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박종배
정석현
정동희
한일수
정윤성
크리스티나 리
Shean Shim
송영림
김준
엔젤라 김
오클랜드 문학회
박현득
박명윤
김영안
Mina Yang
써니 림
여디디야
강명화
새움터
수선재
휴람
봉원곤
마리리
김임수
이윤수
조성현
박기태
유영준
성태용
김철환
피터 황
Jane Jo
신지수
오즈커리어
Jessica Phuang
김수동
박승욱경관
최성길
동진
이동온
김지향
이현숙
한 얼
빡 늘
CruisePro

옛사람 상추 먹는 법 엿보기

조병철 0 2,701 2014.01.15 16:55
늦은 봄 보릿고개를 경험하던 시절 농촌의 밥상은 보잘 것 없었다. 그래도 푸짐한 상추를 함께 할 수 있어 먹을 만 했던 기억이다. 텃밭에 지천으로 자라는 상추는 여름으로 접어드는 무더운 날 점심상에 단골 메뉴였다. 하얀 진이 뚝뚝 떨어지던 상추와 노란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하던 쑥갓에 쪽파를 곁들인 바구니가 밥상 한가운데 자리한다. 먼저 상추를 손바닥 위에 올리고, 쑥갓과 쪽파를 넣은 다음 밥을 한 숟가락 얻는다. 거기다 된장찌개로 간을 더 한다. 그 다음은 생각할 것도 없이 입으로 향한다. 그 포만감으로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이런 어릴 적 추억 말고도 상추에 대한 기록은 여러 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조선시대 편찬된 만기요람(萬機要覽)에는 궁중음식의 재료에 대한 많은 기록이 남아 있다. 이 기록에 의하면 궁중에서도 상추를 즐겨 먹었다. 당연히 제철에서만 상추를 즐겼으며, 궁중요리인 만큼 상추를 헹구는 마지막 물에 참기름을 몇 방울 떨어뜨려 맛을 더했다. 요즈음 쌈장에 참기름을 듬뿍 넣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상추쌈에는 쑥갓과 실파를 꼭 함께 했다. 상추 쑥갓 실파 위에 밥을 얹은 다음 그 위에 고기와 생선을 올렸다. 그리곤 된장을 바르고 다시 참기름 한 방울을 넣고 싸먹었다는 기록이다. 궁중요리라 그래선지 좀 호화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일반인들이 상추 먹는 법과 다른 것은 상추 잎을 위로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뒤집어서 속이 위로 가게 하는 것이 궁중의 법도였단다. 그리고 상추쌈을 먹은 다음에는 반드시 계지(桂枝)차를 마셨다고 전한다. 

위의 기록에 의하면 상추는 음력으로 사월과 오월이 제철이다. 우리의 경험으로도 더위가 시작하는 늦은 봄 점심상에 어울렸던 메뉴로 생각된다. 한낮 더위를 식히는 데 제격이었고, 또한 이 때가 상추가 왕성하게 자라 풍성한 계절이다. 그런데 요즘은 행인지 불행인지 몰라도 사철 상추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필자도 겨울철에 상추가 하도 탐스러워 먹고 나선 설사로 본전을 찾지 못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한의사의 얘기로는 상추는 찬 성질의 음식으로 몸을 덮게 하는 마늘이나 생강과 함께 먹어야 한단다. 상추에 쑥갓과 쪽파를 넣은 것이나, 상추를 먹은 후에 계지차를 마시는 것은 몸이 너무 차지 않게 관리하기 위한 방책으로 설명한다.
  
또한 우리의 상추가 원나라에서 명성을 얻었던 기록도 남아 있다. 고려왕조 말기 몽고의 침입으로 시련을 맞게 된다. 고려의 세자는 원나라의 공주와 결혼을 해야 했으며, 고려의 여인은 공녀로 원나라에 보내졌다. 이 때 현명한 고려의 여인은 상추 씨앗을 챙겨 갔다. 그들에게 이국땅에서의 한 많은 볼모생활이 견디어 내기 힘든 고통이었으나, 고국에서 즐겼던 상추쌈은 그들에서 큰 위안이 되었다. 더나가 원나라 사람들도 고려의 상추 맛에 빠졌다는 웃지못할 사연이다. 그로 인해 원나라에서는 고려의 상추 씨앗은 천금을 주어야 살 수가 있는 천금채(千金菜)로 불리게 되었단다. 

상추는 맛만 좋은 것이 아니라 여러 효과 면에서도 어떤 채소보다 뛰어나다.  우리 몸의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할 뿐 아니라 경맥을 잘 통하게 만들어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 게다가 몸의 열은 내리게 해 주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신경 안정작용이 있어 잠을 잘 오게 한다. 상추의 줄기에서 나오는 우윳빛 즙액이 진통과 체면 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출산 후 산모에게 젖이 잘 나오게 하는 효과도 있다. 이런 여러 효과들은 사람의 체질에 따라 달리 나타날 수 있단다. 다시 말하면 상추가 체질에 맞지 않으면 사람에 따라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상추는 몸을 차게 만드는 성질이 있어 너무 많이 먹을 경우 냉병을 유발할 수 있으니 몸이 차고 소화기능이 약한 사람은 너무 많이 먹지 말 것을 당부한다. 

