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 폰 박물관과 석주명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세계 유일 폰 박물관과 석주명

0 개 2,290 정경란
한국을 여행 중이다. 이번 여행의 주제는 박물관기행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전국의 박물관을 훑고 있다. 제주도에 박물관이 무려 100여개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인구 대비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물론 육지에서 수학여행을 온 내국인 학생들, 중국인, 일본인 관광객들을 겨냥한 관광상품으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국공립이 아닌 개인이 자비를 들여 평생 모은 수집품을 전시, 일반에게 소개할 목적으로 설립한 사립 박물관의 숫자가 적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반드시 그렇지 만도 않은 것 같다. 박물관적 지식에 목마른 탓인가. 방학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을 찾는 엄마들을 보노라면 이 풍경 역시 지극히 한국적이라는 사실에 새삼 놀란다. 나 역시 방학이나 휴일이면 이촌에 새로 지은 국립중앙박물관을 가고, 가고, 또 갔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지겹다거나 지루하다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올해 다시 찾은 용산국립박물관은 그 위용이 남다르게 느껴졌고 새삼,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나라별 박물관의 숫자를 보면, 한국이 1,000 (영국과 같다), 일본이 3,000, 미국이 한국의 10배에 해당하는 만 개 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에 세계 유일의 박물관도 적지 않다. 그 중에 인상 깊었던 것은 여주의 폰 박물관과 과천의 카메라 박물관이었다. 사실 여주에 있는 폰 박물관은 그 박물관 소장품에 특별한 관심이 있어서 방문한 것은 아니었다. 그 박물관을 세우고 운영하는 사람이 다름 아닌 전직 언론인으로, 나비 박사 석주명의 자료를 수십년간 모으고 연구해 <석주명 평전>을 출판한 이병철님이었기 때문이다. 그 책의 번역 가능성을 타진하고 그간 기울인 노고에 조그마한 찬사를 드리기 위해서였다.

우선 폰 박물관을 살펴보면,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 잡은 박물관은 사계절 속에서 얼마나 아름다울지 상상이 되고도 남았다. 사륜구동 자동차만 믿고 나선 길이었으나 이병철님이 들고 내려오신 연탄재와 체인에도 불구하고 끝내 박물관 마당에는 오르지 못했다. 결국 차를 내버려두고 올라갔다. 이병철님이 박물관 소장품들을 일일이 다 소개해주시는데, 석주명을 세상에 다시 되살리는데 들인 열정만큼이나, ‘산업시대의 고고학’이라고 스스로 명명하신 전화기 수집에 들인 열정, 시간, 금전적 노력은 그냥 감탄만 하고 말 것이 아니었다. 이병철님이 전화기를 수집하게 된 계기는 아주 단순했다. 오래전 맨 처음 사서 쓰게 된 핸드폰을 집안 어딘가에 두었는데, 그게 이사를 다니는 와중에 그만 잃어버렸다고 한다. 다시 구할 길이 없음을 알고는 이게 바로 우리 ‘산업시대의 고고학’이 아니겠는가, 싶어서 그 길로 가족들의 동의를 얻어서 수집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입장료만으로는 수익은 커녕 운영비도 되지 않는데다, 지자체의 도움은 커녕 냉담함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 했다. 이렇게 개개인들이 노력과 열정으로 일군 ‘문화적 사업’을 지방자치단체가 조금만 더 관심 갖고 지원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전시성 사업, 그래서 일회성으로 그치고 마는 운명을 맞는 사업에 그동안 얼마나 많은 돈을 낭비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럼, 이병철님과 석주명의 인연을 보자. <석주명 평전>의 저자 서문에도 나와 있듯이, 이병철님은 학창시절 ‘한국의 자생적 학문’을 역설하면서 한반도 곳곳을 누비며 나비의 서식분포를 밝힌 인물로 석주명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라는 식의 짧은 이야기를 선생님으로부터 듣고는 그에 대한 관심을 마음 한 켠에 간직하게 된다. 그러던 중, 일간지 기자로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석주명에 관한 자료들을 본격적으로 모으고, 가족들과 지인들을 인터뷰하며 그의 천재적이면서도 열정적인 짧은 생애에 감염되듯 홀려, 결국 그에 관한 평전까지 저술하게 된다. 그 후 평전은 여러 차례의 추가적인 개정을 통해 더 세밀하고 전문적인 모습을 갖추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이병철님의 노력으로 말미암아 한국 대학의 생물학 교수조차 이전에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 석주명은 역사 속에서 부활하게 되고 어느 해에는 문광부 지정 ‘올해의 인물’로도 지정되어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줄 만한 자랑스런 인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나비박사로 불리는 석주명의 업적과 한반도 서식 나비 분포에 관한 전문적인 학술서적 이야기, 한때 근무했던 제주도에서는 제주도 방언을 연구해 제주도 방언에 관한 전집을 저술했던 이야기 등은 독자 여러분이 <석주명 평전>을 굳이 찾아 읽고 생생하게 느껴야 할 부분일 것이다. 한가지, 초등학생과 청소년을 위해서 다소 간략하게 나온 평전들이 많이 출간되었으나 그 대부분은 (아니,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병철님이 쓴 <석주명 평전>의 내용을 훔친 것이라고 보아도 좋다. 무단으로.


