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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0 개 1,712 박건호
칼럼. 칼럼이란 것을 쓴 지 1년이 되었다. 그 뜻은 내가 여기 온지 1년이 조금 넘었다는 뜻일 것이다. 2012년 6월 초순, 워킹홀리데이라는 비자로 뉴질랜드로 오게 되었다. 3주 정도를 적응기간으로 생각하다가,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코리아포스트를 알게 되었다.

사실 칼럼니스트라는 것에 지원할 때 당연히 약간의 고료를 기대했었다. 최소한 용돈 정도는. 몇 개의 글을 뽑아 만든 포트폴리오를 이메일로 보낸 후, 며칠 지나지 않아 “칼럼을 쓰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와 더불어, “원고료는 주지 않는다”는 슬픈 말이 적힌 담당자 분의 답장을 받았다. 나는 뭐, 그렇다. 언젠가는 지구상의 좀더 많은 사람들이 노동의 가치를 인정해주시리라 믿는다. 특히 노동의 가치를 넘어서서 무언가를 “생산하는” 사람들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똥을 생산하든 개똥을 생산하든, 배설을 하는 것도 누군가에겐 노동이자 축복이다. 우리 할머니는 아락실을 드신다. 똥을 위해 아락실을 사는 소비자들도 있는데, 이 곳의 칼럼니스트 분들은 정말 대단한 분들이시다. 글의 기복이 굉장히 심한 나와는 달리, 참 꾸준히, 평탄하게도 쓰신다. “대부분의 작가 분들”은, 정말 오로지 글 쓰는 게 좋아서 글을 쓰시는 분들인 것이다. “대부분의 작가 분들”이, 아무런 조건없이.
 
근데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의 칼럼은, 칼럼이라고 하기엔 개인적으로 조금 거시기한 것이 있다. 논술학원에 일했던 시절 수업을 위해 몇 가지 칼럼들을 준비하곤 했었는데, 대체로 정치적이거나 시사적인 이야기들로 꾸려졌다. 수필 같은 장르는 문체가 여간 특이하지 않고서야 논외의 문제였다. 조중동이든 한경오든 기본적으로 시사문제들을 촌평하고 풍자하고 문제점을, 필자에 따라 갖가지 다른 그림자에 비추어 적어내고 있었고, 당연히 그런 신문들의 칼럼이 내겐 익숙했었다.

다만 신문 내에서도 몇몇 작가들은 그게 뭔 상관이야 하며 수필과 낙서의 중간쯤의 글을 올리기도 하였다. 정치적인 글은 지양해 달라는 이 곳 담당자 분의 요청에 따라, “수필과 낙서의 중간쯤”은 내 글의 균형이자 컨셉이 되기도 하였다. 컨셉이라도 있는 것이 몇몇 광고에 가까운 칼럼보다는 낫지 않은가.
 
실은 앞서 말한 균형과 컨셉에 질려, 몇 가지 정치적인 글을 쓰고 보낼까말까 마우스 위에서 갈등하던 나의 손가락이 몇 가닥 있었다. 요즘 한국은 정말 여러 가지 의미로 최악이라, 칼럼니스트 이전에 하나의 영장류로서 답답함을 느꼈기에 그것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에 키보드를 두드렸었다. 중립적으로 쓰면 되잖아. 물론 그렇게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마디만 하자면, 지금 상황에서 “중도를 유지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분명한, 당연한 ‘문제제기’에 대해- 엄청난 그리고 올바른 ‘거대담론’으로 답하며, 모든 사소한 문제제기 자체를 그런 식으로 무화시키는 처세. 혹은 철 지난 색깔론… 모두 그 분(들)이 잘 하시는 것들이다. 그래서 난 정치문제에 대해서 글을 쓸 수 없었다. 그렇게 보내지 못한 글이 조금 있다.

