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의존적인 사람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외롭고, 의존적인 사람들

0 개 5,766 박건호
나는 산책을 좋아한다. 보통 잠이 오지 않으면 가까운 바닷가로 나가 혼자 돌아다니다 오곤 한다. 핸드폰은 꺼두고 엠피쓰리만 켜두고 이곳저곳 쏘다닌다. 그런데 그것을 이해 못 하는 친구들이 있다. 밤이든 낮이든 대체 왜, 혼자 산책을 하는거야? 몇몇은, 심심하면 날 부르지 그랬어, 라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불러서 뭐해? 그냥 이것저것 얘기하면 되지. 난 사실 내가 꼭 심심해서 산책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귀찮아서 이내 관두고 만다.
 
대부분 의존적인 친구들, 즉 혼자서는 아무 것도 안 하거나 못 하는 친구들이 저런 소리를 한다. 개인적으로 공감은 하는데 그 친구들처럼 누군가에게 꼭 의존하고 싶진 않다. 나는 혼자 있으면 불안하기보단 오히려 편하고, 심심하다기보다는 오히려 더 바쁘다.

그들이 내게 어떤 일을 같이 하자고 요구할 때가 있다. 내 생각에도 그들로서는 벅찬 어떤 일이라 생각되면, 거절하지 않고 도와주는 편이다. 다만 곤란한 일이 닥쳤을 때 어떻게 해결할까 라기보다는 곧바로 핸드폰 전화번호부부터 뒤적이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런 친구들은 아주 혐오스럽다. 그들은 이해하기조차 어려워서, 나는 그런 식의 전화가 오면 받자마자 “알아서 하세요”라고 한 후 끊어버린다. 이래이래 하면 돼 라고 가르쳐줄 순 있지만, 결국 나중에는 본인이 혼자 생각한 끝에 이래이래 할 것이므로 굳이 내가 필요없지 않은가.
 
의존적인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지나치게 자기주도적인 것보다는 의존적인 것이 때때로 좋을 때도 있다. 그러나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의존적인 것은 이상하다. 의존적인 관계의 긍정적 방향은 도와주는 사람도 함께 배우고, 하다못해 같이 하는 사람이 즐겁기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즉 윈윈이 의존성이 꼭 가져야 할 조건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윈윈 따위 안중에도 없이 곤란한 상황이 생겼을 때 바로 핸드폰을 꺼내드는 이들은- 대체 왜 그렇게 되었을까.

자라온 가정환경이나 그런 것을 차치하고, 외로움을 즐기는 법을 모른다는 데에 그 핵심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기 때문에, 외로움을 즐기는 방법은 너무도 중요한 일이 되었다. 취미나 특기, 전공으로써 서서히 갖추어진 문화산업들의 뿌리는 모두 인간의 외로움에 있다. 외로워서 글을 썼고, 외로워서 음악을 만들었고, 외로운 시간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갖가지 철학들을 만들어냈다. 모두가 외로울 새도 없이 일했던 (소수의 특권계급은 제외하고) 1차 산업의 시기를 벗어나, 2차 산업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시간이 점점 늘어나면서 세상이 갖가지 데이터들로 인해 복잡해지는 것이 그 증거다. 그 데이터들의 뿌리는 사실 외로움인 것이다. 외로워서 누군가를 좋아하고, 외로워서 뭔가에 빠지는 것은 기실 당연한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로움을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이겨내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사람마다 각자 성격이 다르지만, 사실 그 방법은 아주 원시적으로 이겨내는 방법으로 생각된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는 것과, 외로워서 사람을 찾는 것. 두 가지를 나란히 놓고 보면 어떤 모종의 본능을 가진 공통분모로 보인다. 또한 의존적인 사람들은 개인이 “혼자 있어야 할 시간”을 이해하지 못 한다. 이는 혼자 산책하는 것을 이해 못 하는 것과 그 맥을 같이 한다.
 
의존적인 사람들의 일반적인 특징은, 다른 사람의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이다. 즉 다른 사람을 만나도 거울을 대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으니 더욱 외로워지는 것이 당연하다. 사람을 만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이왕 사람을 만나는 것이 외로움을 즐기는 방법이라면, 단순한 의존성으로 자신의 외로움을 포장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결국 그것은 이기심 아닐까.