▲ 최근에 새로 옷을 입은 이병철저, <석주명 평전>이다.

한국의 과학자들에 관한 평전이 드물고, 또 평전이야말로 전문적인 글쓰기의 최고봉이라는 점에서 이런 책은 마구 마구 사서 열심히 읽어야 한다고 본다. 그 분의 노고에 대해서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다음 회에는 카메라 박물관과 뉴질랜드인으로서 세계 최초로 파노라마 카메라 렌즈를 발명한 알렉산더 맥카이에 대해서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일본해냐 동해냐

댓글 0 | 조회 2,465 | 2014.02.12
최근 버지니아주 의회에서 주내 공립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에 일본해와 동해를 병기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발의했고, 이제 주지사의 서명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한… 더보기

지진피해 현장을 찾아서

댓글 0 | 조회 2,549 | 2014.01.30
2014년 1월 20일 월요일 4시 50분경, 긴 지진을 경험했다. 날카롭지도, 짧은 순간 강력하지도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꽤 오랫동안 흔들림이 있었다. 이후 도미… 더보기

중국여행소감-광저우

댓글 0 | 조회 2,571 | 2014.01.14
중국 서쪽 사천성에서 동쪽으로 충칭, 항저우, 상하이를 아우르는 학술 답사를 다녀온 게 15년 전이었다. 대학원 박사과정 학생들로 구성된 학술답사팀은 2주 일정으… 더보기

차 혹은 커피 한잔? Tea에 관한 짧은 역사 이야기

댓글 0 | 조회 3,151 | 2013.12.24
커피나 차 한잔 하실래요? Would you like to have a cup of coffee or tea? 너무 길다. a cup of coffee? 이것도 … 더보기

뉴질랜드스러운 야외용 취사도구들

댓글 0 | 조회 4,041 | 2013.12.10
앞서 배취에 대해서 말했듯이 자연속에서 살자면 전기의존도도 줄이고, 빗물을 모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럼, 아침으로 토스트를 즐기는 키위들이 사용하는 토스터… 더보기

배취(Bach)를 아시나요?

댓글 0 | 조회 2,693 | 2013.11.26
▲ 뉴질랜드 해안가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배취의 모습 구글에서 뉴질랜드 배취를 검색하면 초록 언덕과 파란 바다를 다 품은 듯 자리잡은 소규모 별장급들의 건물들… 더보기

웰링턴은 공사중

댓글 0 | 조회 1,883 | 2013.11.12
▲ Te Papa Musium, Wellington, google image 새든지진이 있기 훨씬 전부터 웰링턴은 (오클랜드를 포함 대도시에서도) 지진 취약건물에… 더보기

살인적인 서비스 물가

댓글 0 | 조회 2,575 | 2013.10.22
그런 소리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실제 겪어보니 ‘악’ 소리가 나올 지경이다. 지하실에 전구 두개 더 달기 위해 전기기사를 불렀다가 … 더보기

노벨생화학상 수상자 모리스 윌킨스

댓글 0 | 조회 6,735 | 2013.10.09
모리스 윌킨즈가 누구인가 하실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크릭(Francis Crick: 1916-2004)과 왓슨(James Watson: 1928-) 이라고… 더보기

최초의 마오리 지질학자, 마틴 테 풍아(Ⅱ)

댓글 0 | 조회 2,324 | 2013.09.25
마틴 테 풍아에 대한 제 2편이라기 보다는 그의 아들과 아내 그리고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2편을 이룬다. 올해 3월 가을(아직도 계절을 거꾸로 돌리는 것이 익숙치… 더보기

최초의 마오리 지질학자, 마틴 테 풍아(Ⅰ)

댓글 0 | 조회 2,405 | 2013.09.11
웰링턴에서 차로 20분 정도 북쪽으로 가면 헛 밸리(Hutt Valley)가 나온다. 한때는 원시림이었다던 그곳에는 로어 헛(Lower Hutt)이라는 도시가 들… 더보기

