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이민 남자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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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이민 남자의 비애

0 개 3,862 오소영
불황의 수렁은 하염없이 깊어만 가는가? 주변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교민들 이야기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신천지를 찾아 보따리를 끌고 꿈에 부풀어왔던 사람들의 돌아가는 뒷모습을 언제까지 지켜보아야만 하는지 안타깝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파경없이 온 가족이 함께라는 것에 안도를 한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남겨두고 혼자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측근의 A씨가 늘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함께 잘 살아보자고 왔다가 이혼의 씁쓸한 결별로 눈물을 먹음고 돌아간 B씨도. 그리고 C씨도.... 그리고보니 한국에 살 때에 뵈었던. 전혀 이해가 안되는 어느 노인분의 안타까웠던 사연 하나가 현실적으로 떠올랐다.   

광주(光州)에서 태권도 사범으로 잘 나가던 그 분에게는 오랜 숙원이 하나 있었다.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태권도 종주국 한국을 자랑하고 알리고 싶어 기회를 엿보기에 급급했다.   

1980년대 중반 드디어 가산을 정리하고 식솔들과 함께 미국땅을 밟았다. 적잖이 가져간 돈에 모기지를 보태어 멋있는 집도 장만하고 두 대의 차도 샀다. 아이들은 적응이 빨라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오는 등 학교 생활에 익숙해져 걱정이 없었고. 가지 않겠다고 끝까지 고집으로 버티다가 마지못해 따라나선 아내도 차츰 행복한 웃음으로 화사해져가니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몸달아 그들을 끌고나선 자신은 일이 쉽게 풀리질 않아 고전을 해야만 했다. (이게 아닌데...) 시간이 지나면서 불안이 초조로. 그런 모습을 가족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저녁마다 술로 자신을 달래며 귀가를 하곤했다. 하지만 그리 오래 수입없이 버틸 수는 없었다.    

어느날 아내와 심한 언쟁이 벌어지자 그동안 참았던 울분에 화가 겹쳐 있는대로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렸다. 다혈질인 그가 인내의 한계를 벗어나면 한바탕씩 치뤄내는 고질병이 드디어 덧난 것이다. 얼마간 화풀이를 하고나니까 가슴이 후련해져 멋적게 서성대다가 밖으로 뛰쳐 나왔다. 바람이나 쏘이고 들어가면 되겠다는. 그의 평소 습관이었다. 인적없는 밤. 공원에는 외로히 졸고 있는 가로등이 희미하게 나무들 사이로 심심한 벤취를 비쳐주고 있었다. 찬바람속에서 문득 정신을 차리고 하늘을 쳐다보니 둥근달이 환하게 웃고있질 않은가. 그 속에 그리운 어머니 얼굴이. 그리고 한국에서의 단란했던 집안 풍경이 스크린처럼 지나갔다. 아주 먼 옛날 일 처럼 그 때가 그리웠다. 후회와 실망감으로 헝크러진 자신을 추스르며 다시 잘 해 보자고 다짐을 하면서 천천히 집으로 돌아오는데 무슨 일일까? 누군가가 장승처럼 현관문 앞에 버티고 서 있는 것이다. “NO! NO!” 분명 자기에게 하는 말임을 깨달으며 그가 POLICE라는 걸 알고 경악을 했다. (내 집인데 못 들어가게 하다니...) 어이없는 문화에 아찔한 충격을 받으며 잠시 현기증을 느꼈다. (그래 여기가 미국이었지) 하지만 그게 인생 막장으로 가는 첫 출발인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수십년을 동고동락했던 아내가 이혼 청구를 해 왔고 그는 졸지에 혼자가 되어 외로운 미국에서 미아의 신세로 전락 해 버렸다.   
 
남은 것이라곤 건강한 몸 하나뿐. 모기지와 아이들 양육비를 벌어야 했기에 죽을 각오로 노동판에 뛰어들어 막일을 하며 긴 세월을 버티어냈다. 힘들고 외로운 밤을 이불속에서 소리내어 짐승처럼 울기도 하면서... 두 딸들을 시집보낸 아내는 그 손주들을 돌보며 착실히 보수를 챙겨 ‘캐딜락’을 타는 유복한 노후를 즐기며 살고 있으니 부부의 인연이란 참 묘한 것인가보다. 막내의 양육비에서 놓여 났을 때. 그도 새 인생을 살아보려고 재혼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기 딸들만 챙기니 여전히 외로운 신세. 이제 황혼을 맞아 현지 처라도 구해보려고 고국에 나왔다는 그 분. 굵게 패인 이마의 주름살이 인고의 흔적처럼 보기에도 민망했다. 그 볼을 타고 흘러 내리는 눈물을 감추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던. 남자가 흘리던 눈물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그 때는 드라마같은 인생도 정말 있구나 라는 생각 뿐. 절절한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지금 갑자기 왜 그 생각이 떠 오르는지 모르겠다.  
 
아마 지금 여기 어딘가에도 그 분같은 인생을 살고 있을 누군가가 있을 것만 같은 노파심 때문이 아닐까? 어려운 때 일수록 가족이 함께 뭉쳐 힘을 발휘해서 꿋꿋하게 난관을 헤쳐나가야 되리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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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2,453 | 201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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