우리와 언제나 친숙한 상추라 할지라도, 이 만큼 세밀하게 검토가 이루어진 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무심코 일상에서 즐기는 상추이면서 우리와는 뗄 레야 뗄 수 없는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또한 우리가 상추를 즐기는 습관에도 은연중에 이런 전통이 배어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요즘은 예전과 달리 사계절 상추를 접할 수 있다. 또한 현대인은 고기나 생선회에는 반드시 상추가 곁들여야 맛이 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식생활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옛사람들은 제철에만 상추를 즐기면서 상추의 이런 특성을 이해하고 이에 맞도록 먹으려고 노력했는데, 사계절 밥상에 오르는 상추를 즐기는 현대인들은 이런 내용을 알고 계신건지? 

▶ 참고: 정지천(2007) 조선시대 왕들은..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플러스 광고

KS Trans Co. LTD (KS 운송 (주))
KS TRANSPORT / KS 운송 (YEONGWOONG Co. Ltd) T. 0800 479 248
AIC - Auckland International College
IB전문학교, AIC, 세계명문대학진학, 오클랜드 국제고등학교, 뉴질랜드 사립고등학교, 대학진학상담, 미국대학입학, 영국대학입학,한국대학입학, IB과정, Pre-IB과정, 기숙사학교, 뉴질랜드교육, IB T. 09 921 4506

원주민의 식생활에서 얻는 교훈

댓글 0 | 조회 1,926 | 2014.11.12
남미 볼리비아 아마존의 원주민 쿠네이 가족은 주변의 원시림과 강가 텃밭에서 얻는 먹거리로 살아간다. 채집하는 파파야 망고 바나나 같은 과일에 텃밭의 옥수수, 수렵으로 구하는 원숭이… 더보기

달콤함 속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댓글 0 | 조회 1,953 | 2014.10.15
현대인의 간편한 아침식사 시리얼에, 언제나 즐기는 커피에, 애들의 오후간식 초코바에, 목마를 때 찾게 되는 탄산음료에, 그리고 아이스크림에 상당량의 당분이 들어 있어 우리는 그 달… 더보기

어느 대도시의 신선농산물 마일리지

댓글 0 | 조회 1,190 | 2014.09.10
뉴욕의 과일가게에 진열된 딸기는 미국의 서쪽 캘리포니아에서 실어온다. 거리로는 2,940마일, 4일을 걸려 트럭으로 운반된다. 농가에서 딸기를 길러내는데 드는 비용 보다 운반에 들… 더보기

유기농산물(Organic food)과 지역농산물

댓글 0 | 조회 1,604 | 2014.08.13
유기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충분치 못할 경우, 슈퍼마켓 농산물 코너에 넘쳐나는 그들의 라벨로 여러분은 많은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유기농산물의 표시는 생산자 중심… 더보기

다음 세대를 위한 식량대책

댓글 0 | 조회 1,442 | 2014.07.09
세계는 지금 넘치는 먹거리 속에서 풍요롭게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직도 일부 배고픔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건 인도적으로 정치적으로 왜곡된 현상으로 치부하면서 말이다.… 더보기

정원수와 과일나무

댓글 0 | 조회 2,857 | 2014.06.11
세계 어디서나 시민들은 주변에 과일나무를 심는 것을 좋아하나 보다. 한국의 여러 도시에서 가로수로 온통 감나무나 은행나무를 심어 계절의 정취를 느끼게 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오클랜… 더보기

썸머 프루트(Summer fruit)

댓글 0 | 조회 1,646 | 2014.05.27
여름은 작열하는 태양으로 싱그럽기 그지없다. 낮 시간이 길어 과일나무는 그 동안에 열매를 살찌울 절호의 찬스를 맞는다. 태양을 듬뿍 받아 탐스럽게 익어내는 게 여름과일이다. 이들 … 더보기

푸드 퍼레스트 / Food forest

댓글 0 | 조회 2,943 | 2014.04.09
고향의 뒷동산은 밤, 감 같은 과일나무로 풍요로웠다. 뒷산은 높지는 않았지만 토심이 깊어 아주 오랫동안 소나무가 무성하게 자랐으며, 밤나무 상수리나무도 잘 자랐다. 봄철에는 산나물… 더보기

처절하게 선명한 붉은색 그대, 비트(Beet)

댓글 0 | 조회 2,345 | 2014.03.12
텃밭 한 귀퉁이에서 뽑아 온 비트, 머리 베고 꼬리를 자리니 선명한 붉은색이 칼에 번진다. 처절한 핏빛 같아 섬뜻 놀란다. 비트의 한 가운데 뿌리를 자르면 나무의 나이테 같은 둥근… 더보기

힐러리 트레일(Hillary trail)

댓글 0 | 조회 2,339 | 2014.02.12
오클랜드 서쪽에 살면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게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는 여기가 카우리(Kauri) 나무의 원산지로 인류가 도착하기 전부터 자라던 터전이라는 점이다. 다음은 우… 더보기

