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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취(Bach)를 아시나요?

정경란 0 1,821 2013.11.26 16:26

▲ 뉴질랜드 해안가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배취의 모습

구글에서 뉴질랜드 배취를 검색하면 초록 언덕과 파란 바다를 다 품은 듯 자리잡은 소규모 별장급들의 건물들이 나온다. 우리로 치면 펜션과 같은 휴양지 숙박시설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그러나 그렇게 예쁘고 아기자기한 상업용 배취는 사실 아주 근래에 세워진 것들이고, 넓고 푸른 초원에 인구가 지금보다 훨씬 덜했을 때, 풍광 좋은 땅 주인이 누구인지도 잘 알 수도 없고, 주인이 있어도 한국의 나이지긋한 농부들처럼 아침 저녁으로 그 땅을 두루 밟으면서 돌아다닌 것도 아닌 때, 사람들이 하나 둘씩 조그만 규모로 그야말로 별장을 짓기 시작했다. 말이 별장이지, 양철지붕에 여기저기서 구해온 목재나 재사용 자재로 얼기설기 얹은 게 대부분이었다. 전기는 발전기를 돌리고, 빗물을 저장했다가 쓰는 건 기본임은 물론이다. 발전기 역시 최근의 일일 것이다. 
 
그러다 땅주인이 바뀌고, 또 그것이 특정 마오리 이위(Iiwi)의 소유이거나 국가소유일 경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여기서 특이한 뉴질랜드식 해결책이 나온다. 남의 땅에 임의로 지었다고 강제로 철거하지는 못했다. 배취 소유자들과 땅 소유자와 오랜 논의를 거쳐, 그 배취를 사용하는 당대 주인이 생애동안에만 사용하고 그 후대에 상속하지는 못하게 한 것이다. 
 
인도계 친구가 있다. 말이 친구지 나이 차이가 무려 스무살이나 차이가 나는 인도계 여성이다. 어머니는 아일랜드계라서 전형적인 인도인의 특징은 많이 희미하다. 20대에 이민을 와서 이제 60대 중반이다. 그 친구가 배취를 가지고 있다. 웰링턴에서 북쪽으로 리무타카 산맥을 넘어 다시 남쪽으로 한 시간정도 달려야 한다. 
 
맨 처음 그 친구의 배취에 놀러갔을 때였다. 다소 초라한 건물이었으나 주변 언덕을 트랙킹하고 화석을 주우러 다니고 해변가를 산책하다보니 자연속에 산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저녁에는 마당 화덕에 불을 피워 소시지를 구워먹고 파도 소리에 와인 한잔을 곁들였다. 아이들은 바닷가를 다니며 물개를 보고 신기해하고, 나뭇가지로 임시 옷걸이를 만들어 젖은 양말을 널어놓는다. 아이들이 자연에 적응하는 데는 단 하루도 미처 걸리지 않는다. 잠자리가 불편하고 파도 소리에 적응하지 못해 밤잠을 설치지만, 아이들은 다음 소풍을 고대한다. 이제 소풍가기 좋은 계절이 왔다. 이 글을 쓰고나면 나 역시 짐을 챙겨 그 친구의 배취로 갈 예정이다. 뉴질랜드 봄의 첫자락을 즐겨야, 한국의 겨울을 견딜 수 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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