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박종배
정석현
정동희
한일수
정윤성
크리스티나 리
Shean Shim
송영림
김준
엔젤라 김
오클랜드 문학회
박현득
박명윤
김영안
Mina Yang
써니 림
여디디야
강명화
새움터
수선재
휴람
봉원곤
마리리
김임수
이윤수
조성현
박기태
유영준
성태용
김철환
피터 황
Jane Jo
신지수
오즈커리어
Jessica Phuang
김수동
박승욱경관
최성길
동진
이동온
김지향
이현숙
한 얼
빡 늘
CruisePro

재난대비

정경란 0 1,066 2013.08.28 16:18
작년 12월, 웰링턴에서 칼리지를 다니던 조카가 2년여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서울 도심지에서 물 좋은 가평으로 전 가족이 이사를 가게 되어 그 곳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게 되었다. 2년여의 뉴질랜드 생활을 통해 익힌 영어때문에 시골학교에서 영어가 탑이란다. 덕분에 아이의 자신감도 커지고 선생님과 친구들의 기대를 맞추기 위해 공부도 나름 열심이란다. 조카가 떠나고 난 후, 한동안 빈자리가 허전했다. 그래서 쓰던 책상이며 서랍장 그리고 이런 저런 소품들은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사촌언니와 방을 함께 쓰던 막내딸은 밤마다 혼자 자기 무섭다고 불평이더니, 급기야는 한국에서 누구 다른 사람 불러오란다. 
 
그러던 차에, 지인의 전화를 받았다. 대학을 졸업한 딸이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와 뉴질랜드를 염두에 두고 있단다. 내가 뉴질랜드에 살고 있으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유용한 정보나 조언을 구하는 전화였다. 뉴질랜드에 살다보니 아무런 근거없이 호주를 괜히 폄하하는(!) 편견이 생겨서였는지 아님, 호주 대도시로 어학공부하러 갔다가 한국사람만 잔뜩 보고 왔다는 어느 누군가의 수기를 읽어서 였는지, ‘호주는 비추입니다.’라고 했다. 그렇게 말하고 보니, 결론은 뉴질랜드로 와야한다는 조언이 되어버렸다. 거기서 멈췄으면 상관없는데, 아시안들이 많은 오클랜드보다는 웰링턴이 더 나을 것이다, 라고 한 걸음 더 나갔다. 
 
이런 저런 전화가 오고갔고, 웰링턴으로 오면 우리 집에서 당분간, 혹은 비자 기간 내내 머무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조카가 쓰던 침대가 있고, 룸메이트를 간절히 원하는 막내딸의 간청이 큰 변수로 작용했던 것이다. 지인의 딸은 한국에서 아동복지학을 전공했고 자신의 미래 경력을 위해 나름 탐색기를 갖고 있는 터였다. 실제 ‘언니’가 오고 나서 큰 덕을 보는 건 필자다. 삐지기 잘하는 막내 꼬마를 살살 잘 달래주기도 하고, 밤마다 서로 책을 읽어주는 건 물론, 꼬마가 ‘언니’의 영어발음을 교정시켜주기도 한다. 그래서 이제는 막내 딸이 ‘언니’를 부를땐, ‘우리 언니~’라고 부른다. 
 
그러던 차에 걱정이 하나 생겼다. 지진때문이다. 크라이스트쳐치의 악몽을 다들 기억하실터. 어학원 빌딩이 무너지고 한국인 쌍둥이 오누이가 다른 희생자들과 더불어 참사를 겪었다. 게다가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웰링턴에서는 강도높은 지진을 경험하고 있다. 남섬의 새든(Saddon)에서 멀지 않은 곳이 진앙지여서 진도 4.0만 넘어도 웰링턴에서 충분히 그 진동을 느낄수가 있다. 
 
‘언니’가 다니는 영어학교 건물이 4층 이상이다. 언제부터인가 필자는 시내에 가도 4~5층 이상 건물에 들어갈 때는 괜히 불안하다. 좌우 살피고, 볼일이 있어도 얼른 끝내고 나오는 편이다. 물론 비상구나 튼튼해 보이는 기둥을 눈여겨 보는 것도 중요하다. 얼마 전 진도 6.5를 겪었을 때, 그게 한국 메인포털에 한줄 뉴스로 났는지 어쨌는지, 지인이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불안하다고. 또 그런 일이 있으면 그냥 한국으로 돌아오라고... 왜 아니겠는가. 원래 밖에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 더 불안한 법이니까. 그래서 그때 이후로 나는 ‘언니’에게 지진을 느낄 때는 무조건 어디에 있든 책상 밑이나 바닥에 엎드릴 것, 잠잠해지면 건물 밖으로 나올 것을 당부했다. 
 