어쨌든 그런 식으로 1년이 흘렀다. 여전히 내 글은 두서없고, 엉망진창이고, 구체적으로는 인문학의 부재가 참으로 심각하다. “칼럼”이라는 거창한 것을 쓰기엔 한없이 부족하고, 낙서라고 하기엔 문체가 재수없다. 조지 오웰은 사람들이 글을 쓰는 동기를 크게 네 가지로 분석했는데, 순전한 이기심, 미학적 열정, 역사적 충동, 정치적 목적이 그것이었다. 내 글을 규정하자면, 미학적 이기심을 표방하고 싶은 치기 어린 칭얼거림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좀더 칭얼거리고 싶은데, 코리아 포스트는 너무 어른스러운 공간이라 그러지 못하는 것이 때때로 아쉽다.
 
다행히 요즘은 작곡을 공부하고, 곡도 녹음하기에 혼자 열심히 칭얼거릴 수 있다. 어떻게든 칭얼거릴 방법을 찾아야 마음이 평화로운 사람이 있다. 또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어떻게든 칭얼거려야만 할 나이대가 모두들 있다.

1년. 너무 눈 깜짝할 새에 지난 것 같다. 앞으로는 조금 더, 천천히, 시간을 들여 정성껏, 오랫동안 칭얼거리고 싶다.

화이

댓글 0 | 조회 2,324 | 201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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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댓글 0 | 조회 1,726 | 2014.02.12
지금은 묻혀버렸지만, 작년 11월쯤 한국의 엠넷에서 작곡가 서바이벌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한 적이 있었다. 티비를 안 보아서 홍보의 여부는 모르겠지만, 4회 만에 … 더보기

한국에서

댓글 0 | 조회 1,764 | 2014.01.30
2년 만에 한국에 다녀왔다. 인천공항의 분위기는 여전했다. 부산스럽지만 깔끔한, 이용자의 동선을 최대한 고려하여 만든 회색빛의 거대한 이동체. 사람들은 세포처럼 … 더보기

모자이크(Ⅲ)

댓글 0 | 조회 1,821 | 2013.12.24
호텔의 방. 창가 태양의 광선이 대기를 통과하고, 산란된 빛의 파장은 곧게 흩어져 호텔의 창가에 곱게 내려앉아있다. 먼지들이 빛의 언저리를 떠돌고, 창틀에 반쯤 … 더보기

모자이크(Ⅱ)

댓글 0 | 조회 1,232 | 2013.11.27
호텔 앞의 해변 아침에 일어나 담배 연기같은 차가운 태양이 빛나는 바다를 보았다. 빨간 투명함이 내리쬐는 백사장엔 무덤 하나가 있었고 그 위의 크림빛 소녀는 고개… 더보기

모자이크(Ⅰ)

댓글 0 | 조회 1,257 | 2013.11.12
호텔의 1층 아무도 없는 호텔에서 천천히 눈을 떴다. 20세기 초의 미국. 시간에 엑스레이를 찍는 직업이 있었다. 소들과, 알 수 없는 짐승의 먼지 쌓인 뼈들을 … 더보기

지느러미

댓글 0 | 조회 1,455 | 2013.10.22
1. 나는 몇몇 여자들에게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야한다. 허세, 조작, 이기가 엉켜서 나 스스로도 통제 못하던 때가 있었다. 나를 연출하는 것은 나의 처세가 되었었… 더보기

피곤한 고양이

댓글 0 | 조회 1,702 | 2013.10.08
영화학과 출신이라는 것은 좋은 일이다. 대학시절, 학과 공부는 잘 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영화와 관련된 종합예술에 있어서만큼은 -조금 편협하긴 해도- 나름대로 공부… 더보기

현재 칼럼

댓글 0 | 조회 1,713 | 2013.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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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댓글 0 | 조회 1,900 | 2013.09.10
저번 주였다. 내가 사는 플랫의 인터넷이 일주일 남짓 먹통상태일 때였다. 일주일 내내 플랫메이트들을 볼 때마다 얘기를 했다. 난 인터넷이 없으면 살 수 없다고. … 더보기

Boy A

댓글 0 | 조회 1,398 | 201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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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스위치였다

