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카메라 박물관과 알렉산더 맥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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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한국의 카메라 박물관과 알렉산더 맥카이

0 개 2,324 정경란
▶ 알렉산더 맥카이 (Alexander McKay: 1841-1910)

한국 과천에 가면 (4호선 어린이대공원역 4번 출구 바로 앞 건물) 사진작가이자 수십년간 카메라를 수집해온 김종세님이 운영하는 한국카메라박물관이 있다. 사진작가로서 여러 종류의 렌즈를 구하는 일부터 시작해 카메라 몸체까지 수집하는 으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번 카메라 박물관 방문 역시 2012년 겨울을 내 맘대로 정한 ‘박물관순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2012년 한국의 겨울은 무척이나 추웠다. 우울한 웰링턴의 겨울을 겪으면서 아, 눈이 보고 싶다, 싶었던 마음은 영하 16도의 강추위를 만나자 도대체 이런 추위를 예전에 겪어보기는 했는지 싶을 정도로 아무리 껴입어도 춥기는 매 한가지였다. 길가 한쪽에 치워진 눈이 퍼석한 얼음덩어리로 변해가던 날, 과천 카메라 박물관을 찾았다.

박물관을 들어서자마자 앞쪽에 커다란 상자 같은 게 놓여있다. 아주 오래된 인물 사진전용 카메라라는 사실은 나중에서야 김종세 관장님의 설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에서 구해 온 것이란다. 뉴질랜드라. 뉴질랜드는 영국이나 미국 혹은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오래된 카메라를 다소 저렴한 (그래도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액수) 가격에 구할 수가 있어서 옥션에 물건이 나오면 직접 발품을 팔아서 남섬과 북섬 여러 곳을 다녔노라고 했다. 한번은 뉴질랜드 어느 박물관을 물어 물어 찾아갔는데, 왜 예약하고 오지 않았느냐고 면박을 받았단다. 아직도 예약문화가 서툰 필자 역시 이 부분에서는 완전 공감^^

카메라의 역사에서 원거리 피사체를 당겨서 찍는 망원렌즈 카메라를 뉴질랜드인이 최초로 발명했다는 사실을 아는가. 발명가는 알렉산더 맥카이였다. 맥카이는 뉴질랜드 지질연구소의 보조 지질학자로서 직업상 누구보다 필름 카메라를 자주 사용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뉴질랜드 전국을 발품을 팔아가며 지형을 확인하고 또 지진이 잦은 이유로 지진 후 지형의 before-after 및 실제 단층을 확인하는 작업등을 오래도록 해왔다. 그가 쓴 논문을 정리하면 대충 이렇다. 먼 거리풍경을 찍을 일이 잦았던 맥카이는 당시 카메라 렌즈의 특성상 해상도가 낮게 나오는 결과물에 낙담하여 도수는 높되 초점 거리는 짧은 망원렌즈를 궁리하게 된다. 그리고 손수 위스키 병 바닥의 볼록한 부분을 이용해서 최초의 망원렌즈를 만들어낸다.

그가 세계 최초로 (뉴질랜드 연구자들이 강조하는 부분) 망원렌즈를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뉴질랜드의 지질학 연구사상 또한 세계 최초로 지층이 수평으로 어긋난 단층 (Hope Fault)을 규명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그가 새롭게 규명하고 발견한 단층들은 현재 뉴질랜드 지질학 연구에서 거의 교과서처럼 다루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 한국카메라박물관의 김종세 님에게 전한 이야기는 뉴질랜드인이 세계 최초로 망원렌즈를 만들어 사진을 찍었다는 내용뿐이었고 이후 자세한 자료는 필자가 따로 얻은 것들을 정리한 것이다. 한 개인이 30여 년 동안 모은 카메라는 3층 건물의 두개 층을 가득 채울 정도로 가득했고 척 보기에도 영국의 크리스티 경매에나 나올 법한 카메라들도 여러 개 보였다. 한 개인의 집념과 노력이 빚은 결실이었다.

그러나, 개인이 자신이 소장한 물건을 전시하고 일반인에게 소개하기 위해 박물관을 운영한다면 돈을 쏟아 부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나마 청소년을 대상으로 카메라 만들기, 직접 사진 뽑아보기 등의 체험학습까지 운영하고 있지만 그로서는 운영비는커녕 한겨울 난방비와 전기료도 감당이 되지 않을 뿐더러, 지자체는 단 한 푼도 지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과천에 부지를 사고 건물을 새로 올린 후 30여년간 모은 카메라와 렌즈 등을 10년 동안 전시하고 공개하면서 들어간 돈은(전기세, 난방비 및 운영비) 10억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필자는 요즘 개개인의 헌신, 집념, 노력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낸 결과물 내지 현상(다른 이에게 영향을 주는 것도 포함)에 크게 관심이 간다. 그리고 그런 개개인을 찾아가고, 묻고 또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배운 것들을 세상에 어떤 형태로든 내놓고 싶기도 하나 아직은 의욕만 앞선다.

사실, 뉴질랜드는 얼마나 한가롭고 여유로운가. 자칫 단조롭고 지루할 수도 있는 환경이지만 아이들에겐 천국이니까, 그 한 가지 이유만으로 이민자로서 이 사회에 적응하는데 성의를 다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꾸만 역설적이게도 온갖 변화와 부침을 겪은 한국사회에서, 혹은 지구상 다른 곳에서 나름의 노력과 헌신을 통해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을 찾게 된다. 앞으로 다가올 눅눅한 겨울, 계절적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알렉산더 맥카이와 그가 만든 망원 렌즈 그림>, 출처는 아래 Rodney Grapes
<참고자료>

▶ Alexander McKay,“On some means for increasing the sacel of photographic lenses and the use of telescopic powers in connection with an ordinary camera”, Transactions and Proceedings of the New Zealand Institute 1890, Vol. 23, issued in 1891.

▶ Rodney Grapes,“Alexander McKay and the Awatere Fault, New Zealand: ground rupturing and large-scale horizontal displacement”, New Zealand Journal of Geology & Geophysics, 2009, Vol. 52:349-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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