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여행기- 러시아(모스크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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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여행기- 러시아(모스크바) 편

0 개 1,880 오소영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신감은 없어지고 의욕이 있어도 매사에 겁부터 앞서는걸 깨닫는다.
  
여행계획을 세운지 삼년만의 긴 우여곡절 끝에 지난 7월 어느날. 인천공항에서 su(러시아 항공)에 몸을 실으며 여러가지로 감회가 새로웠다. 고집스런 용기로 버티니 드디어 떠나게 되는구나.

‘러시아’. 우리들 세대의 뇌리속에는 아직도 ‘소련’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게 남아있는 공산주의의 나라. ‘레닌’과 ‘스탈린’이 먼저 떠오르고. 6.25 때 그들 만행에 몸서리쳤던 생각에 지금도 가슴이 떨린다. 한창 꿈이 익어갈 내 사춘기를 무참히 짓밟고 두려운 추억으로 어둠의 청춘을 살게 한 공산군. 사계절 내내 매서운 눈보라가 몰아칠 것만 같은 동토의 나라. 이제 그 사회주의가 붕괴된지 20여년 세월이 흘러 봇물처럼 들이닥친 서구사회의 모습과 과거 권력의 흔적들로 아주 흥미로운 나라로 변신한 ‘러시아’ 승무원의 한국어 안내 방송을 들으며 역시 세상 많이 변했다는 걸 실감했다. 문득 영화 ‘백야’와 닥터 ‘지바고’의 낭만이 애틋하게 다가와 마음이 바빠졌다.
 
‘모스크바’에 도착하면서 아직도 조금은 경직된 사회라는걸 공항에서부터 금방 알게 된다. 비자를 준비했음에도 입국시 증명서를 발부받아 지참해야 체류가 가능하다는 사실.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 교통체증은 어느 도시나 마찬가지. 시내로 들어가는데 거북이 걸음이었다. 보행자가 많지 않은 거리는 조용했지만 산만해 보였고 사람들 표정이 조금은 무겁고 어두운듯 보였다. 호텔에서의 분위기 또한 삼엄했다. 여성 감시원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룸을 드나들 때도 층마다 있는 대리인에게 열쇠를 맡겼다가 찾아야하는 번거로움에 묘한 불안을 느끼기도 했지만 방은 깨끗하고 편안했다.      

피곤한 몸은 잠을 청하는데 지치도록 기다려도 어둠이 내리지 않는 하얀 밤. 아~ 백야다! 남쪽나라 뉴질랜드에서 해가 지지않는 북쪽 나라까지 날아왔다는 사실이 흥분을 자아내 설레기도 했다. 백야를 경험하던 첫 날부터 그 하얀 밤에도 나는 침대로 먼저 가야만 했다. 일행인 젊은이들과 함께 동행을 하려면 잠이 보약이기 때문에... 
 
현대적인 빌딩들 사이사이로 ‘러시아 정교회’의 오색빛 첨탑들이 아름답다. 찬란한 금빛으로 눈이부신 교회 내부를 구경하며 어느 궁전이 아닌가 착각을 하게된다. 십자가 성호를 우측에서 좌측으로 긋는 것이 가톨릭과 반대였고 의식도 상당히 근엄해 보였다.
  
그 날이 왜 하필이면 목요일이었을까? ‘모스크바’에서 대표적인 볼거리 ‘크레물린궁’을 휴관인 목요일이라 외부에서만 볼 수 밖에 없어 안타까웠다. ‘러시아’어로 요새를 말하는 ‘크레물린’ 안에는 궁을 비롯하여 15세기 장대한 교회에서부터 현대적인 의회까지 다양한 건물이 있는가 하면 높이 2,235미터에 이르는 망루. 병기고 원로원등 역사와 문화를 읽을 수 있는 수많은 건물과 보물들이 모여있는 심장부라지만 짧은 시간에 다 본다는 것은 어차피 쉬운 일이 아니기에 근처에서 서성이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마네킹처럼 서 있는 근위병들의 표정이 인형처럼 굳어있다. 아쉬움을 안고 ‘붉은 광장’으로 향한다. 평균 여름 기온이 16도 라는데 여기도 어김없이 이상 기온의 영향으로 28도라는 무더위와 강한 햇볕이 뜨겁게 ‘붉은 광장’을 달구고 있었다.            

‘스탈린’의 사진이 크게 걸려있던 기억들. 무슨 행사 때마다 붉은 깃발로 뒤덮혀 있어 붉은 광장이라 말하는 줄 알았는데 붉은이란 러시아어로 ‘아름다운’을 뜻한다니. 그래서 지금은 각국의 관광객들이 들고 있는 만국기로 아름다운 광장인지? 혼자서 싱겁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궁의 건너편 이 나라 최대의 국영 굼(gum) 백화점은 개방된 오늘을 알리기라도 하듯 고급 상품들이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부 풍경이 어디서 본듯 낯설지 않아 생각해 보니 ‘시드니’에서 보았던 백화점과 너무나 닮아 있어 놀랬다.
 
털모자. 긴 장화에 두툼한 외투 차림으로 하얀 눈속을 걸어다니는 모습의 풍경들이 러시아를 상상하는 그림인데 이 여름은 영화 ‘닥터 지바고’도. 그리고 이 곳에서 무한한 상상력을 펼쳤을 문호 ‘톨스토이’도 생각할 수가 없다.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 양산의 물결로 뒤덮인 이 곳이 동토의 나라 모스크바라니 너무 낯설어 전혀 러시아에 온 느낌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여름이 아니면 와 볼 수 없는 곳이니 할 수 없지. 잠시 실망스러움을 달래주듯 광장 저편으로 불균형 속에 멋지게 조화를 이룬 ‘성 바실리 성당’의 아름다운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양파처럼 생긴 지붕의 세계적으로 아름답다는. 그림같은 건물이 마치 동화속 궁전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어디서나 그런 형태의 건물을 보면 곧 ‘러시아’를 상기시키는 너무도 유명한 건물이 아니던가.   
 
200여년간 ‘러시아’를 점령하고 있던 몽골의 카잔 한(汗)을 항복시킨 것을 기념하기 위해 ‘이반’ 대제에 명령에 따라 지어진 건축물로 사원의 이름도 대제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던 수도사 ‘바실리’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1555년에 착공해 1561년에 완성된 이 건물의 아름다움에 탄복해 더 이상 이와같은 성당을 짓지 못하도록 설계자의 두 눈을 뽑았다던가. 이제 세상 사람들이 많이도 흉내를 냈는데 이반대제께서 보시면 얼마나 노하실까? 유사건물에 속지 말라고 명이라도 내리실지... 어린이 놀이공원에 전유물이 된 비슷한 건물조차도 아름다운데. 그 예술품같은 진품을 보고 있으니 수도없이 몰려든 관광객들이 취한듯 선뜻 물러날 줄을 모른다. 어찌 바깥만 볼 것인가. 계단을 뛰어 올라가자 누군가가 앞을 가로 막는다. (당연히 그럴테지) 500여년을 그렇게 지켜온 보물인 것을... 아주 조금 밖에 볼 수 없었던 ‘모스크바’. 그러나 너무나 많은 것을 느끼게하는 특별함이 있어서 참 뜻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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