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과 지혜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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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젊음과 지혜의 만남

0 개 1,871 김지향
우리 형제는 6남매입니다. 그 중 셋째로 태어난 저는 딸 중에서도 셋째이며 자식으로서도 셋째입니다. 어머니께서 딸만 넷을 낳다가 뒤로 아들 둘을 보셨기 때문입니다. 그 덕에 내 여동생은 섭섭이로 불리다가 남동생을 본 아이로 격상이 되었습니다. 이런 집에서 셋째 딸로 자란 내 성격은 고분고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성적인 사춘기를 거치면서 가족에게 내 자신을 꽁꽁 숨기고 보여주지 않으면서 살다가, 고등학교 2학년 때 교내 미술대회에서 수상을 하자 내 안의 자아가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부모님께 미술을 전공하고 싶다는 속내를 비추게 되었습니다.

여자가 남편 잘 만나서 편안하게 살면 최고라는 생각이 강했던 부모님께서는 둘째딸을 미대에 보낸 것도 돈이 많이 들어서 후회스러운데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덕에 내 방황은 시작이 되었고 어머니께서는 그런 나를 두고 청개구리라고 생각하셨습니다.

결국 나는 내 뜻을 굽히고 다른 전공을 택했으며 어머니 역시 나에 대한 기대를 버리셨습니다. 하지만 그때부터 청개구리로 살아가는 매력에 푹 빠지게 된 거 같습니다. 동쪽으로 가라면 서쪽으로 가고 서쪽으로 가라면 동쪽으로 간다고 어머니는 한탄을 하셨지만, 이미 생각이 뒤바뀐 나로서는 어머니 말씀을 그대로 따르기가 힘이 들었습니다. 

대학에서 디자인 전공을 하고 있는 셋째 딸인 막둥이가 유별나게 사랑스러운 이유는 그런 모든 악조건 속에서 피어난 내 아름다운 꽃이었기 때문입니다. 낙천적인 성격이라서 이래도 행복하고 저래도 행복하게 사는 셋째는 아마도 자신의 성격 그대로 삶이 태평스러울 것 같습니다. 태평스러운 성격만큼 자기 성취욕이 언니들보다 떨어지지만,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만족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집을 내 놓겠다고 하면서도 게으름을 부리다가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이 끝난 지난주에 부동산중개인을 만났습니다. 고향처럼 지냈던 파미와 7년 동안 정 붙이고 산 집을 떠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아이들과 살날이 길어봤자 3~4년이란 생각에 집을 선뜻 내놓게 된 것이지요. 나 역시 아이들처럼 대도시에서 활기차게 살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13년 전에 복잡하고 바빴었던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거꾸로 삶을 살면서 자연 속에서 아이들을 키웠는데, 그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대도시로 가서 살게 되니 내 마음도 덩달아 대도시로 향하게 되더군요. 보이지 않는 부모와 자식 간의 끈이 서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 그런 가 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게 되면 그 끈을 모두 다 놓아 버려야지요. 그 끈을 놓아 버릴 때, 내 스스로 홀로서기가 되어 있을 지 그것이 숙제이긴 합니다.

그 숙제를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했기에 아이들이 가는 곳으로 따라가지만, 3~4년 이내에 그 숙제를 다 풀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40 중반에 모든 것 다 버리고 뉴질랜드로 향했을 때의 용기가 다시 일어나는 것을 보면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지낼 3~4년에 대한 각오가 상당한 가 봅니다. 홀로서기를 향한 마지막 도전으로 여겨져서 더 그럴 겁니다.

할머니, 삼촌들, 고모와 함께 사는 육남매의 셋째 딸로 태어나 위로 아래로 치이면서 독립적인 자신을 찾으려 노력했었지만, 천성이 유약하여 아직까지도 갈대처럼 흔들리면서 살았습니다. 그 흔들림을 외부에 들키지 않으려 강한 척 해왔으나 이사를 앞두고 생각해 보니, 아직까지 홀로서기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심약한 여자더라고요.

2014년을 기점으로 홀로서기에 새롭게 도전하려 합니다. 오랫동안 홀로서기를 원하면서도 제대로 홀로서기를 하지 못하면서 살았지만, 그간의 모든 노력과 실패들이 홀로서기를 해나가는 과정이었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더군요. 그 사실을 인식하게 되자 새로운 용기와 지혜가 일어납니다. 

새로운 곳에서 정착해서 함께 사는 동안 아이들이 나에게 선생이 되어주기로 했습니다. 영어뿐만 아니라 그들의 젊은 생각을 배우려는 것이지요. 나 역시 그들에게 선생이 되어 줄 것입니다. 연륜으로 터득한 지혜를 전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젊음과 지혜의 소통을 통해 공유의 삶을 창조할 수 있는 생명력이 샘솟듯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서로의 등을 맞대고 각자의 세상 속에 빠져 있으면서 함께 라고 생각하지 말고 조금 떨어져서 등을 돌리고 서로를 바라보면서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는 젊음과 지혜의 만남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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