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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생화학상 수상자 모리스 윌킨스

정경란 0 4,562 2013.10.09 15:18


모리스 윌킨즈가 누구인가 하실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크릭(Francis Crick: 1916-2004)과 왓슨(James Watson: 1928-) 이라고 말하면 생물시간에 잠시 들었던 기억을 더듬으실 수 있으실 것이다. DNA 나선모형을 최초로 규명한 공로로 196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분자생물학자들이다. 그런데 윌킨스는 왜? DNA나선 모형을 규명한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은 모두 세 사람이었다. 그 유명한 크랙과 왓슨 그리고 모리스 윌킨스. 모리스 윌킨스는 크릭과 왓슨이 DNA 분자구조가 이중 나선일 것이라는 가설을 X선 촬영을 통해 확증시킨 공로로 노벨상 대열에 서게 되었다. 
 
그들이 결정적으로 노벨상을 받게 된 1954년 네이처 수록 논문에 모리스는 공저자로 참여하지는 않았다. 그래서인지 모리스 윌킨스도 노벨상수상자이면서도 자주 잊혀지는 제 3의 인물에 그치고 말았다.  어찌됐든 노벨상 수상자중 하나인 모리스 윌킨스는 키위였다. 그리고 그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바로 퐁가로아라는 곳이다. 
 
그 퐁가로아를 찾았다. 3학기 방학을 맞아 어딜갈까 고심하던 차에 웬만해서는 가보지 않을곳, 그러나 뭔가 의미가 있는 곳을 가보자고 선택한 곳이 바로 퐁가로아였다. 겨울이면 비와 안개, 게다가 돌풍이 잦은 웰링턴을 떠나 리무타카 산맥을 넘어서자마자 초여름 햇살이 우리를 반긴다. 너른 농장이 펼쳐진 와이라라파 지역을 가로지른다. 페터스톤, 그레이타운, 카터튼을 지나 마스터튼 외곽을 돌아 북동부 해안쪽을 향해 달렸다. 늘 그렇듯이, 처음에는 저 푸른 초원에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들과 가축들을 보며 속이 시원해라 하지만 한결같이 이어지는 풍경에 금방 졸음이 쏟아진다. 
 
태평양연안쪽을 향해 달리다보면 이게 도대체 마을인지 아닌지 눈치도 채지 못하고 지나쳐버릴만큼 아주 한적하고 별로 볼 만한게 없는 동네가 퐁가로아다. 마을에 상점이라고는 딱 한곳과 숙박 손님을 받지 않고 식사와 음료만 제공하는 퐁가로아 호텔이 있다. 마침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바깥 세상의 속도와는 상관없이 그곳의 시계는 멈춘 듯 했다. 그 한적한 가게 건너편에 조형물이 있는데 언뜻 보아도 DNA 이중나선모형을 형상화한 조형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동판화에 적힌 헌사를 읽어보니, 모리스 윌킨스는 그 지역의 의사의 아들로 태어났고 여섯살 때 영국으로 이주했다. 사실, 키위라고 부를만한 연관성이 그리 크지는 않다. 스스로도 아마 영국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쨌든 모리스 윌킨스가 프란시스 크랙, 제임스 왓슨과 더불어 노벨상을 탔으니 퐁가로아 주민으로서는 기념물까지 세워가며 그와의 인연을 내세우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현재 그곳에는 그와 그 가족의 흔적을 찾아볼 만한 것은 거의 없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옛날 윌킨스가 자라던 때에도 이곳은 그리 번성한 곳이 아니었음은 하나뿐인 상점에 걸려있는 옛날 그림 한 점이 잘 보여준다. 지리적으로도 다른 지역과 활발하게 교류할 만한 여건이 아니다. 하룻밤 퐁가로아에서 캠핑을 하려던 우리는 취사시설이 없고 화장실 건물만 달랑 있는 캠핑장을 뒤로하고 해안쪽을 향해 달렸다. 태평양을 바라보는 해안 마을 아카티오에서 하룻밤 머물기로 했다. 아카티오까지 이어진 도로는 절반이 자갈길이었다. 내가 언제 이 곳을 또 와볼 것인가, 하는 마음은 자잘길의 불편함을 잊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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