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문을 두드릴 즈음에 한국을 다녀왔다. 고국을 떠난 이곳에서 산 지 18년,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던데 엄청나게 변한 고국의 모습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주로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 어느날 버스를 타고 강남을 가게 되었는데 놀라운 변화를 볼 수가 있었다. 정확한 위치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강남역 쯤이 아닐까 싶다. 점심 시간이 지난 오후 2시쯤 되었던 것 같은데 높은 건물들이 가득 채워져 있는 거리 군데 군데 열명 남짓 모여 있는 사람들의 무리를 볼 수가 있었다. “무슨 일일까???” 궁금해서 눈을 크게 뜨고 보니 모여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 만해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무슨 왕이나 된듯 중심을 차지하며 담배를 피웠고 담배 연기 때문에 숨을 쉴 수 없고 머리가 아프면 담배를 안피우는 사람들이 그 자리를 떠나야했는데 이젠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기 위해 어디론가 가야한다. 건물에서 쫓겨나 건물 밖에 옹기 종기 모여서 담배를 피워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지듯 이제 흡연자들은 사람들의 우상과 본이 되었던 중심을 떠나 가장자리, 테두리로 물러나야하는 위기에 처한 것이다.
뿌연 담배 연기 속에서 일상을 살아야했던 필자의 젊은 시절과는 다르게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이 대접을 받고 왕이 되는 현실을 어찌 거부할 수 있을까?
길을 가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많아서 길을 지나갈 때도 ‘저 담뱃불이 나한테 튀면 어쩌지’ 불안해하고 때론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담배 연기를 멀리 날아가게 했던 날과는 다르게 담배를 피우며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의 행렬이 확연하게 줄었다. 곳곳에 “금연”이라는 문구가 많이 보이고 더 눈에 띄는 것은 지하철 안에 걸려있는 안내문이다.
“지하철 역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경우에는 3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것이 간접 흡연에 관한 문구와 함께 써 있다.
하버드 의과 대학과 캘리포니아 의과 대학 샌디에고 연구팀이 1971년부터 2003년까지 32년에 걸쳐 흡연자를 중심으로 사회 조직망 변화에 관한 연구 조사를 하여 발표한 적이 있다. 그 연구 조사에서도 처음에는 흡연자들이 집단의 중심을 이루다가 서서히 가장자리로 밀려나면서 그 집단의 크기도 줄어들고 있다 한다. 또한 이 상태가 점점 심해져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의 집단은 더 줄게 되어 그들은 완전 격리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한다.
한번 생각해보자. 학교든, 직장이든, 어떤 형태로든 만들어진 사회 집단 안에서 따돌림을 당할 때 혹은 그 집단들의 분위기 속에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따로 그들의 언저리를 돌 때 그 느낌과 기분을.....
심한 경우에는 ‘죽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서로 어울려 당당하게 자신의 몫을 담당하며 살아가야하는 세상 속에서 점점 위축되어가고 눈치를 보며 외톨이가 되어 가 하나의 집단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자꾸 밖으로, 가장자리로 밀려나 설 곳이 없어진다면 그 느낌이 어떨까?
정부에서는 세계 최초로 2025년에 금연 국가를 이루겠다며 20%를 약간 밑도는 지금의 흡연률을 5% 미만으로 만든다는 비젼 하에 다양한 방법으로 금연 정책을 펼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의도에서 실시하는 좋은 정책도 국민들이 강건너 불구경하듯 무관심 속에 바람만 보고 있다면 모든 정부의 수고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적응의 동물이며 생각의 동물인 인간이 여러 모습으로 변해가는 세상의 움직임을 마냥 무시하고 거부하며 살아갈 수 는 없다.
변화를 거부하며 동물원의 원숭이로 살아가는 시행착오를 일으키지 말고 변화 속에 용기있게 뛰어들어 2025년을 향한 비젼에 작은 몫이라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의욕 넘치는 삶의 소유자가 되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