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 상추 먹는 법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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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 상추 먹는 법 엿보기

0 개 3,835 조병철
늦은 봄 보릿고개를 경험하던 시절 농촌의 밥상은 보잘 것 없었다. 그래도 푸짐한 상추를 함께 할 수 있어 먹을 만 했던 기억이다. 텃밭에 지천으로 자라는 상추는 여름으로 접어드는 무더운 날 점심상에 단골 메뉴였다. 하얀 진이 뚝뚝 떨어지던 상추와 노란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하던 쑥갓에 쪽파를 곁들인 바구니가 밥상 한가운데 자리한다. 먼저 상추를 손바닥 위에 올리고, 쑥갓과 쪽파를 넣은 다음 밥을 한 숟가락 얻는다. 거기다 된장찌개로 간을 더 한다. 그 다음은 생각할 것도 없이 입으로 향한다. 그 포만감으로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이런 어릴 적 추억 말고도 상추에 대한 기록은 여러 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조선시대 편찬된 만기요람(萬機要覽)에는 궁중음식의 재료에 대한 많은 기록이 남아 있다. 이 기록에 의하면 궁중에서도 상추를 즐겨 먹었다. 당연히 제철에서만 상추를 즐겼으며, 궁중요리인 만큼 상추를 헹구는 마지막 물에 참기름을 몇 방울 떨어뜨려 맛을 더했다. 요즈음 쌈장에 참기름을 듬뿍 넣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상추쌈에는 쑥갓과 실파를 꼭 함께 했다. 상추 쑥갓 실파 위에 밥을 얹은 다음 그 위에 고기와 생선을 올렸다. 그리곤 된장을 바르고 다시 참기름 한 방울을 넣고 싸먹었다는 기록이다. 궁중요리라 그래선지 좀 호화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일반인들이 상추 먹는 법과 다른 것은 상추 잎을 위로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뒤집어서 속이 위로 가게 하는 것이 궁중의 법도였단다. 그리고 상추쌈을 먹은 다음에는 반드시 계지(桂枝)차를 마셨다고 전한다. 

위의 기록에 의하면 상추는 음력으로 사월과 오월이 제철이다. 우리의 경험으로도 더위가 시작하는 늦은 봄 점심상에 어울렸던 메뉴로 생각된다. 한낮 더위를 식히는 데 제격이었고, 또한 이 때가 상추가 왕성하게 자라 풍성한 계절이다. 그런데 요즘은 행인지 불행인지 몰라도 사철 상추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필자도 겨울철에 상추가 하도 탐스러워 먹고 나선 설사로 본전을 찾지 못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한의사의 얘기로는 상추는 찬 성질의 음식으로 몸을 덮게 하는 마늘이나 생강과 함께 먹어야 한단다. 상추에 쑥갓과 쪽파를 넣은 것이나, 상추를 먹은 후에 계지차를 마시는 것은 몸이 너무 차지 않게 관리하기 위한 방책으로 설명한다.
  
또한 우리의 상추가 원나라에서 명성을 얻었던 기록도 남아 있다. 고려왕조 말기 몽고의 침입으로 시련을 맞게 된다. 고려의 세자는 원나라의 공주와 결혼을 해야 했으며, 고려의 여인은 공녀로 원나라에 보내졌다. 이 때 현명한 고려의 여인은 상추 씨앗을 챙겨 갔다. 그들에게 이국땅에서의 한 많은 볼모생활이 견디어 내기 힘든 고통이었으나, 고국에서 즐겼던 상추쌈은 그들에서 큰 위안이 되었다. 더나가 원나라 사람들도 고려의 상추 맛에 빠졌다는 웃지못할 사연이다. 그로 인해 원나라에서는 고려의 상추 씨앗은 천금을 주어야 살 수가 있는 천금채(千金菜)로 불리게 되었단다. 

상추는 맛만 좋은 것이 아니라 여러 효과 면에서도 어떤 채소보다 뛰어나다.  우리 몸의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할 뿐 아니라 경맥을 잘 통하게 만들어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 게다가 몸의 열은 내리게 해 주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신경 안정작용이 있어 잠을 잘 오게 한다. 상추의 줄기에서 나오는 우윳빛 즙액이 진통과 체면 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출산 후 산모에게 젖이 잘 나오게 하는 효과도 있다. 이런 여러 효과들은 사람의 체질에 따라 달리 나타날 수 있단다. 다시 말하면 상추가 체질에 맞지 않으면 사람에 따라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상추는 몸을 차게 만드는 성질이 있어 너무 많이 먹을 경우 냉병을 유발할 수 있으니 몸이 차고 소화기능이 약한 사람은 너무 많이 먹지 말 것을 당부한다. 

우리와 언제나 친숙한 상추라 할지라도, 이 만큼 세밀하게 검토가 이루어진 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무심코 일상에서 즐기는 상추이면서 우리와는 뗄 레야 뗄 수 없는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또한 우리가 상추를 즐기는 습관에도 은연중에 이런 전통이 배어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요즘은 예전과 달리 사계절 상추를 접할 수 있다. 또한 현대인은 고기나 생선회에는 반드시 상추가 곁들여야 맛이 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식생활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옛사람들은 제철에만 상추를 즐기면서 상추의 이런 특성을 이해하고 이에 맞도록 먹으려고 노력했는데, 사계절 밥상에 오르는 상추를 즐기는 현대인들은 이런 내용을 알고 계신건지? 

▶ 참고: 정지천(2007) 조선시대 왕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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