현재 옛사람 상추 먹는 법 엿보기

댓글 0 | 조회 2,702 | 2014.01.15
늦은 봄 보릿고개를 경험하던 시절 농촌의 밥상은 보잘 것 없었다. 그래도 푸짐한 상추를 함께 할 수 있어 먹을 만 했던 기억이다. 텃밭에 지천으로 자라는 상추는 여름으로 접어드는 … 더보기

선비의 밥상에 오르던 미나리

댓글 0 | 조회 1,965 | 2013.12.11
한민족의 정신문화를 대표하는 미덕으로 선비정신을 들기도 한다. 그런 선비들이 민속채소인 미나리를 즐겨 먹었으며, 거기서 식채로써의 삼덕(三德)을 발견했다니 흥미롭다. 선비들은 자신… 더보기

주림을 고치는 데는 밥이 으뜸

댓글 0 | 조회 1,157 | 2013.11.13
「세상에서 몸에 좋다는 복령 인삼 구기자(拘杞) 같은 세 가지 약을 먹고 나서 다시 음식을 먹지 못한지 백 일만에 숨결이 가빠 곧 죽게 되었을 때. 이웃집 할멈이 와서 보곤, &l… 더보기

어느 도심의 Eco-village

댓글 0 | 조회 1,256 | 2013.10.08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시에서 살기를 좋아 한다. 그러다보니 주위 환경에 어울려 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주 작은 손바닥 정원에 과일나무를 심고, 상추를 가꾸며, 장미꽃을 심어 본… 더보기

고향의 질경이와 초원의 플랜테인

댓글 1 | 조회 3,658 | 2013.09.10
봄철 들판은 온통 풀들의 세상이다. 민들레 토끼풀 반지꽃 냉이 질경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풀들이 꽃망울을 터트림으로써 그들의 존재를 알린다. 고향의 봄 들판 얘기다. 그중에… 더보기

선주후식(先酒後食)

댓글 0 | 조회 1,355 | 2013.08.14
인류가 발견한 가장 오래된 기호식품,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는 독특한 음식 바로 술이다. 서민들의 밥상에도, 나라간의 정상외교의 만찬에도, 시중잡배의 의기투합의 자리에도 빠지지 않고… 더보기

일백 개의 촛불을 바라보는 사람들

댓글 0 | 조회 1,030 | 2013.07.10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보통 사람의 기대수명은 80세 정도이다. 이와 달리 장수족으로 분류되는 백세족(百歲族, Centenarian)은 이 보다 이십년 정도 더 오래 산다. … 더보기

까치 밥

댓글 0 | 조회 1,423 | 2013.06.12
가을철 감이 익어가면서 대부분 추위가 닥치기 전에 딴다. 감이 서리를 맞으면 더 달다고 해서 아주 늦게까지 두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자연 그대로 자란 감나무에서 감을 따기란 그리… 더보기

천하태평 농법

댓글 0 | 조회 1,058 | 2013.05.14
오클랜드는 이제 가을이 깊어 가고 김장철이 다가온다. 이번 김장을 담그는 데 갓이 한단 정도 있다면 어떨까. 김치맛이 한결 상큼해 지리라 생각된다. 손바닥 텃밭에서 막 뽑아낸 갓을… 더보기

강낭콩에 대한 추억

댓글 0 | 조회 1,693 | 2013.04.10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은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밝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이마… 더보기

수퍼프루트(Superfruit)

댓글 0 | 조회 1,759 | 2013.03.13
어떤 과일을 즐겨 드시는지요? 세계에서 인기 있는 과일은 좀 엉뚱하게도 바나나와 감귤이다. 왜 그러냐 하면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즐길수 있기 때문이다. 칼 같은 특별한 도구 없이도… 더보기

안경을 벗어던진 존스 할머니

댓글 0 | 조회 1,149 | 2013.02.13
안경은 한번 쓰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써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안경을 쓰던 도중에 홀연히 벗어던지고, 현재 90세에 달했지만 안경을 다시 찾지 않는 존스(Margaret … 더보기

달콤한 유혹 설탕

댓글 0 | 조회 1,113 | 2013.01.16
여름철 땀나는 운동 후에는 갈증과 함께 달콤한 게 그립다. 그리고 겨울철 추위를 이겨내는 데도 단음식이 인기를 모은다. 현대인은 이러한 달콤한 에너지원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무의식… 더보기

기후는 변하고 있는 데

댓글 0 | 조회 1,195 | 2012.12.11
지난 10월 오클랜드에서는 거센 바람으로 큰 나무가(오톤 정도) 쓰러지면서 집 두채를 덮쳤다. 이 사고로 두집은 지붕이 크게 무너졌다. 그 중 한 집에서는 식구들이 텔레비죤을 보고… 더보기

‘모닝 커피’와 ‘애프터눈 티’

댓글 0 | 조회 1,609 | 2012.11.14
아침 일과전에 커피 한컵 마시고 산뜻하게 시작해야지; 나른한 오후 차 한잔으로 차분하게 여유를 가져야지. 이건 너무 평범한 얘기 같고, 아니 좀 발랄하게, 밤세워 레포트를 마쳐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