재난대비

댓글 0 | 조회 2,004 | 2013.08.28
작년 12월, 웰링턴에서 칼리지를 다니던 조카가 2년여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서울 도심지에서 물 좋은 가평으로 전 가족이 이사를 가게 되어 그 … 더보기

추억의 영화관

댓글 0 | 조회 3,397 | 2013.08.13
뉴질랜드만큼 노인들이 극장을 찾는 일이 자연스러운 곳도 없는 듯하다. 게다가 그 극장이라는 곳들이 리딩 시네마처럼 최신식의 설비를 갖춘 곳을 제외하면, 처음 건축… 더보기

시드니 소감

댓글 0 | 조회 2,994 | 2013.07.24
가족 상봉을 위해 애 셋을 데리고 시드니에 왔다. 여행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호주에 이민 온 친구 집을 늘 내 집(!)처럼 이용한다. 친구 부부는 4년 전, 그러… 더보기

남섬에서 찾은 역사적 지진의 흔적들

댓글 0 | 조회 2,064 | 2013.07.10
▲ 1921년 머치슨 지진 ‘전력대란’ 편으로 잠시 중단되었던 남섬 기행을 계속해보자. 뉴질랜드는 지진이 잦은 나라다. 대충 알고 왔다가 1… 더보기

전력대란

댓글 0 | 조회 1,949 | 2013.06.26
폭풍과 전력대란 얘기를 해야겠다. 간혹 오클랜드 일부 지역 혹은 남섬의 넬슨 지역이 폭우와 강한 돌풍으로 인해 전력 공급이 끊겼다는 소식을 저 먼동네 얘기로만 들… 더보기

프란츠 조셉 빙하와 헬리콥터투어

댓글 0 | 조회 5,070 | 2013.06.12
<빙하입구에 선 큰 애> 남섬 여행의 백미중의 하나가 죠셉 글레이셔가 아닐까 싶다. 사실, 빙하를 직접 가까이 가서 보기 전에는, 그러니까 사진으로 처… 더보기

헤브락(Havelock)과 물리학자 러더포드

댓글 0 | 조회 2,276 | 2013.05.29
북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남섬을 여행하기 위해선 국내선 비행기 혹은 페리를 이용하는 방법 두 가지가 있다. (요트나 보트를 가지고 있다면 항해하는 방법도 있다.… 더보기

앤작데이(ANZAC DAY) 유감

댓글 0 | 조회 2,476 | 2013.05.15
<뉴질랜드 병사 6.25 참전비, 가평> 얼마전 일간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이곳 키위들은 와이탕이데이(Waitangi Day)보다 앤작데이(… 더보기

페더스톤과 일본군 포로 수용소 (Ⅱ)

댓글 0 | 조회 2,257 | 2013.04.24
▶ 좌측으로부터 진혼석, 벗꽃동산, 녹나무(camphor tree), 당시 사망한 뉴질랜드병사의 묘지석 지난회에 페더스톤의 일본군 포로수용소에 얽힌 비극적 이야기… 더보기

페더스톤과 일본군 포로 수용소 (Ⅰ)

댓글 0 | 조회 2,433 | 2013.04.09
<출처: Masterton District Library and Wairarapa Archive, Te Ara Encyclopedia of New Zeala… 더보기

한국의 카메라 박물관과 알렉산더 맥카이

댓글 0 | 조회 2,336 | 2013.03.27
▶ 알렉산더 맥카이 (Alexander McKay: 1841-1910) 한국 과천에 가면 (4호선 어린이대공원역 4번 출구 바로 앞 건물) 사진작가이자 수십년간 … 더보기

외규장각 도서와 박병선 박사-제 2편

댓글 0 | 조회 2,338 | 2013.03.13
지난 번에 소개한 ‘직지’와 박병선 박사의 이야기를 이어 소개하고자 한다. 앞서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을 당시 프… 더보기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과 박병선 박사-제 1편

댓글 0 | 조회 2,137 | 2013.02.27
1990년대 초반으로 기억한다. 영어 공부를 위해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주한미군방송인 AFKN을 시청하던 중이었다. 프로그램 이름은 ‘Jeopa… 더보기
Now

현재 세계 유일 폰 박물관과 석주명

댓글 0 | 조회 2,291 | 2013.01.31
한국을 여행 중이다. 이번 여행의 주제는 박물관기행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전국의 박물관을 훑고 있다. 제주도에 박물관이 무려 100여개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