본인이 외롭다면, 타인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주고, 조금 더 깊이 그 사람을 위해준다면 외로움이 조금은 덜 할 것이다. 긍정적인 윈윈의 의존은, 만나는 시간만이라도- 서로의 말을 듣고 따뜻하게 서로가 상대방을 어떻게든 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더 이상 내 주변의 사람들이 외롭지 않고, 마구잡이로 의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건 결국 나를 너무도 외롭게 만든다. 아무도 아무의 시선을 쳐다보지 않고 아무에게나 의존하려는 것은 세상을 외롭게 만든다.

현재 외롭고, 의존적인 사람들

댓글 0 | 조회 5,767 | 2013.06.26
나는 산책을 좋아한다. 보통 잠이 오지 않으면 가까운 바닷가로 나가 혼자 돌아다니다 오곤 한다. 핸드폰은 꺼두고 엠피쓰리만 켜두고 이곳저곳 쏘다닌다. 그런데 그것… 더보기

치과 (Ⅰ)

댓글 0 | 조회 3,679 | 2016.04.29
N과 함께 밥을 먹는데, N이 요즘 따라 자꾸 볼살을 씹는다고 했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는데, 양치를 하러 갔었던 N이 달려와 플래시를 켠 핸드폰을 건냈다. 사… 더보기

담배

댓글 0 | 조회 2,695 | 2014.03.26
담배를 피운지는 조금 되었다. 미성년자를 벗어나기전부터 피웠으니 꽤 오래된 셈이다. 내가 좋아하게 되면 으레 그렇듯, 조금은 극단적으로 파고들었다. 담배가 신제품… 더보기

작업기 (Ⅰ) 작곡의 시작

댓글 0 | 조회 2,621 | 2014.05.13
음악 그 자체를 동경해왔었다. 이런 소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저런 소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냥 소리가 각자 다르다는 것이 신기했다. 책상 구석의 똑같은 … 더보기

작업기 (Ⅱ) 알 수 없는 인생

댓글 0 | 조회 2,595 | 2014.05.27
내가 곡을 쓰는 방식은 사실 굉장히 간단했다. 가사를 주욱 써 놓고, 기타로 코드를 하나씩 잡다가 맘에 드는 코드 진행 방식을 찾는다. 그리고 흥얼흥얼거리며 가사… 더보기

파랑과 검정

댓글 0 | 조회 2,545 | 2016.03.24
인식이 색깔을 바꾼다.아주 어렸을 때, 내게는 스물네가지 색깔을 가지고 있던 크레파스가 있었다. 그 중 몇 개의 색깔을 닳도록 사용하고는 했는데, 그 중 하나가 … 더보기

댓글 0 | 조회 2,452 | 2016.02.25
무뎌진 발 뒤끝의 아릿함. 침대 위에서 내려오던 내 발 뒤꿈치도.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던 옷가지들도. 방 안 가득 베어있던 담배향들도. 익숙한 손가락의 까칠함에 … 더보기

B 에게

댓글 0 | 조회 2,392 | 2015.11.12
안녕하세요. 동갑이지만, 매우 친한 사이이지만, 이번 편지에서는 말을 높이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은 오로지 편지를 쓸 때의 제 문체 성향 탓이니, 우리 사이가 멀어… 더보기

작업기(Ⅵ)- 발매 그리고 사기

댓글 0 | 조회 2,353 | 2015.05.27
초심을 찾기까지 아무런 곡을 작업할 수 없었음은 물론이었다. 12월, 1월, 2월이 지나갔다. 긴 크리스마스 휴가와 왕가누이 여행, 부모님의 방문 등 그 사이에 … 더보기

화이

댓글 0 | 조회 2,324 | 2014.02.25
영화 <화이>. 다섯 명의 아빠 중 한 명인 석태가 아들 화이에게 말한다. 괴물이 두렵다면 괴물이 되거라. 괴물이라는 생명체에 대한 믿음은 순수성의 증… 더보기

江(Ⅸ)

댓글 0 | 조회 2,238 | 2015.08.13
물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잠이 든 다음 날 아침. 쓰레기통이 된 두 개의 배럴. 배럴 사이로 흐르는 습기와 강의 물냄새. 아침 산바람에 뒤척거리는 노란 텐트. … 더보기

