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 - 우리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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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동물들 - 우리의 친구

0 개 1,233 한얼
동물 애호 사상이 강한 서양권 국가에 살고 있는 만큼, 거리를 걷다 보면 동물을 데리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자주 띈다. 주로 개나 고양이들이다. 크고 작고, 털이 많고 털이 없고(!)를 떠나 그들, 또는 그들을 데리고 있는 주인들에겐 하나 같은 공통점이 있다. 만족스러워 보인다는 것. 서로와 서로의 곁에서 그들은 더없이 편안해 보인다.

지금의 나는 가정 환경의 이유상 동물을 키울 수 없지만, 품고 있는 소박한 꿈 중 하나다. 개와 고양이를 하나씩 키우는 것. 개는 커다랗고 털이 북슬북슬한 용맹한 녀석, 고양이는 크기에 상관 없이 장모종으로. 아마도 셰퍼드, 시베리안 허스키, 사모예드나 노르위지언 포레스트, 또는 버맨이 좋겠지.

새삼, 털 알레르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땐 개를 키웠었다. 차례차례, 한 마리씩, 몇 년에 걸쳐서. 아빠 쪽 가족들이 개를 좋아했기 때문이리라. 그때 우리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고 할아버지는 개를 - 그 중에서도 한국 토종개 - 선호하셨으므로. 어디서 얻어 왔는지 모를 잡종 백구에서부터 순종 삽사리까지, 다양한 개를 키워 보았다.

특히 기억에 남는 개는 삽사리다. 암컷이었고, 다 컸어도 초등학생이었던 내 팔에 쏙 안길 정도의 크기였다. 내가 붙여준 이름은 뽀삐였는데, 동명의 티슈 상표를 보고 지은 이름이었다. 가족에겐 붙임성이 좋았지만 낯선 이에겐 이를 드러내는 낯가림 심한 녀석이었다. 유난히 나를 잘 따랐고, 아직 어려서 내 말의 팔 할은 일일이 해석해 주어야 했던 동생과 더불어 여동생이 하나 더 생긴 느낌에 특히 더 잘해주었던 것 같다. 새까맣고 복슬복슬하고, 까만 눈이 별 같은 여동생.

녀석이 유독 기억에 남은 이유는 아마도 이 에피소드 때문일 것이다. 뽀삐가 성인, 아니 성견이 되었을 때 우리 가족은 심사숙고 끝에 녀석을 시골의 외갓집에 맡기기로 했다. 우리 집 마당은 좁을뿐더러, 매여 지내는 것보다 시골의 산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여생을 보내는 편이 뽀삐에게도 더 나을 것이라 판단한 탓이었다.

승용차에 싣고 한 시간을 달려 시골에 무사히 도착한 것까진 좋았지만, 문이 열리자마자 뽀삐는 쏜살같이 튀어나가더니, 순식간에 골목을 빠져나가 저 멀리 사라져 버렸다. 도망친 것이다. 당연히, 우리는 낙담했다.

뽀삐를 보지도, 찾지도 못한 지 일주일 후, 우리는 다시 외갓집으로 놀러 갔다. 밤 늦게 과자를 사고 돌아오던 길에, 나는 허공에 둥둥 떠있는 샛노란 불빛 한 쌍을 보았다. 뽀삐였다! 쓰레기통을 뒤지며 살아남았는지, 고작 일주일 만에 바짝 말라 지독한 냄새를 풍겼지만 내가 이름을 부르자 날 알아보고는 너무나 반갑게 꼬리를 치며 달려온.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다.

이렇게, 만났던 사람보다도 내게 강한 인상을 남긴 동물들이 더 많다는 데에서 약간은 아이러니함을 느낀다. 나는 여태껏 사귀었던 사람들은 거의 기억하지 못해도 나를 거쳐간 동물들은 모두 기억한다. 안뜰 마당에서 키웠던 강아지들. 골목길의 지저분한 도둑 고양이들. 다른 사람들이 키우던 애완 동물들. 탁견(托犬)을 와 한 달간 같이 생활했던 달마시안 한 마리. 크기와 종류에 상관없이, 하나같이 따뜻하고 둥그런 눈망울을 가지고 있던 생물들. 고귀하고, 이 인간의 세계에서 무력하기 짝이 없던 영혼을 가지고.

정작 나는 아빠와는 다르게 개보다는 고양이파지만, 역시 동물은 모두 좋다. 일반적인 개와 고양이 외에도 뱀, 나무늘보, 여우원숭이, 알파카, 전부. 특히 나무늘보는,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되고 싶은 동물이다. 인간이 지배자로 군림하는 이 세상에서 사람으로 태어난다는 건 (당연하겠지만) 지나치게 과대평가 받는 사실이라고 생각하기에.

때론 동물들을 보면서 그들을 아끼고픈 동시에, 우린 아직 배울 점이 많다고 느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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