩치와 반대로 날카롭고 세밀한 사진 표현력으로 찬사를 받았었는데.

한때 사진 시장의 큰 부분을 호령하던 즉석 현상 필름 회사가 문을 닫았다. 바로 그 직전까지 아무도, 그 누구도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자 다 같이 아쉬워했다. 이런 말이 문득 생각했다. 있을 때 잘 하라고.

즐겨보는 미국 드라마에서 여자와 남자가 대화를 나눈다. 여자는 현관 밖에 배달된 신문을 들고 들어오는 남자에게 A사의 디지털 제품을 손에 들고 말한다. 이 기계로는 여러 언론사의 기사들을 원하는 것만 골라서 읽을 수 있다고. 남자는 말한다. 신문은 이렇게 손에 들고 한 장 한 장 넘기며 보는 맛을 즐기는 거라고.

신문사가 고초를 겪고 있다. 눈에 띄게 줄어드는 신문 판매량에. 이러다가는 곧 신문이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사라지고 난 후에 우리는 또 없으니 아쉽다고 하려나.

언제부터 모두가 1:1의 사진 비율에 익숙했을까. 한때는 전문가만 사용하던 중형기기에서 나오던 그 1:1 사진. 이제는 그 사진에 손가락 두들김으로 완성된 빛 바랜듯하고 흐릿한 사진이 오마주의 기본형이다.

M패스트푸드 업체에서 한 때 흔했지만 눈깜짝할 사이 사라졌던 G패스트푸드 업체의 제품을 제한적으로 한 품목 출시했다. 모두가 원하는 듯 했고 이루어졌다. 전설의 귀환에 열광하던 우리는 말했다. 아, 장사치의 추억 팔이여.

우리는 소유욕의 동물인가보다. 없는 것을 끝없이 가지고 싶어한다. 그러다 보니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기술의 발전을 이룩했다. 그 길목에서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많았다. 이제 조금 편해지니 반대로 잃어온 것들이 아쉬워졌다. 잃었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렴풋한 기억 속의 다큐멘터리의 내용이 사뭇 떠오른다. 미국 영화 역사의 큰 획인 무성 영화의 원본 필름들이 대부분 손상되거나 소실되었다고. 영상기술이 발전을 꽃피우던 시절 공간만 차지하는 잉여물품으로 여겨져 아쉬움 없이 버려졌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또 말하지만 있을 때 잘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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