6.5이후 6.6 지진이 왔을 때였다. 당시 필자는 외부에 있었는데 뭔가 건물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니 이후 땅바닥이 젤리처럼 출렁거리는 게 느껴졌다. 웬만한 흔들림에도 그다지 놀라지 않던 필자에게도 ‘젤리’처럼 출렁이던 땅바닥에 서 있던 경험은 충격적이었다. 그 이후로 우리는 만약 더 큰 지진이 왔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게 되었다. 일시적으로 단수되었을 경우, 물은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 전기가 끊어질 경우 취사와 난방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름 현실적이고도 중요한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점검한다. 재난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대비는 누구라도 할 수 있다. 라면을 쟁여놓는다고 대비가 다 끝난 것은 아닐 것이다. 더 이상 큰 지진이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고, 아주 큰 게 올 수도 있다.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심리적으로 대비하고 그 스트레스와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울 일이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플러스 광고

Eftpos 나라
eftpos.cash register,cctv,scale,alarm,pos system. T. 0800 880 400
동의한의원
환자를 최선을 다해 치료하는 한의원 ,믿음과 신뢰가 있는 한의원 T. 094197582

일본해냐 동해냐

댓글 0 | 조회 1,443 | 2014.02.12
최근 버지니아주 의회에서 주내 공립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에 일본해와 동해를 병기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발의했고, 이제 주지사의 서명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한국계 의원의 발의로… 더보기

지진피해 현장을 찾아서

댓글 0 | 조회 1,384 | 2014.01.30
2014년 1월 20일 월요일 4시 50분경, 긴 지진을 경험했다. 날카롭지도, 짧은 순간 강력하지도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꽤 오랫동안 흔들림이 있었다. 이후 도미니언 포스트에는 지… 더보기

중국여행소감-광저우

댓글 0 | 조회 1,747 | 2014.01.14
중국 서쪽 사천성에서 동쪽으로 충칭, 항저우, 상하이를 아우르는 학술 답사를 다녀온 게 15년 전이었다. 대학원 박사과정 학생들로 구성된 학술답사팀은 2주 일정으로 중국이나, 일본… 더보기

차 혹은 커피 한잔? Tea에 관한 짧은 역사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32 | 2013.12.24
커피나 차 한잔 하실래요? Would you like to have a cup of coffee or tea? 너무 길다. a cup of coffee? 이것도 길어서 coppa?… 더보기

뉴질랜드스러운 야외용 취사도구들

댓글 0 | 조회 2,942 | 2013.12.10
앞서 배취에 대해서 말했듯이 자연속에서 살자면 전기의존도도 줄이고, 빗물을 모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럼, 아침으로 토스트를 즐기는 키위들이 사용하는 토스터는 어떨까? 풍광 … 더보기

배취(Bach)를 아시나요?

댓글 0 | 조회 1,727 | 2013.11.26
▲ 뉴질랜드 해안가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배취의 모습 구글에서 뉴질랜드 배취를 검색하면 초록 언덕과 파란 바다를 다 품은 듯 자리잡은 소규모 별장급들의 건물들이 나온다. 우리로… 더보기

웰링턴은 공사중

댓글 0 | 조회 928 | 2013.11.12
▲ Te Papa Musium, Wellington, google image 새든지진이 있기 훨씬 전부터 웰링턴은 (오클랜드를 포함 대도시에서도) 지진 취약건물에 대한 조사와 조치… 더보기

살인적인 서비스 물가

댓글 0 | 조회 1,672 | 2013.10.22
그런 소리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실제 겪어보니 ‘악’ 소리가 나올 지경이다. 지하실에 전구 두개 더 달기 위해 전기기사를 불렀다가 250불이나 주었던… 더보기

노벨생화학상 수상자 모리스 윌킨스

댓글 0 | 조회 4,434 | 2013.10.09
모리스 윌킨즈가 누구인가 하실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크릭(Francis Crick: 1916-2004)과 왓슨(James Watson: 1928-) 이라고 말하면 생물시간에… 더보기

최초의 마오리 지질학자, 마틴 테 풍아(Ⅱ)

댓글 0 | 조회 1,282 | 2013.09.25
마틴 테 풍아에 대한 제 2편이라기 보다는 그의 아들과 아내 그리고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2편을 이룬다. 올해 3월 가을(아직도 계절을 거꾸로 돌리는 것이 익숙치 않다), 막내 딸… 더보기

최초의 마오리 지질학자, 마틴 테 풍아(Ⅰ)

댓글 0 | 조회 1,432 | 2013.09.11
웰링턴에서 차로 20분 정도 북쪽으로 가면 헛 밸리(Hutt Valley)가 나온다. 한때는 원시림이었다던 그곳에는 로어 헛(Lower Hutt)이라는 도시가 들어서 있다. 헛 리… 더보기