욕망

댓글 0 | 조회 2,232 | 2015.12.10
사실 욕망이란 잃었을 때, 비로서 서서히 그 욕망의 실체를 드러낸다. 거기까지 썼을 때, 카페 안으로 한 남자가 들어왔다. 깊게 눌러쓴 검은 캡 모자, 닳아빠진 … 더보기

식물과 생각

댓글 0 | 조회 2,221 | 2016.01.28
8월부터, 웰링턴을 떠나 여기에 온 후 많은 식물을 재배하고 있다. 고추, 애호박, 피망, 해바라기, 토마토, 가지.. 주로 먹을 것들인데, 이는 돈을 조금이라도… 더보기

거미집(Ⅰ)

댓글 0 | 조회 2,209 | 2015.12.22
약 혹은 총기류를 쓰지 않는,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자살의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목을 매는 자살인 교사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투신의 방법. 노인… 더보기

자녀들의 나이 값을 쳐주는 부모

댓글 0 | 조회 2,207 | 2015.01.14
너무 되바라진 아이들을 보면 사실 인상이 써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국인 특히 한국부모이기 때문인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른들이 있는 곳에서나 공공장소에… 더보기

리더의 조건

댓글 0 | 조회 2,197 | 2015.11.26
초등학교 4학년 때, 나는 드디어 꿈에 그리던 반장이 되었다. 그 때는 반장이 굉장히 멋있어 보였다. 학급회의를 주재하고, 선생님이 없을 때 아이들을 조율하고. … 더보기

금연

댓글 0 | 조회 2,188 | 2014.10.15
큰 원이 있는 방 안에서, 남자는 턱을 괸 채 곰곰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고동색 책상을 앞에 둔 채 검은 의자 위에 앉아 멍하니 촛불 너머의 야경을 바라보고 있… 더보기

치과 (Ⅱ)

댓글 0 | 조회 2,178 | 2016.05.11
N의 동동거리던 발이 움직임을 멈춘 것은 의사가 주사바늘을 N의 입 속에서 뺀 이후였다. 기절했나? 나는 고개를 기웃거렸지만, N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각도였… 더보기

어떤증명

댓글 0 | 조회 2,168 | 2012.09.26
어느날 바닷가 주변을 친구와 걷고 있을 때, 지붕이 없는 스포츠카 한 대가 지나갔다. 나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바닷가 근처인데, 한국과는 달리 아무 것도 없었다… 더보기

자존감 (A면-타인과의 비교 그리고 화)

댓글 0 | 조회 2,160 | 2015.09.24
화가 난다. 그것을 틱낫한은 이렇게 표현했다. 온 몸 가득 독이 퍼진 것이라고. 독이 퍼진 것을 알아달라는 표현이니까, 상대방은 화난 사람에게 연민을 가져야 한다… 더보기

댓글 0 | 조회 2,139 | 2015.10.15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었다. 어처구니없다, 라는 말을 써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처구니 없다, 라는 것은 감정의 한 종류니까요. 제가 지금 감정이라는 것을 가질… 더보기

작업기 (Ⅲ) 요괴의 기다림

댓글 0 | 조회 2,120 | 2014.06.25
원래는 화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가만히 무엇인가 보는 것을 좋아했었습니다. 구름을 입에 문 새들이 태양 근처로 날개를 퍼덕이는 모습, 나뭇잎을 습관적… 더보기

댓글 0 | 조회 2,099 | 2014.04.23
또 비가 온다. 일주일 넘게 햇빛을 보지 못하고 살고 있다. 비가 오면 떠오르는 시간 몇 가지가 있다. 아주 어렸던 16살에, 나는 독특한 패션으로 거리를 쏘다녔… 더보기

안경

댓글 0 | 조회 2,075 | 2016.02.11
오빠가 사라졌다.안경이 너무 오래도록 보이지 않아 이상한 느낌에 오빠의 방에 가보았다. 퀴퀴한 냄새와 함께 냄새에 비해 꽤 정갈한, 빛이 들지 않는 방이 눈에 들… 더보기

도박

댓글 0 | 조회 2,056 | 2014.08.27
예전에 한국에 있을 때, “바다이야기”라는 곳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물고기처럼 지느러미를 파닥파닥거리며 버튼을 누르고 있었고, 초점을 잃은 눈동자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