댓글 0 | 조회 1,651 | 2013.08.14
딸깍. 열리는 암실의 문. 외면하고 싶은 현실은 때때로 순간을 아름답게 포착해내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아름다운 포착은 시간을 초월한 채 머리 한 켠에 걸어지는 … 더보기

카페

댓글 0 | 조회 1,982 | 201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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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내기의 솔직한 노래

댓글 0 | 조회 1,551 | 2013.07.09
예전부터 “왜 그렇게 사람이 빡빡해요?”라는 말을 종종 들어왔다. 팍팍하다는 말은 다양한 의미의 관용구로 해석될 수 있으나, 나의 경우에는 … 더보기

외롭고, 의존적인 사람들

댓글 0 | 조회 5,767 | 2013.06.26
나는 산책을 좋아한다. 보통 잠이 오지 않으면 가까운 바닷가로 나가 혼자 돌아다니다 오곤 한다. 핸드폰은 꺼두고 엠피쓰리만 켜두고 이곳저곳 쏘다닌다. 그런데 그것… 더보기

자기소개서

댓글 0 | 조회 1,551 | 2013.06.11
본의 아니게 대학원에 입학하려는 사람의 자기소개서를 도와주게 되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대학원이 뭐하는 곳이었는지 헷갈릴 정도로 충격적인 초고를 이메일로 … 더보기

생산자와 소비자의 시의성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1,417 | 2013.05.28
기차에서 피가 났다, 레일에서 피가 굉음을 내며 흐른다. 줄줄줄줄줄줄줄줄 흐른다 Medina의 You and I를 듣는다. I feel like. I’… 더보기

허세

댓글 0 | 조회 1,397 | 2013.05.14
내가 다녔던 대학교에는 커다란 잔디밭이 있었다. 오월의 광장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는데, 광장이 가져다주는 어떤 암울한 느낌을 5월이라는 봄 냄새 가득한 단어로서 상… 더보기

음악시간

댓글 0 | 조회 1,452 | 2013.04.24
다음 주까지 각자 음악적인 재주 하나를 가져오면 되는거야. 중학교 시절, 미치광이로 유명했던 음악 선생이 말했다.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어렵다며 불평불만, 투덜투… 더보기

얼굴

댓글 0 | 조회 1,357 | 2013.04.10
영화 <접속>, <공감>, <8월의 크리스마스> 등등. 수많은 애틋한 만남들과 우연을 가장한 필연과 미필적 대본 속 우연들이 교집… 더보기

소리

댓글 0 | 조회 1,438 | 2013.03.26
바람결에 흔들리는 투우사의 망토와도 같은, 서걱거리는 심장이 있었다. 영혼의 텍스트들이 두터운 긴장감으로 다다다다닥 머릿속을 훑어내고, 가느다란 담배연기가 시간 … 더보기

적과 빛

댓글 0 | 조회 1,244 | 2013.02.27
그 일은 2011년 3월 중순 너무도 갑작스레 일어났다. 일종의 컨설팅 회사가 내가 다니던 대학교를 한 번 다녀갔고, 이틀 뒤 한 강사 분이 우리에게 소식을 전해… 더보기

배탈

댓글 0 | 조회 1,498 | 2013.02.13
몇 년만에 아픈 건지 모르겠다. 이렇게 심하게 아픈 것은 군대 이후로 처음인 것 같은데, 지금이 조금 더 심한 것 같다. 3일 째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계속해서… 더보기

어디에나 있는, 어디에도 없는

댓글 0 | 조회 1,490 | 2013.01.31
1.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찍은 단편영화: 늦어도 2월까지는 편집 완료! 2. 랭귀지 스쿨에서 한국말 가르치기: 교재 제작! 3. 정착: 워크비자 준비할 것! 4. … 더보기

크라이스트처치 기행 메모

댓글 0 | 조회 1,391 | 2013.01.15
1. 백패커. 나는 1층에 있었고 호주에서 왔다는 한국인은 2층에 있었다. 그는 침대 위에서 무언가를 먹고 있었고, 머리 위에 있는 할로겐 조명을 켠 채 노트북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