현재 재난대비

댓글 0 | 조회 1,067 | 2013.08.28
작년 12월, 웰링턴에서 칼리지를 다니던 조카가 2년여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서울 도심지에서 물 좋은 가평으로 전 가족이 이사를 가게 되어 그 곳에 있는 고등학교… 더보기

추억의 영화관

댓글 0 | 조회 2,439 | 2013.08.13
뉴질랜드만큼 노인들이 극장을 찾는 일이 자연스러운 곳도 없는 듯하다. 게다가 그 극장이라는 곳들이 리딩 시네마처럼 최신식의 설비를 갖춘 곳을 제외하면, 처음 건축될 당시에 유행했던… 더보기

시드니 소감

댓글 0 | 조회 1,952 | 2013.07.24
가족 상봉을 위해 애 셋을 데리고 시드니에 왔다. 여행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호주에 이민 온 친구 집을 늘 내 집(!)처럼 이용한다. 친구 부부는 4년 전, 그러니까 호주가 이민 … 더보기

남섬에서 찾은 역사적 지진의 흔적들

댓글 0 | 조회 1,174 | 2013.07.10
▲ 1921년 머치슨 지진 ‘전력대란’ 편으로 잠시 중단되었던 남섬 기행을 계속해보자. 뉴질랜드는 지진이 잦은 나라다. 대충 알고 왔다가 1년에 10,000번… 더보기

전력대란

댓글 0 | 조회 1,160 | 2013.06.26
폭풍과 전력대란 얘기를 해야겠다. 간혹 오클랜드 일부 지역 혹은 남섬의 넬슨 지역이 폭우와 강한 돌풍으로 인해 전력 공급이 끊겼다는 소식을 저 먼동네 얘기로만 들었다. 며칠전부터 … 더보기

프란츠 조셉 빙하와 헬리콥터투어

댓글 0 | 조회 3,728 | 2013.06.12
<빙하입구에 선 큰 애> 남섬 여행의 백미중의 하나가 죠셉 글레이셔가 아닐까 싶다. 사실, 빙하를 직접 가까이 가서 보기 전에는, 그러니까 사진으로 처음 대했을 때는, … 더보기

헤브락(Havelock)과 물리학자 러더포드

댓글 0 | 조회 1,456 | 2013.05.29
북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남섬을 여행하기 위해선 국내선 비행기 혹은 페리를 이용하는 방법 두 가지가 있다. (요트나 보트를 가지고 있다면 항해하는 방법도 있다.) 국내선이라고 해… 더보기

앤작데이(ANZAC DAY) 유감

댓글 0 | 조회 1,499 | 2013.05.15
<뉴질랜드 병사 6.25 참전비, 가평> 얼마전 일간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이곳 키위들은 와이탕이데이(Waitangi Day)보다 앤작데이(ANZAC DAY,… 더보기

페더스톤과 일본군 포로 수용소 (Ⅱ)

댓글 0 | 조회 1,305 | 2013.04.24
▶ 좌측으로부터 진혼석, 벗꽃동산, 녹나무(camphor tree), 당시 사망한 뉴질랜드병사의 묘지석 지난회에 페더스톤의 일본군 포로수용소에 얽힌 비극적 이야기를 소개해드렸다. … 더보기

페더스톤과 일본군 포로 수용소 (Ⅰ)

댓글 0 | 조회 1,424 | 2013.04.09
<출처: Masterton District Library and Wairarapa Archive, Te Ara Encyclopedia of New Zealand> 오~래… 더보기

한국의 카메라 박물관과 알렉산더 맥카이

댓글 0 | 조회 1,458 | 2013.03.27
▶ 알렉산더 맥카이 (Alexander McKay: 1841-1910) 한국 과천에 가면 (4호선 어린이대공원역 4번 출구 바로 앞 건물) 사진작가이자 수십년간 카메라를 수집해온 … 더보기

외규장각 도서와 박병선 박사-제 2편

댓글 0 | 조회 1,457 | 2013.03.13
지난 번에 소개한 ‘직지’와 박병선 박사의 이야기를 이어 소개하고자 한다. 앞서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을 당시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 더보기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과 박병선 박사-제 1편

댓글 0 | 조회 1,376 | 2013.02.27
1990년대 초반으로 기억한다. 영어 공부를 위해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주한미군방송인 AFKN을 시청하던 중이었다. 프로그램 이름은 ‘Jeopardy’… 더보기

세계 유일 폰 박물관과 석주명

댓글 0 | 조회 1,407 | 2013.01.31
한국을 여행 중이다. 이번 여행의 주제는 박물관기행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전국의 박물관을 훑고 있다. 제주도에 박물관이 무려 100여개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인구 대비 거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